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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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_윌북 클래식에서 <설득>을 가장 먼저 읽고 싶었던 건,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나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설득’이라는 책 제목이 익숙한 건, 전에 독서 모임을 하려다 코로나 때문에 불발된 책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는데! 어쩜, ‘크로프트’라는 성이 너무 익숙했다. 내 기억력보다 더 믿음직한 친구들의 기억에 의지해 혹시나 하고 물었는데 역시나!


이 책 이미 읽었다. 독서 모임도 했다. 게다가 이미 리뷰도 썼다! 정말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읽었음을 인지하고 나니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그 덕분에 재독 인줄 몰랐던 재독을 하며 처음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었다.

(스포 살짝 있음)

2_처음 읽었을 때 리뷰를 보니 그때는 로맨스에 집중해서 읽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 다시 볼 때는 이미 누구와 누가 이어지는지 대충 기억이 나서 로맨스 외의 것들에 더 눈길이 갔다. 이렇게 많은 인물이 나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전에는 주인공의 서사만 따라갔다면 이번에는 다른 인물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예를 들어, 이번에 가장 매력적이게 느껴졌던 인물은 소피아(크로프트 부인)!

“부인은 직접 침착하게 고삐를 잡아 방향을 틀어서 무사히 위험을 피했다. (…) 앤은 그들의 마차를 모는 방식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아마도 그들이 매사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짐작했다.(p.138)”

동생인 프레더릭이랑 여성과 배에 대해 대담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고, 크로프트 부부에 대해 나오는 부분은 분량이 크지 않았지만, 나올 때마다 강인하면서도 다정한 면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생각보다 싱거웠던 인물은 상속자 엘리엇 씨! 끝에 나름의 반전은 있었지만 서사가 기대보다는 심심했다.

3_재독이다보니 초독 때와 느낀 점이 변화한 부분을 찾게 됐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책의 제목인 ‘설득’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읽었는데 이번엔 제목에 꽤나 초점을 두고 읽었다. ‘설득’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부분을 세세히 살피며 읽다보니 또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설득’에 대한 생각 차이나 앤과 프레더릭 사이에서 ‘설득’의 의미가 전과 변화된 부분을 하나하나 짚으며 따라갔더니, 내게는 과연 ‘설득’이 어떤 의미 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가 설득에 넘어갔을 때는 응당 따라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떤 의무도 저에게 도움이 될 수 없어요.(p.367)”

4_윌북 클래식 시리즈에서 가장 기대가 됐던 부분은 번역이었다.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로이 번역됐다는 점이 너무 궁금했는데, 역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그녀’의 부재였다. 이 책에는 ‘그녀’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그’라는 대명사로 통칭하는데, 가끔 ‘그’가 가리키는 게 무엇인지 헷갈리긴 했지만 이해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외에 번역의 세세한 차이를 발견하려면 원문과 타 출판사 책과 비교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전문을 보지는 못했고 부분 부분 궁금한 부분만 살짝 살펴봤다. 대화 부분 위주로 봤는데, 여남 간의 존댓말-반말은 솔직히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건 고전 작품이기 때문에 인물간의 친밀도나 신분 고하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설득> 말고 다른 작품에서는 좀 더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미 많이 번역된 작품이기 때문에 번역에 있어서 아주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아주 미묘한 차이가 큰 뉘앙스 차이를 불러올 수 있는 분야도 번역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이렇게 현대적인 시각을 반영해서 새로 번역되는 작품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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