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묘희 작가의 판타지 로맨스 단편소설 백작 영애 표류기는 여자 주인공 로잘린 스완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펜으로 쓴 원고를 읽는 듯한 형식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더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영화로 치자면 영화 오프닝에 메인 인물의 내레이션이 깔리면서 신비로운 섬이 롱 테이크로 보여지는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요. 확실히 필력이 있는 작가분이라는 걸 알게됩니다. 남들과는 다르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미움을 사고 구박을 받던 로잘린 스완을 자신의 반려로 확신하면서도 자제하는 가장 강한 남자 카히트의 순애보가 진심으로 느껴졌습니다.
김성 작가님의 목을 조르는 광야에 누워는 한뻠 BL 컬렉션 단편이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의외로 만족스러워서 추천하고 싶어지는 작품입니다. 마녀의 저주를 받아 이복 동생 바실리에게 안기는 배덕한 꿈을 꾸는 알렉세이. 꿈은 곧 현실이 됩니다. 바실리는 형인 알렉세이를 별궁에 가두고 매일 밤 탐하지만 알렉세이는 동생 역시 저주에 걸려서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슬퍼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새로 들어온 시종이 탈출을 도와준다고 하지만, 모든 것은 바실리의 계략이었죠. 목을 조르는 광야에 누워는 짧은 분량 속에서도 서사가 탄탄하고 나름대로 반전도 있으며 문장력 꽤 괜찮은 편입니다. 간만에 이 가격대 단편 중 만족스러운 단편을 읽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