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안도현 / 샘터사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시인 안도현의 신변잡기를 적어 놓은 산문집

<저자 소개>

안도현.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등 다수의 시집.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책 소개>

1. 내 마음의 강가에서

외로울 때는 사랑을 꿈꿀 수 있지만, 사랑에 깊이 빠진 뒤에는 외로움을 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사랑하고 싶거든 외로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나에게 정말 외로움이 찾아온다면 나는 피해 가지 않으리라.

외로울 때는 실컷 외로워하리라.

다시는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 18p

혹자는 그들의 느려 터진 비경적인 속도 때문에 지금의 인도가 그 모양 그 꼴이라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쏜살 같은 속도를 경배하며 살아온 우리는 지금 제대로 꼴을 갖추며 살고 있나?

우리는 느릿느릿 살아가는 것을 나태라고, 더 나아가 죄악이라고 여겨 왔다.

하나라도 더 많이, 1초라도 더 빨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다 팔아야 한다는

경제 논리에 사로잡혀 여기까지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왔다.

그리하여 한 사람이라도 더 밟고 올라서야 내가 살아 남는다는

경쟁 의식이 전염병처럼 우리를 지배해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중략)

우리도 이제 토끼의 시계 대신 거북의 시계에 관심을 둘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 44p

2. 느낌표를 붙입시다

삶이란 무엇일까?(중략)

사과나무에 매달린 사과는 향기가 없으나 사과를 칼로 깍을 때

비로소 진한 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텃밭에 심어 놓은 마늘은 매운 냄새를 풍기지 않으나

도마에 놓고 다질 때 마침내 그 매운 냄새를 퍼뜨리고야 마는 것처럼,

누구든 죽음을 목전에 두면 지울 수 없는 향기와 냄새를 남긴다는 사실을 어느 날 문득 알게 되는 것.

그리하여 나의 맨 마지막 향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하고 곰곰 생각해 보는 것. ----------------- 94p

3. 그래도 학교는 안녕하다

4. 내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5. 눈이 맑은 시인

어떤 사소한 계기가 인생을 이끌어 가기도 한다는 것을 한동안 나는 많이 보아왔다.

그렇게 보면 이 세상에 벌어지는 일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일을 얼마만큼 자기 자신 속으로 잡아당겨

삶의 밑거름으로 삼는가 하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 166p

<총 평>

안도현?

내가 잘 모르는 작가였다.

우연하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를 읽으면서 조금은 친숙해진 기분이었다.

(http://blog.naver.com/happy_0801/120164277846)

결정적인 것은 어느 날 소망이 학교에 안도현 선생님이 강사로 초대되어

강연이 있었다고 한다.

글에 대한 것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소망이와 내가 좋아하는 공지영 작가의 근황에 대해서도 얘기해 줬다며

으쓱하던 소망이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던 내 모습이 기억 난다.

그 친숙함과 제목이 끄는 매력에 찾게 된 책이다.

시인이 쓴 산문집이다.

산문이라는 장르가 신변잡기를 쓴 낙서같아서 독자를 위한 글인지 작가 주변의 일들을

그냥 편하게 끄적인 것들을 모아 놓은 메모지 묶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쉽게 읽힌다.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함축적인 언어나 표현을 빌어 쓰지 않아도 되는 글이다.

그래서 쓰는 사람의 입장은 모르겠으나 읽는 사람은 아주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적당한 유머도 섞여 있고 정제되지 않은 메세지를 통채로 받을 수도 있고

이 책이 주는 편안함이다.

시인 안도현의 일상의 모습을 TV 다큐<인간시대>를 통해서 보는 것같다.

연출되지 않은 듯한 연출이 숨어 있는 영상같은......


읽고 안 읽고는 독자의 선택이다.

나 역시 호불호를 언급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참조하면 좋을 것 같아 하는 말.)

얼마 전 소망이가 우울하다며 짜증을 냈다.

왜냐고 계속 물으며, 실마리를 풀려고 하는 내게 '아빠는 늘 내 잘못이라고 하잖아'라며

서럽게 울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난 정말 모든 열쇠를 소망이 손에 쥐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열쇠를 쥔 네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그러나 그렇게 쉽게 풀릴거면 아이가 고민하고 우울해했을까?

아빠로서의 나를 돌이켜 보게 된다.

그냥 참아라, 좋은 게 좋은 거지 등으로 뒤로 물러설 것을 요구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딱히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그 날 저녁, 생각이 참 많았다.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내가 더 깊숙이 개입하면, 나에 대한 배신감, 서운함으로 더 멀리 도망치려는 아이.

결국 내가 꺼내 들은 비장의 무기는 시집이었다.

몇 권의 시집을 집어 들어 읽었는데 소망이의 심리 상태와 맞지 않는 시들이었다.

평소 시를 안 읽다 보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순간이었다.

다행이 박경리님의 유고 시집이 있었다.

'사람의 됨됨이'(http://blog.naver.com/happy_0801/120138591557)라는 시를 읽어 주고,

박완서님이 추천해 주신 몇 편의 시를 읽어주니 아이의 마음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았다.

길게 말하는 것보다 짧지만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게 시라는 것을 깨달케 되었다.

시간이 되는대로 아이와 함께 시를 즐겨 볼까 한다. 


http://blog.naver.com/happy_0801/120184445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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