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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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마리아, 과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그건 사십오 분 정도에 불과해.

아니, 옷 벗고, 예의상 애정 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한 대화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옷 입는 시간을 빼면, 섹스를 하는 시간은 고작 십일 분밖에 안 되잖아."

11분, 겨우 11분을 축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 117p

 

우리는 어떻게 단 11분이 한 남자와 한 여자를 그 모든 것으로 이끌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한참 동안을 그러고 있었다. ----------------------338p

 

 

11분의 의미.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없는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과연 무엇이 있을까 궁금증과 기대를 갖고 집어 든 책이다.

 

 

브라질 동북부 어느 마을에 떠돌이 상인인 아버지, 양장점 재단사로 일하는 어머니를 마리아가 있었다.

열 다섯 살 멋진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에 미쳐 결혼을 꿈꾸고 첫 키스의 경험을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청년을 자기의 친구에게 빼았기고 만다. 절망과 배신감.

열 일곱 살. 이런저런 남자를 만나 가벼운 데이트를 하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순결을 잃는다.

열 아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물 가게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가게 주인은 첫 눈에 그녀에게 홀딱 빠져 들었다. 많은 남자의 눈길을 받을만큼 성숙하고

눈에 돋 보였다. 주인의 관심과 사랑덕에 수입은 짭짤했다.

어느 날 그녀는 사장에게 일주일간의 휴가를 요청한다. 같이 가자고 떼쓰는 사장의 손을 뿌리치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남동쪽에 있는 해안도시 코파카바나로 떠난다.

 

비키니를 입고 해안을 활보하는 마리아에게 연예계 거물 프로듀서가 일자리를 제의한다.

그녀의 직업은 스위스의 고급 호텔에서 삼바 춤을 추는 무희인 것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섹시한 외모를 갖은 마리아는 많은 주객들을 모으기에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호텔 술집의 무희로 취업한 마리아.

꿈을 쫓아 달려 간 그 곳에는 현실만이 있었다. 이런 저런 명목으로 뜯긴 급료.

희망도 보이지 않는 미래. 절망과 갈등.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왔지만 그 사랑에 때문에 호텔에서 쫓겨 나고 만다.

다행이 몇 푼의 손해 배상금을 받기는 했지만 앞 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대로 고향 브라질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마리아는 백방으로 일자리를 찾는다.

그러던 중 모델 에이전시에서 아랍 기업인의 패션쇼 모델로 자리를 주선해 준다.

그러나 그 자리는 패션쇼 모델을 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돈 많은 사업가가 하룻밤 섹스 파트너를

찾는 자리였다. 그 댓가로 1,000 스위스프랑(한화 약 100여만원)를 제안한다.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 그리고 이미 남자를 경험한 마리아에게는 여러가지 생각할 것이 없었다.

 

호텔 동료 무희가 알려 준 스위스 베른의 코파카바나라는 바.

이 곳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매춘.

이제 본격적으로 매춘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가 찾는 것은 쾌락이 아니라 일이었다.

.....................................................

 

 

11분의 실체는 남녀가 한 몸이 되어 서로를 철저하게 느끼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그 저 섹스가 진행되는 시간을 대중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이 제목을 쓴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럼 어떤 의도였을까? 그리고 무슨 주제였을까?

 

성(性)과 사랑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닐까?

성은 하나의 행위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하나로만 표현할 수 없다.

마리아에게 있어서 섹스는 일반인들의 업무 활동과 같은 것이다.

거기에는 사랑의 감정이 없다, 그래서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노동 행위일 뿐이다.

그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다가왔을 때 그녀는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른다.

일반인이라면 사랑을 섹스라는 행위로 표현할 수 있었겠지만 마리아에게 있어서 섹스는 사랑의 표현이 아니다.

그 행위를 통해서 어떤 희열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직업 여성이었기에 마음이 담긴 섹스가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적절한 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짜장면집 아들은 매일 짜장면을 먹을 수 있어 좋겠다고 상상하지만

실상 짜장면집 아들은 춘장 냄새조차 맡기 싫을 수 있는 것처럼)

그러나 그런 연유로 마리아에게 있어서 섹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 일 수 있고,

더 절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실의 절실함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섹스를 상실당한 직업 여성의 애절함같은 것.

늘 곁에 있기에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이 없을 때의 불편함과 그리움들.

우리 삶이 그렇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작가노트를 보니

1970년대 어빙 윌리스라는 작가의 섹스에 관한 소설 <7분>이 있는데

그 지속 시간이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에 시간을 연장하여 11분으로 책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니 전에 어떤 신문에서 국가별 남자의 성기 사이즈를 언급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사이즈 계측 방법이 재미있었는데 각 나라의 포르노에 출연하는 남성들의 심볼 길이를 실측하여

평균낸 것이라고 한다. ㅎㅎㅎ

 

http://blog.naver.com/happy_0801/12016932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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