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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지금 길도 아름다우십니다.
오랫동안 독서일기를 못 썼다.
회사 업무도 많았고 그로 인해 정신적인 여유를 갖을 수가 없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몸서리쳐지는 가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다.
여름이나 겨울은 피부로 느끼는 불편함이기에
정신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가을은 그 정신의 근간을 뒤흔들기에 견딜 수 없이 힘들다.
예나 지금이나 가을은 나의 생존에 대한 질문을 마구 던진다.
학교 다닐 때,
2학기 중간고사를 거부하고 산으로 들로 며칠씩 여행을 떠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나의 2학기 성적은 늘 형편없었다. 모두가 놀랄 정도로.....
중학교때부터 시작된 가을병은 아직도 치료되지 않고 있다.
2011년 가을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ㅠㅠㅠㅠ
1부_내 생애의 밑줄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재미나게 서술해 놓았다.
별 것도 아닌 일들에 손뼉을 치며 '그래 그래' 호응할 수 있는 이야기들..
그냥 무심히 스쳐 지났을 일들을 어찌 이리도 재미난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까?
궁시렁 궁시렁 노파의 푸념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
그러나 그 이야기에 귀를 쫑끗 세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하게 된다.
혼자서 '풉'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한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부터는
출근길에 보여지는 한강의 물줄기를 유심히도 쳐다본다.
한강이 이리도 아름다운 줄은 처음 알았다.
그 후로 책을 읽다가도 한강이 보이면 책을 덮고 한강을 깊이 감상하는 버릇이 생겼다.
2부_책들의 오솔길
서평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닌
책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기었던 이야기들을 수록해 놓았다.
책을 읽다가 어느 한 단어나 구절이 단서가 되어
내용과 관계없이 삼천포로 빠지는...
그런 느낌으로 책과 연관된 일상을 자근 자근 적어 놓았다.
참고로 저자가 읽었다는 책을 벌써부터 구입할 준비를 ㅎㅎㅎ
3부_그리움을 위하여
먼저 보낸 사람들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잔잔하게 엮어있다.
김수환 추기경, 박경리 작가 그리고 박수근 화백...
그들과의 인연과 세월속에 묻어 있는 진한 그리움.
이제는 하늘 나라에서 편하게 만나,
지난 일들을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고 있을 터...
꾸밈없는 이야기가 어느 시골 장터 몸빼 입은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하게 느껴진다.
그러고보면 이 할머니나 울 오마니나 비슷하다는 생각.
정감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