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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의 달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히카루의 달걀>은 캐릭터 '무민'을 닮은 순박하고 낙천적인 시골 총각 무라타 지로가 달걀밥 전문점을 열어 마을을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제목인 '히카루의 달걀'은 그 달걀밥 전문점의 이름이다. 그리고 여기서의 달걀밥은 쌀밥에 날달걀을 깨뜨려 올리고, 간장을 뿌려서 먹는 요리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계란 후라이로 만들어서 먹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방법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날달걀 버전의 달걀밥도 즐겨 먹는 편이라 소설의 소재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달걀밥 재료의 단순한 구성에서 알 수 있듯, 맛있는 달걀밥을 위해서는 쌀밥과 달걀 자체가 맛있어야 한다.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는 무라타 지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이자, 소꿉친구인 다이키치와는 새로운 벼 품종인 '꿈 기분'을 길러냈다. 즉, 달걀과 쌀밥 모두 무라타 지로가 자신있게 내보일 수 있는 식재료인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달걀밥 전문점 계획을 세운 무라타 지로지만, <히카루의 달걀>이라는 소설은 마을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딸의 미래를 생각해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자 농사를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한 다이키치, 도시로 나가 생활을 하다가 이혼 후 다시 시골 마을로 돌아온 나오코, 나오코의 엄마이자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도미코 아줌마, 무뚝뚝하지만 맛있는 농산물을 길러내는 야큐 할아버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시골에서 도예 일을 하는 와카베 등. 모두 시골 마을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게다가 도시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시골에서는 일손이 부족해지고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문제는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도 겪고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소재에 대한 이질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달걀밥'을 내세워 마을으로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은 쉽지 않아 보이는 일이다. 사실, 허무맹랑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달걀밥 전문점은 1단계 계획이고, 그 다음 2단계와 3단계까지 구상하고 있다니. 현실감각이 없는 농촌 총각의 꿈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무민'을 닮았다고 묘사되는 무라타 지로가 지닌 특유의 순박함과 긍정적인 태도는, 어째서인지 그 계획이 나름대로 순조롭게 흘러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계획의 진행 과정은 어느정도 그럴 듯 하면서, 어느정도는 역시 허무맹랑하게 보인다. 현실성이 높지는 않지만, 실화라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정도랄까. 나름의 복선과 반전이 숨겨져 있지만, 추리소설처럼 치밀하게 숨겨둔 것은 아닌지라 그로 인해 극적인 효과가 전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그 정도의 크지 않은 반전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액션이나 CG 없이도 일상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 잔잔하면서도 큰 울림을 주는 영화들이 있듯, <히카루의 달걀>도 나름의 분위기로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계란밥이라는 소재와 시골 마을이라는 배경이 주는, 소박하고 편안한 느낌이 잘 전해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