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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에 지친 영혼의 휴식처
<저자 소개>
공지영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영문과 졸업.
1988년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로 작품 활동 시작.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등어>,<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즐거운 나의 집>,<도가니> 등과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존재는 문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이 있으며 21세기 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제 10회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시대 대표적인 진보 작가 중 한 명으로 손 꼽힘.
<책 소개>
2001년 초판 1쇄, 2011년 1월 13일 개정신판 5쇄 발행
10년간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읽히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2009년 작가 공지영이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유럽의 수도원과 수녀원을 기행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카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는 작가에게도 신앙적인 방황이 있었나 보다. 지난 18년동안 지인들의 끈질긴 전도에도
미동도 하지 않던 그녀가 다시 하느님을 찾게 된 이야기 그리고 세상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수도원과
수녀원을 방문하면서 느낀 우리네 삶과 또 다른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직설적인 화법으로
묘사되어 있다.
신앙인이 되었든 비신앙인이 되었든 또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 되었든 이 한편의 책을 통해서
인생사의 덧 없음과 신과 좀 더 가까이 사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통해 스스로의 생활을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주요 내용>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뜨겁고 힘차게 펑펑 나오는 것이다. 그 고해실에 무슨 이상한 요술 스프레이를
뿌려 놓은 것처럼 나는 어느덧 작년 겨울 18년만에 혼자 성당에 찾아가 하느님앞에 엎드려,
하느님 저 왔어요. 항복해요. 내 인생에 대해 항복합니다. ------------------------------ 82p
이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 마음이 아닐까? 아직은 저렇게 울어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나에게도
저런 시간이 올 것이며 아마도 저자보다 더 펑펑 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지허( 知虛) 스님은 <선방 일기>에서 이런 글을 쓰셨다.
철저한 자기 본위의 생활은 대인 관계에서 극히 비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비정한 자기 본위의 생활에
틈이 생기거나 흠결이 생기면 수도는 끝장이 나고 선객은 태타(怠惰)에 사로잡힌 무의도식배가 되고 만다.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게 비정해야만 견성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비정속에서 비정을 씹으면서도 끝내 비정을
낳지 않으려는 몸부림. 생명을 걸고 생명을 찾으려는 비정한 영혼의 편력이 바로 선객들의 생태다.
진실로 이타적이기 위해서는 진실로 이기적이어야 할 뿐이다. 모순의 극한에는 조화가 있기 때문이다. --100p
모순이 진리구나 라는 생각이다. 자기 부정이 궁극적으로는 자기 긍정이라니..
잘 살아 보겠다고 열심히 움직일 때 조직원들에게 이익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일전에 성고문 사건을 폭로해서 유명해진 권인숙씨도 그런 말을 쓴 적이 있다.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가득 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한다고.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102p
버려야 하고 비워야 한다. 채워진만큼 버려야 하고 그래야 또 채워지는 것을. 그러나 더 많을 것을 갖고 싶어
못 버림도 있지만 정말 욕심을 버렸을 때 빈털털이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두려움에서 선뜻 행하지 못하는 용기이다.
나는 저 젊은이들의 앞날이 밝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세상은 수도원이 아닌 것이다. 나 역시 다시 젊어지고 싶이는 않다.
젊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형벌이라고 나는 아직도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원칙과,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우리가 택한 길은 몇 개 안된다는 현실과 괴리가 괴로운 것이다. -------132p
젊다는 게 부럽다. 그러나 그 부러움은 피부적 부러움일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오히려 더 가능성이 막혀 있어
답답하고 공포스럽다. 만약 내가 청춘으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절대 어려운 길 택하지 않을 것이다.
젊었을 때 극복했던 그 어려움들이 자양분이 되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하지만 난 모든 것을 동의할
수는 없다. 힘든 젊은 시절....우리때보다 더 더 힘든 요즘의 청춘들....
<책 감상>
작가 공지영씨는 진보 인사라서 좋아 한다. 그렇다고 그녀의 작품을 무조건적으로 읽은 것은 아니다.
특히 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인지라 더 더욱이...끽해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도가니> 정도?
이 책을 읽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인터파크에서 공지영 작가 관련 무슨 이벤트를 했는데 제목과 표지 이미지에 끌려
읽게 되었다. 그러나 그 간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 한 동안 못 읽었던 책이다. 기록을 보니 2011년 10월 19일에 구입한 책이다.
계속 무거운 책을 읽다보니 머리에 쥐가 나서 좀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뒤통수를 꽝 맞은 느낌? 하느님을, 하나님을 잊고 살았던 시간속에서 그 분의 존재를
다시금 알게 되고 그 분만을 바라보며 세상과 멀찌기 떨어져 살아 가고 있는 수녀님과 신부님들의 얘기는 세상 경지를
모두 깨달은 자들에 대한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잘 난 척하며 살아가는, 잘 난 사람의 대열에 낄려고 아둥바둥하는
나의 모습에 연민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신'이라는 거대한 존재앞에 작아질 수 밖에 없는, 그것도 일요일 예배당을 가야 그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뭇 나이롱 신자들에게 또는 내가 믿는 '신'과 작가가 언급하는 '신'이 다를지라도 하루를, 지나 온 시간들을 그리고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는 경건함이 필요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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