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 우주의 탄생부터 인간 의식의 출현까지
박문호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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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의 들어가는 말을 지나 첫 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대중적인 과학 입문서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이라 방금 펼친 책을 그대로 덮고 싶었지만, 저자 소개에 있던 문장이 날 붙잡아줬다. '과학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과학화'가 모토'. 반박할 수없이 멋진 말이다.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저자

박문호

출판

김영사

발매

2022.06.30.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 그리고 대중의 과학화. 두 가지가 무엇이 다르냐 묻는다면, 아쉬운 쪽과 아쉽지 않은 쪽, 둘 중 변화해야 하는 게 누구냐고 되묻겠다. 당연히 상대가 없을 때 아쉬운 쪽이 상대에게 맞춰 변화하는 게 옳다. 사실 과학은 인간이 없어도 변함없이 존재하지만 인간에게는 과학이 필요하다. 그러니 인간이 과학에 맞춰야 하는 것. 이때까지는 '인간'의 역할을 과학자들이 전담해왔지만 이제 우리도 인간으로서 역할(ㅋㅋㅋㅋㅋㅋ)할 때가 왔다. 그래서 과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가 맞다. 변화는 과학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니까.




-라고 당차게 말한 것치고는 읽는 속도가 너무 더뎠다(;;). 그래서 그냥 내 관심을 끄는 부분을 바로 펼쳐버렸다. 책은 우주-지구-생명-인간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인간이 제일 궁금해서 제4장 '인간과 의식의 진화'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생명, 지구, 우주의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인간에서 우주로 거슬러 올라가기


저자의 의도와는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가 있다면 나처럼 흥미 부분부터 읽는 시도를 해보기 바란다. 어차피 하나의 굵은 줄기로 이어져 있기에 앞으로든 뒤로든 알아서 이동하게 되어 있다. 다만, 나는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대충 납득하며 책장을 넘기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뒤에서부터 읽어도 문제가 없었는데 그렇지 않다면 이 방법이 어려울 수도 있을 듯하다.




인간의 사고: 이미지 사고와 언어 사고


인간의 사고에는 이미지 사고와 언어 사고가 있다. 언어 사고는 논리, 추론, 계산에, 그리고 이미지 사고는 기억, 상상, 느낌, 창의성에 사용된다.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사고가 언어 사고다(너무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스쳐 지나가지만 일단 무시).



이미지와 영상이 난무하는 시대에 언어, 글, 문자의 중요성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과학적 증거 같아서 너무 반갑다. 우리 시대의 중심을 잡고 있는 SNS 두 가지는 이미지 위주의 인스타그램, 영상 위주의 유튜브. 긴 텍스트가 메인인 SNS나 플랫폼이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언어 사고가 이미지 사고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 사고가 언어 사고보다 중요한 것도 절대 아니다. 이 점이 자꾸 잊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언어라고 해서 기나긴 글만 포함하는 게 아니고 영상물의 짧은 대사 한 줄, 제목 한 줄도 당연히 언어다. 몇 초짜리 영상에서도 언어의 영향을 생각해 보면 더 재밌을 거다.




왜 과학자의 역할이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는 서술 방식이 무슨 매체에서 만들어낸 전형적인 이과형 인간 같다는 생각을 했다(ㅋㅋㅋㅋㅋ). 방대한 이야기를 한정된 공간인 책 하나에 담으려다 보니 핵심만 딱딱 전달하느라 사례나 비유를 들지도 않고 '다시 말해'나 '쉽게 바꿔 말하면' 같은 것도 없다. 가장 친절한 부분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이다.


열등생을 배려하지 않는 듯한 글쓰기에 서운하려 했으나 이 문과형 인간의 얄팍한 서운함은 나가는 말에서 싹 풀려버린다.


p.269


의미는 인간 뇌 작용이 생성한 정보적 속성이지 자연물이 아니다. 자연의 목록에 의미라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미와 상징은 인간의 신경 시스템이 창출해낸 정보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우주다. 의미의 세계는 우주 속 존재인 인간에서 생성되었지만 물리적 우주를 모두 담아낸다. 존재가 존재의 근원을 밝혀내는 순간 그 존재는 더 이상 존재가 아니다.



책을 전부 읽었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해 내가 과학자도 아니고 이걸 알아서 뭐 하나,라는 실망 섞인 포기를 하려는데 저 문장을 보니 어떻게 해서든 이 책을 다시 독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재의 근원을 밝혀나가는 건 과학자들이 한다 손치더라도 그걸 소화하는 건 내 몫이다. 마치 알파고를 이긴 게 이세돌이지 나나 인류의 승리가 아닌 것처럼(ㅋㅋㅋㅋ) 아무리 과학이 그 처음을 찾는대도 그걸 내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난 그냥 존재에 불과하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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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2022-08-2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덮었다가 이 리뷰를 읽고 그래도 좀 쉬울것같은 인간 챕터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쪽은 그래도 잘 읽히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