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달
김창휘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내일이 기약되지 않는 빨치산에서 피어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저자 소개>

김창위.

1943년 강원도 홍천 출생.

시인, 수필가(1992년, 1993년 등단), '메디슨'사 사보 수필 추천 작가.

홍천군청, 인제군청 근무, 前 홍천군 의회 의원

 

<줄거리>

공산혁명에 심취해 있던 학생 신분의 설봉은 북으로 넘어가 '강동정치학원'을 수료 후

조직원 이원조를 따라 남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낙오하여 임실 순창일대에서 있는 남로당 전북도당 유격대 문화부중대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설봉이 근무하는 예하 야전병원의 간호병 한지숙을 사랑하게 된다.

지숙이 민간인 할머니를 치료하다가 경찰에게 포위된 위급한 상황이 되자 악천후를 뚫고 지숙을 구출하게 된다.

한편 설봉의 부대에는 한천이라는 수상한 자가 기웃거리며 지숙에게 추파를 던지며 접근한다.

연적으로서의 한천이 거슬리기도 하고 그의 행동에 수상쩍음이 발견된다.

그와 동행했던 정찰대원이 실종되고, 그의 주머니에는 미군 부대의 담배며 초코릿등이 가득했다.

그러나 한천은 그가 갖고 있는 귀중품으로 중대장 맹성을 구워 삶은 탓에 설봉은 그를 더 이상 조사하기가 어려워진다.

부대는 간간이 전투를 하고 여러가지 사건들이 발생한다.

어느 날 당나귀를 탄 정규군 연대장 출신의 패잔병 초부 상좌가 장교와 병사들을 이끌고 부대에 찾아 들어 도움을 청한다.

초부의 자유로운 박애 정신에 설봉은 감동을 하게 되며 전쟁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경찰과 군 토벌대의 추격이 잦으며 피 비린 내 나는 전투가 계속된다.

전력 손실은 점점 심각해지고 전쟁의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남쪽에 남아 있을 수도 없고 북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빨치산들의 운명은....

 

두 사람은 자기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위 뒤 편 커다란 굴참나무에 몸을 숨기고 이들의 행동을 처음부터 보고 있는 눈이 있었다.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숨어 있던 그림자는 얼른 그곳을 벗어나 숲 속으로 사라졌다. -----241p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다. 누가 몰래 지켜본다는 것, 비밀스러움이 발각된다는 것

그 다음에 닥칠 위험에 가슴을 조리게 된다.

 

"만에 하나, 이런 일이 일어나서 안 되겠지만 당신이 잘못되면

나도 기꺼이 길동무가 돼줄 것이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마오.

(중략)

처절하고 메마른 생활 속에서도 아름다운 설계를 하는 시간이 있어서 맘속이 늘 풍요로웠다는 것에

지금 이 순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소. 알겠소?" --------------------------------232p

경찰의 눈을 피해 범람한 강을 건너기 전 지숙에게 위안의 말을 전하는 설봉.

죽을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믿음을 주는 말들. 감동 그 자체이다.

 

공산주의 사회의 목표는 마치 밭에서 높게 자란 작물의 키를 베어버리고

똑같은 키 높이로 재배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것은 지금의 모습과 또 다른 나태하고 타성에 젖은 인민을 만들 것이며

배급을 받으려고 줄을 서는 이상한 얼굴을 한 국가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똑같은 키들이 사는 난쟁이 국가를 만들게 될 것이다. -----------------349p

공산 혁명에 심취되어 북으로 넘어갔던 설봉이 빨치산이 되어 전투를 하면서 공산주의에 대해 점점 회의를 느끼게 된다.

 

<평가>

작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젊은 작가의 필체가 느껴졌다.

그러나 여기 저기 찾아보니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이였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기대해 본다.

편향되지 않은 시각. 사건보다 인간 중심의 소설.

빨치산을 배경으로 두고 그린 소설이지만 인간 중심의 소설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 소설을 통해서 반공이나 안보 의식을 고취시키려는 시도는

민도가 낮았던 6,70년대에나 통했다.

이제 우리는 빨치산의 실체를 오랜 역사적 기록과 교육을 통해서 알고 있다.

앞 서 말한대로 저자는 빨치산을 하나의 배경으로 설정했을 뿐

그 사건을 중심에 두고 글을 쓰지 않았다.

혹 이 책에 등장하는 빨치산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통해서 반공 교육을

바란다면 다른 책을 봐야 할 것이다.

그 정도로 빨치산에 대해 내용은 밋밋한 냉수를 마시는 느낌으로 기대할 것이 없다.

이미 빨치산을 소재된 소설이 많이 있다.

이문열의 영웅시대, 이병주의 지리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 이태의 남부군 등이 있다.

빨치산의 실체에 대해서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시기적으로는

늦지 않았나 특히 조정래의 10권짜리 연작 태백산맥에서 빨치산을 속속들이 파 헤쳐 놓은 상태라

그 파급력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700여 페이지 여타의 책보다 얇지는 않지만 이미 그 이상의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줄거리의 구성과 흐름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나머지....>

총탄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꽃 피우는 지고지순한 사랑.

이념으로 무장된 간부들과는 달리 그저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된 도피처로서의 빨치산에

빠져 든 민초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용서될 수 없고 미화될 수 없는 저들의 만행임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 죽여야 했던 급박함에

쉽게 이들을 탓하기에는 시대적 비극을 만든 윗 사람들을 벌하고 싶다.

내가 빨치산에게 희생된 사람의 가족이라면 경찰 또는 토벌군 일부에 가족이 있어

그들의 저항에 운명을 달리한 경우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해 본다.

시대의 아픔으로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신의 시각이 아닌 인간의 시각으로 봤을 때 과연 전쟁중 살인을 살인으로 보는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고 어려운 답이다.

 

결코 얇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마냥 끌 수 없어 업무를 마친 후 독서실에서 읽을 수 있어 다행이 빨리 읽을 수 있었다.

평일 독서실 출입에 재미를 붙여 칼퇴가 잦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3권까지 읽을 추세. 다만 술만 멀리 한다면 성공적일텐데......

 

http://blog.naver.com/happy_0801/120175098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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