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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김훈의 자전거 여행 이야기..
김훈이라는 작가는,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었을 때
읽으셨다는 <칼의 노래>의 저자라서 알게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은 완독하지 못했다.
왜 못 읽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작가의 글이
내가 선호하는 글이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얼마 전에 직원이 릴케의 책을 읽어 보라고 줬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다.
그런데 김훈의 글도 릴케의 글과 비슷하다.
그냥 쭉 읽어 나갈 수가 없고 중간 중간 멈추어 온 몸으로 글을 느껴야했다.
마치 도로의 과속 방지턱처럼 천천히 읽어나가며 글에 푹 빠져야 했다.
이것을 단순히 글이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시를 읽는 기분이다.
단어 하나 하나를, 문장 한줄 한줄을 곱씹어 읽어야 그제서야
아~~하 하고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이라~~~
김훈 작가라는 무게감에 어울리지 않는 책같다는 호기심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예스 24의 '오늘만 반값' 이벤트때문 ㅋㅋ
어떤 내용일까? 단순 기행문일까?
리뷰어들의 글을 살짝 엿 보았다.
대체적으로 평이 후했다. 어차피 내용의 좋고 나쁨은 읽는 사람의 몫이지만..
첫 장을 넘기며...'역시 김훈이구만'이라고 탄식과 원망이 섞였다.
절대 그냥 넘어가게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배배 꽈서 슉슉 읽어 나가려는 내 목덜미를 잡아 챈다.
그러고 묻는다. '너 이 느낌 어떤건지 알아? 가슴으로 뜨겁게 느끼는 중이야' 라고
가던 눈을 멈추고 천천히 글을 읽고 또 읽게 된다.
그러고는 비로소 감탄을 하게 된다.
'어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라고
2000년 1월, 전국을 자전거에 의지하여 패달을 밟으며
보았고 느꼈던 우리네 이야기를 구수하게 그리고 가슴 터지게 이야기하고 있다.
길에 담긴 사연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담백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자동차의 빠른 속도가 아니라 정말 자전거를 타고 있는 듯
아주 느린 속도로 전개하고 있다.
전에 내가 여행하였던 관광지에서 지역 특산물을 파는 할머니의 이야기
큰 길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골짜기 이야기들....
어쩌면 이것이 진정 사람사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것은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밀착 취재다.
느린 속도의 자전거를 타고
또는 자동차를 느리게 운전하면서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을 보고 싶어하는
여행자들의 로망을 저자는 다 보여 주었다.
여행은 인증 사진 모우기가 아니라 문화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는거라는 거
나에게도 그리고 누구나 시간이 허락된다면 저자처럼
유유하게 여행을 하고 싶을 것이다.
아니 우리에게 시간이 허락된다면 아마도 더 많은
여행지 사진을 모우기에 급급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한 줄 한 줄을 음미해야 하기때문에...
겨울을 녹일 수 있는 한 잔의 커피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