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라는 제목만 보면 일단 몸이 뒤로 물러납니다. 한자에, 옛말투에, 게다가 2,500년 전 이야기라니. 청소년 책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표지를 넘기고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논어를 외우게 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대신 한 문장을 읽고, 내 삶에 비추어 보고, 손으로 써 보고,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실천하게 만드는 아주 단순한 구조 하나를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

책은 '읽다 – 생각하다 – 쓰다 – 실천하다'라는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말로 풀면 뻔해 보이지만, 실제로 넘겨보면 이 네 단계가 매 편마다 착실하게 반복되면서 리듬을 만듭니다.
1편 '학이(學而)'가 그 리듬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는 익숙한 구절을 원문 그대로 두고, 한글 발음을 나란히 붙인 다음,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뜻풀이를 보여줍니다. 그러고 나서야 해설이 나오는데, 이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공부나 운동, 악기 연주처럼 반복해서 몸에 익혀야 진짜 내 것이 된다는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배움을 성적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바꿔놓습니다.

이 뒤에 이어지는 오른쪽 페이지가 이 책의 진짜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어 명언 한 문장 필사' 칸이 있어서 방금 읽은 구절의 핵심을 손으로 직접 따라 쓰게 하고, 그 아래에는 '오늘 실천하기' 항목이 세 가지 놓여 있습니다. "실수로 친구의 물건을 망가뜨렸을 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혼자 있는 친구를 발견하면 먼저 다가가 함께 놀자고 말한다", "인정받지 못해도 맡은 청소 구역을 끝까지 깨끗하게 정리한다" 같은 문장들인데, 거창하지 않고 딱 오늘 하루 안에 해볼 수 있는 크기라서 좋았습니다. 읽고 덮으면 끝나는 책이 아니라, 책을 덮은 다음이 진짜 시작인 셈입니다.
목차를 보면 학이·위정·팔일부터 계씨·양화·미자편까지 논어 전체 스무 편을 순서대로 다룹니다.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게 편마다 짧게 끊어놓아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되고 그날그날 마음이 가는 문장 하나만 골라 펼쳐도 될 것 같은 구성입니다. 저자 소개를 보니 이런 방식의 고전 필사 시리즈를 사자성어 편까지 포함해 마흔 종 가까이 써온 분이더군요. 그래서인지 문장 하나를 청소년의 일상 언어로 바꿔내는 감각이 낯설지 않고 능숙합니다.

필사와 실천이라는 틀 자체가 워낙 견고하다 보니, 스무 편을 끝까지 읽다 보면 구성의 반복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문장마다 해설의 온도도 조금씩 다른데, 어떤 편은 삶의 태도까지 깊이 들어가는 반면 어떤 편은 다소 교과서적으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청소년 인성 교재로서는 오히려 안정적인 장점에 가깝다고 봅니다. 매번 같은 틀로 돌아오기 때문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번엔 뭘 배울까"보다 "이번엔 무엇을 실천해볼까"에 더 쉽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논어』를 처음 접하는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아이에게 인성 교육 자료를 찾는 부모나 고전 읽기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에게도 실용적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느껴졌던 공자의 말이 학교생활, 친구 관계, 실수와 용기라는 아주 구체적인 자리로 내려와 있어서, 이 책을 통해서라면 논어가 시험을 위해 외우는 고전이 아니라 흔들릴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문장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