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외면하고 싶은 대한민국인의 자화상...


<저자 소개>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미학과 졸업, 동대학 동대학원 석사.

독일 베를린 자유 대학에서 미학, 해석학, 언어철학을 공부.

귀국 후 시사평론가리자 미학자로 활동 중.

주요 저서로 <춤추는 죽음>, <미학 오디세이 1,2,3>, <현대 미학강의>,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등 다수.

2009년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 겸임교수에서 재임용 탈락.

우파 지식인에 대한 비평 활동과 우파 정권과 각을 세운 것이 겸임교수 해임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의견이 다수.

현재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

<책 소개>

근대화 : 프랑켄슈타인 - 낯선 근대인을 만나다

이 장의 키워드는 인간개조, 노동기계, 노동중독, 군대화,

근대화라 하면 해방 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의 영도하에 산업 경제의 발전기를 마련하던 때를 의미한다.

농경 중심의 사회에서 산업 중심의 사회로의 이전에 따른 정신 개조 그리고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간의 기계화를 펼쳤다.

그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군대식의 통일성과 일사분란한 동작이었다.

인권은 없고 오로지 생산을 위해 존재하는 기계 인간이었다.

그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폐기되거나 사회에서 도태되는 시스템이 주요했던 시기.

오로지 잘 먹고 잘 사는 것. 출세만이 살 길이었던 시절이다.

이 때 나온 것 중 하나가 '빨리 빨리' 정신이었다. 또한 학생들의 꿈이 군인이고 절대 권력의 대통령이었던 시절이다.

독일의 세계 제 2차 대전 패배 후 피폐한 국가를 괄목하게 발전시킨 것을 빗대어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하면

6.25 전쟁 후 폐허가 된 나라를 단 시일 내에 부흥시킨 대한민국의 발전 상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자화자찬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급작스런 경제 발전에 따른 부작용으로 물질문명과 정신문화의 부조화를 얘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문화가 물질문명을 선도하는 구조가 될 때 건전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고 주도하는 형태가 되어 배금주의 사상, 물질 만능 주의가 팽배해 있다.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우기 위한 착취가 정당화되었던 시대이다.

그 기조는 아직도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 윤리와 도덕은 출세를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권력이 국가에서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과거에 국가에 바치던 공적 충성의 의무가

한국과 일본에서는 고스란히 회사에 대한 사적 충성으로 옮겨졌다. -------- 39p

산업화의 시대의 속도가 기계적 속도라면, 정보화 시대의 속도는 정신의 전기적 속도다.

사실 한국에서 빠른 것은 정신의 속도가 아니라 신체의 속도다.

유난히 빨빨거리는 한국인의 신체는 노동력을 단순 투입하던 시절의 잔재다.

불행한 것은 이 속도가 공장에서 멈추지 않고 공장 밖까지 정복해 버렸다는 것.

삶은 배려되지도 보호받지도 못한다.

삶이 질(質)을 잃은 곳에서 그것은 오직 속도계 위의 양(量)으로 존재한다. --------- 64p

전근대성 : 죽은 양반의 사회 - 미완의 프로젝트

이 장의 키워드는 양반, 위계 질서, 카리스마, 수치심

주로 조선시대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양반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양반이라는 신분이 갖고 있는 이중성이다.

국민의 일원으로서 책임져야 할 의무에 대해서 온갖 방법을 다 써 회피하려 하고 평민보다 높은 지위에 따르는

권리와 특혜를 받으려고 하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 행태들. 그러나 그들을 지탱시켰던 사상이 윤리였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이 시대의 산물로 수직적 관계에 대한 의식이 있으나 수평적 관계에 대한 불편함이

몸에 베어 있다는 것이다. 상하 관계의 충성심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데 수평 관계의 동료나 이웃에 대한

의식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인사에 대해서는 익숙하나 악수에 대해서는 어색해 하고 있다.

체면에 따른 죄의식과 수치심이다.

죄의식이라 함은 신의 시선을 중심으로 감출 수 없는 인간 본성에 대한 반성이지만

수치심은 양심에 거리낌이 있어도 남의 눈에 발각이 안되면 넘어갈 수 있고

만약 그것이 발각되면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남에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비양심적 행위나 생각이다.

이것의 근간이 되는 것이 역시 도덕성 그리고 윤리성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감추기 위해서 윽박지르고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 말이 정답인 것 같다.

동양식 문명화 과정이 식민주의에 의해 단절된 결과이고, 더 결정적으로는 한국 전쟁으 참혹한 경험,

그리고 산업화 시대 군사주의 문화의 잔재다. -------------------------85p

독일에서 반말을 쓰느냐, 존댓말을 쓰느냐는 신분의 고하(高下)가 아니라, 관계의 친소(親疎)에 달렸다.-----120p

수평적 예의는 수직적 무례로 간주되고, 수직적 예의는 수평적 무례를 낳는다.(중략)

수직적 위계를 위한 예법이 매우 복잡하게 발달된 한국 사회,

수평적 교제를 위한 예법에는 이렇게 구멍이 나 있다.------------------------------------122p

유일신교를 가진 서구인이 신 앞에 혼자 서서 '죄책감'을 느끼는 문화라면,

다신교를 가진 일본인은 동료들 속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문화라는 것이다. 루스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인용. ----169p

일본의 역사 왜곡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과거에 자신들이 했던 일이 드러나는 데에서 '수치심'을 느낄 뿐이다.

과거에 죄책감을 느끼는 자들은 치부를 드러내서 반성하려 한다.

본의 과거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들은 일본의 과거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양심의 목소리를 '자학사관'이라고 부르곤 한다. ---------------------------------------171p

미래주의 : 디지털, 사이보그 그리고 짝퉁 - 테크네와 메트릭으로 무장하다

이 장의 키워드는 디지털, 미래주의

우리 몸 속을 돌아다니는 조상들의 피를 부정할 수 없다.

그 피의 되물림으로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식으로 사유하고 존재할 것인가?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故 김대중 대통령님이 정책적으로 강화시킨 IT분야.

조상의 더러운(?) 피를 씻고 새 시대에 맞게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오히려 정보화, IT 산업에 적응하여 변형시키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빠른 디지털 문명화 그를 기반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빨리 빨리' 문화가 세계 IT 시장의 시험장으로 우리나라를 선택하고 온라인 게임의 최강자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숙제와 가능성을 남긴 미래주의, 과연 어떻게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주의를 펼쳐 나갈 것인가?

이 책이 쓰여진 2007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2012년 12월의 고민이다.

낙후성과 첨단성이 모순적으로 결합한 한국의 디지컬 푸투리스모(未來主義),

그것은 물론 동시에 가능성과 한계의 모순적 결합을 의미한다. ----------------------190p

"글 싸움에서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에게 이길 사람이 없다면, 말싸움에서 유시민 씨에게 이길 사람은 없어 보인다." ----195p

빌렘 플루서는 미래의 인간 사회가 '프로그래밍을 하는 자'와 '프로그래밍을 당하는 자'로 나뉠 것이라고 보았다. ---202p

미래의 생산은 엔지니어, 아티스트, 인문학자의 삼각 컨소시엄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모할 수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엔지니어는 기술을 가지고, 아티스트는 상상력을 가지고, 인문학자는 콘텐츠를 가지고

생산 속에서 서로 결합하게 된다. ----------------------------------------------228p

<평가>

진중권의 책은 재미있다.

철학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라서 한 번 더 생각하며 읽게 된다.

그물망에 걸린 나를 발견하게 된다.

진중권이 말하는 한국인들의 꼴불견에 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독일에서 유학했던 저자의 시각은 객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정체성의 혼란이 있었던 시기라고 한다.

한국 문화속에서 성장한 그가 낯선 땅 독일에서 느낀 것은 딱딱하고 사람 냄새 안 나고 인정 머리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세계의 일원으로 느낄 즈음 한국으로 돌아 와 한국인을 바라봤을 때 한국 사람들은

감정만 있고 이성은 없는 매우 몰상식한 인간들로 보였다는 것이다.

과연 한민족의 장점은 무엇이고 왜 그럴할까에 대한 의문으로 책을 썼고 그것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 나가고 있다.

인류학자적인 견해와 철학자적 시각을 적절히 혼재한 그의 의견에 공감하게 된다.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 속에서 문제점과 가능성을 찾게 된다.

한국적인 것이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로의 발돋음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발전시켜야 함을 통감하게 된다.

과연 나는,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선물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다.

무거운 주제의 철학서가 아니라 내가 잘 알고 있는 대한민국인을 파 헤친 책이다.

너무 깊어 익사하지 않나 염려할 필요도 없고 너무 얕아 바닥이 비췰 정도도 아닌 적당한 깊이의 책이다.

한 번 쯤 나를 돌아보며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http://blog.naver.com/happy_0801/12017628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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