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 필요해? : 머리 위의 세계 여행 - 2023 함부르크 그림책상 수상작 ㅣ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72
카렌 엑스너 지음, 최나현 옮김 / 꿈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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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표지를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화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검은 모자예요. 그 아래로 동그랗게 뜬 두 눈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죠. 오일 파스텔을 칠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긁어내며 완성했다는 독특한 표현 기법 때문인지, 색과 질감이 살아있는 듯 거칠고 생생합니다. 표지만 봐도 '이 책,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머리 위에는 세계가 있다

이 책의 질문은 아주 단순하게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왜 머리에 특별한 것을 써 왔을까요?”

생각해보면 모자는 우리에게 정말 익숙한 물건이잖아요. 매일 아침 무심코 눌러쓰는 야구모자, 겨울이면 꺼내는 털모자처럼요. 그런데 이 책은 그 익숙함을 한 꺼풀 벗겨내고, 머리에 쓰는 것들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햇빛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믿음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권력과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해—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머리 위에 다양한 의미를 얹어 왔습니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머릿수건부터 인도의 화려한 터번, 발리 무용수의 장식, 중세 기사의 투구, 그리고 현대 우주 비행사의 헬멧까지. 시대와 지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세계 곳곳의 머리 장식을 따라가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질문 하나가 만드는 큰 세계

이 책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지점은, 단순히 “이 나라에는 이런 모자가 있어요”라고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 왕관은 왜 그렇게 무거울까?

" 어떤 사람들은 왜 머리를 가릴까?

" 우주에서는 왜 특별한 헬멧이 필요할까?

이런 작은 질문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역사와 사회, 과학과 예술, 문화로 가지를 뻗어 나갑니다. 아이들은 페이지를 넘기며 단지 '신기한 모자들'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 모자를 쓴 사람들의 삶과 그 사회가 왜 그런 방식을 택했는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되는 거죠. 서로 다른 문화가 서로 다른 이유로 저마다의 머리 장식을 만들어냈다는 걸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계 시민으로서의 시선과 문화 감수성이 자라날 것 같습니다.

받은 상만 봐도 알 수 있는 완성도

사실 이 책, 그림 자체만으로도 이미 예술성을 인정받은 작품이에요.

- 2023년 독일 함부르크 그림책상 수상

- 2026 베이징 도서전 '독일 가장 아름다운 책' 선정

- 2025 독일 대표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 최고의 어린이책 선정

- 2025 독일 청소년문학상(New Talents 부문) 후보작

이 정도면 출간 전부터 이미 작품성과 기획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겠죠. 큰 판형을 가득 채운 대담한 화면 구성과 오일 파스텔 스크래치 기법의 그림은, 설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전시를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색과 재질,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담아낸 이미지들이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오래 들여다보고, 질문을 던지게 만들어요.

작가와 옮긴이

지은이 카렌 엑스너는 1995년 독일 라체부르크에서 태어나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예요. 시각예술, 그림, 움직이는 그림 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오가며 작업하는데, 그림을 그리는 대신 오일 파스텔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표현을 완성한다고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때로는 명상처럼 느껴지는 작업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완성된 그림에서 묘한 몰입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옮긴이 최나현은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공간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이 책의 매력에 빠져 번역까지 맡게 되었다고 해요. 공간디자인과 출판기획 번역을 함께 하고 있다는 이력을 보니, 이 책이 가진 시각적 완성도를 옮기는 데도 세심하게 신경 썼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아이와 함께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싶은 분

- 그림책이지만 미술 작품처럼 오래 두고 감상할 책을 찾는 분

-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지식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

- 독특한 화풍의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분

훑고 지나가는 책이 아니라, 오래 펼쳐 두고 다시 꺼내 보게 되는 책이라는 소개 문구가 정말 와닿았어요. 아이와 함께 “이건 어느 나라 모자일까?”, “이 사람은 왜 이런 모자를 썼을까?” 하고 이야기 나누며 읽으면, 그림책 한 권으로도 꽤 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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