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2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가 진척되고 세상이 바뀌고,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대치하고,

어지러운 질서가 바로잡히는 데는 피가 필요했다.

시대를 위해, 새로운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세상은 발전할 수 있었다. --------143p

 

 

신구의 충돌.

어제의 개혁 세력이 오늘은 보수의 중심이 되는 돌고 도는 세상.

조선을 일으킨 세력들.

그들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한 것은 부패한 고려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나고 그들이 기득권을 쥔 상황에서 새롭게 개혁을 계획하는

신진 세력의 야망을 묵살하고 생명까지 앗아가는 작태를 보이고 있으니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인가?

 

 

1편에 이어....

 

정초대감의 죽음에서 미심쩍은 부분을 찾는 채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범인같고 어느 누구도 내 편같지 않은 고독감.

곧 국모가 될 세자빈의 몸종인 벙어리, 소이가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단서를 갖고 있다는 의심에

소이에 대해서 집요하게 조사하던 중 그녀에게 연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근거리에서 왕과 세자빈을 모시는 몸.

살인 사건으로 지칠 때로 지친 몸과 마음. 그 속에 작은 외사랑이 꿈틀꿈틀거린다.

 

죽음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마음과 소이를 향하는 마음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소이를 그리는 마음에 그녀의 거처를 밤도둑 고양이처럼 몰래 잠입하다

세종이 그녀와 함께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상처를 받게 된다.

개혁의 중심에서 신하와 백성들을 살피는 세종에게 감복한 채윤

그러나 연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실타래가 풀리 듯 의문들이 하나 하나 풀리고

그 살인에는 중국 문자를 버리고 나라의 문자를 창제하려는 세종의 개혁을 반대하는

수구 세력들의 암투가 있었다.

세종이 아끼는 신하들 그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계획하는 자들을 한 명씩 해하며

세종을 위협하고 그의 의지를 꺽으려 하는 무모한 음모 세력들.

 

 

개혁을 주도했던 세력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개혁을 반대하고

방해하는 세력으로 바뀌게 되는 판이다.

비단 정치계 뿐만 아니라 경제계, 학계 그리고 일반 직장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젊은 친구들이 뭔가를 변화시키려 할 때 불이익이나 불편이 느껴지면

어린 것들이 뭘 알겠냐며 경험을 내세워 자리를 보전하려고 한다.

명목상으로는 신중한 변화지만 실상은 도전에 대한 자기 방어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때로는 좋은 말로 무마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주 치사한 방법으로 응징하기도 한다.

 

요새 정치판을 보면 이 책 속에서 묘사하고 전달하려는 내용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 하다.

 

변화를 막으려는 세력. 특히 기득권을 갖고 있는 세력들의 몸부림.

그에 반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불의에 대항하는 신진 세력들.

경험을 우선으로 하고 안정을 내세우지만 과연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국민을 얘기하고 국가를 언급하지만 사실은 따스한 아랫목에서 곰방대를 물고

하인들에게 분부를 내리는 양반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지.

진정 국가를 위한다고 말하는 썩은 세력들의 말로라는 게

한 평짜리 구치소 독방 신세가 아니였던가?

눈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건만 국민들을 속이려 하다니...

 

 

백성들을 위해 독립적이고 새로운 글, 한글을 창제하려는 세종

그리고 그를 도와 불철주야 연구하는 학사들.

그러나 중국을 왕의 나라라 하고 자기 나라를 신하의 나라라고 지칭하는 자들.

그래서 왕의 나라 글을 써야한다며 자기 나라의 글을 배척하고 창제를 방해하는 자들.

오늘날에도 그러한 생각을 갖고 계신 높으신 분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폄하하는 자들의 제일 문제는 그것이 겸손의 발로가 아니라

자기보다 부족하다라고 생각되어지는 사람들을 부지막지하게 홀대한다는 것이다.

권위적인 자들. 자기 민족을 위함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위하는 자들.

자기 민족의 안위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라 부국의 이익으로 떨어지는

부당 이익을 먹고 사는 자들.

이제는 바뀌었으면 좋겠다. 국민이 주인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자와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는 자는 필시 세상의 표적이 된다.

너는 저 그림의 보이는 것만 보고 느껴지는 대로 감탄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16p

 

 

"주상께서는 일찍이 음양과 오행의 이치로 새로운 글을 궁리하셨다.

글이란 그 나라의 혼이요, 지식을 담는 그릇이니 바보를 현자로 만들고, 무지랭이 농군을 지자로 만든다.

천민 나부랭이라도 글을 깨우치면 반상의 구별 없이 무궁한 지식과 격물을 깨달아 태평성대할 것이다.

농군은 작물의 수확을 늘리고 대장장이는 담금질의 방법을 개선할 것이고

군인은 진법을 기록하여 연전연승할 것이다." ----128p

 

 

"가진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쥘 수 있다.

얻은 것을 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것을 취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

인간의 심성 중에는 안주하고 싶은 습성이 있으니깐..." ---132p

 

 

이 나라는 지금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그것은 새것과 옛것의 대결이며, 우리의 것과 중화의 것의 대결이고,

격물을 중시하는 실용과 사장을 목숨처럼 떠받드는 경학의 대립이다. ----132p

 

 

재미있는 책이다.

역사를 통해서 현재와 미래를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 5년간의 시간을 반면교사로 새로운 세상을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 변화하는 사람인지 변화를 막는 사람인지, 점점이 깊게 파이는 주름살을 경계해 본다.

 

http://blog.naver.com/happy_0801/12016962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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