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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 - AI가 사람을 돌보는 시대, 노인 돌봄의 미래
AI와 돌봄을 잇는 연구회 지음 / 헤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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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기계와 사람 사이의 돌봄이 교차하는 현장을 보여주며, 우리가 잊고 있던 질문을 던져주었다. 기계도 할 수 있는 마음 읽어주기를, 가족, 지인으로 우리는 왜 정작 잘 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되새겨보게 하였다.

 

감정이 축적되지 않고 컨디션에 기복이 없는 기계의 장점은 때로는 가장 가까운 가족보다 더 안정적으로 어르신 곁을 지킬 수 있었다. 책 속의 여러 사례를 통해, 가족이지만 오히려 더 쉽게 무심한 말투와 감정을 드러내는 현실, 그리고 세대 간의 간극으로 인해 이해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였다.

 

기계의 차가움을 포근한 인형으로 감싸져 어르신들에게는 따뜻한 동료애로 다가와 머무를 수 있다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다. 은퇴 후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91세 어르신과 돌봄 로봇의 이야기는, 로봇이 단순한 기계적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일상의 리듬을 유지해주는 든든한 벗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시대가 바뀌면 사람도 변화해야 한다"는 말처럼, 기계의 발전에 그저 저항하기보다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 책이 인상적인 점은 단순히 기술의 효용성을 찬양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계는 분명 발전하겠지만, 진정한 돌봄의 핵심은 여전히 인간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봉사자나 사회복지사가 어르신과 로봇 사이의 마음의 쿠션이 되어주는 순간, 기술이 채워주지 못하는 공백이 메워지고 있었다. 이는 고령의 부모 세대를 둔 중장년의 독자로서도 깊이 공감 되는 부분이다. 나이가 들어보지 않고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심리적 장벽과 두려움을 녹여내는 데는 결국 사람이 가진 공감과 인내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텔레뱅킹이나 인터넷 뱅킹조차 두려워하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노년기의 신체적·정신적 제약은 더욱 크다. 그렇기에 기술 발전 속에서도 우리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기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욕구와 필요를 기계에 매개 해주고, 그 과정에서 따뜻한 정서적 접촉을 이어주는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난 뒤 남는 여운은 단 하나였다. 고독한 노년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과 위로, 그리고 그 마음을 읽어주는 정성이라는 것.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결국 노년의 행복은 인간다움에 있고, 기계는 그 곁에서 위기 시 완충재로 머물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생각이 끝없이 일어났다.

부담없이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는 상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귀 기울여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과 연결된 그낌, 존재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 P74

중요한 점은 AI돌봄 로봇이 인간 접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가족, 친구, 돌봄 제공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AI동반자는 그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는 따뜻한 존재가 된다. - P92

돌봄 로봇이 제공하는 일정한 리듬은 멀리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래 주는 든든한 위안이 되고 있었다. - P133

기술과 인간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돌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초고령사회의 도전에 대응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P190

"돌봄이란 요양보호사가 정해진 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머무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진심으로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감각이에요. 그게 바로 가족이죠."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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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 - AI가 사람을 돌보는 시대, 노인 돌봄의 미래
AI와 돌봄을 잇는 연구회 지음 / 헤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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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고 난 뒤, 마음에 남은 건 단순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노년의 행복은 결국 ‘인간다움’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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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
이훈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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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시작을 맞이하며 한 권의 에세이를 읽었다. 제목은 나는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 저자는 피아니스트 이 훈이다. 그는 본래 촉망받는 연주자였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왼쪽 뇌의 60%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겪었다. 그 결과 오른쪽 몸이 마비되었고, 연주자의 삶을 이어가는 길은 단절될 듯 보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나는 단순히 회복 탄력성이라는 교과서적 단어로는 설명하기 힘든 저자의 길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가 걸어온 시간은 거칠고 힘들었지만, 글 속에서는 놀랍도록 담담하고 따뜻하게 다듬어진 숨결이 흘러 있었다.

 

그때의 내가 할 일은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은 상황,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매일과 순간을 인내하고 인정하는 것뿐이다.” (p.47)

 

 짧은 두 줄의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좌절과 회유, 끝없는 부정과 받아들임이 교차했을 것이다. 화려했던 과거를 부정하고 싶었을 저자가 그 시간을 인내와 인정으로 담담히 적어낸 모습은 오히려 고독과 외로움의 깊이를 더욱 짙게 느끼게 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원망하고 탓하고 싶었던 마음을 어떻게 저자는 인내와 인정으로 바꿀 수 있었을까? 본디 저자가 나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어서 가능했던 걸까? 이런 의문 속에서 오히려 나의 부족함과 연약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람에게 가장 큰 무력감은 잘하던 일을 더 이상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가장 큰 상실감은 일상적인 행동마저 가로막힐 때 찾아온다. 저자에게 오른손은 목표 의식과 성취가 빛나는 시기를 상징했다. 화려한 연주 무대와 도전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수술 이후의 삶은 마치 피아노의 왼손과 같았다. 묵직하고, 느릿하며, 속도를 맞추며 조화를 만드는 중저음의 세계. 그는 그 세계를 몸으로 받아들이며 성숙한 거절과 수락의 과정을 글 속에 담아냈다.

  

 왼손으로만 이루어진 연주에서는 때때로 흐름이 끊기고 명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결핍이 새로운 매혹으로 다가왔다. 연주의 공백과 흔들림은 오히려 삶의 울림을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작곡가의 악보를 넘어 삶 전체를 해석하는 듯한 저자의 태도는, 한 사람의 연주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보여준 뚝심과 넓은 시야였다.

 읽는 내내 그의 어머니가 책 속 작은 방 안에 앉아 있는 듯했다. 슬픔을 속으로 삭이듯, 약하고 느리게 그러나 단단히 아들을 지탱하는 모습은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짧지만 절절한 울림은 독자인 나에게도 전해졌다.



 

 이 책을 통해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왼손 연주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 곁의 왼손들’, 즉 보이지 않게 균형을 맞추고 조화를 이루는 존재들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꼈다. 화려함이 사라져도 삶은 여전히 빛날 수 있음을, 결핍 속에서도 울림은 더욱 깊어질 수 있음을 이 훈의 에세이가 증명해 주었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음악처럼 조율해 나가는, 한 인간의 용기와 겸허함이 담긴 기록.

 책장을 덮고 난 후, 나도 나의 왼손들을 더 귀 기울여 듣고 감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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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 정은문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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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을 읽고 난 후, 마음속에 남은 침묵에 대해

‘그 시절을 살지 않았지만, 그들의 침묵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흘러가는 지금, 말은 넘쳐 나지만 진심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아니, 하지 못했던 그 시절 사람들의 마음이.



말 없는 서울, 1979년의 풍경

『계엄』은 1979년 유신 체제 말기의 서울을 배경으로 합니다. 흥미롭게도 이야기의 중심에는 일본에서 온 강사가 서 있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당시의 서울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군사 정권”이라는 단어 너머의 감정과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은 조용합니다. 드러내 놓고 시대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에, 눈치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의 긴장과 숨죽인 감정이 묵직하게 전해집니다. 그 무게는 오히려 시끄러운 고발보다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군대와 징병제, 침묵의 무게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주제는 ‘군대, 징병제’입니다. 특히 한국 남성들의 군 경험이 얼마나 깊은 침묵 속에 묻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군대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말을 멈추는 남편, 농담처럼 시작했다가 씁쓸하게 끝나는 지인들의 표정. 그 낯익은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굴욕, 고립, 복종, 폭력, 체념. 누군가는 그냥 지나온 시간이라 말하겠지만, 그 침묵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침묵했고, 우리는 그 침묵을 너무 쉽게 지나쳐왔던 건 아닐까요?



모순된 감정,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에 대한 그리움

소설 속 인물들은 고통스럽던 군 시절을 때때로 그리워합니다.
이 말도 안 되는 감정이 왜 이해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육아와 집안일에 지쳐 눈물 삼키던 시절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가끔은 그 시간이 그립습니다.
모든 고된 시간엔 그렇게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나 봅니다.



“왜 사느냐?”라는 질문에 “그럼 죽지 뭐”라고 답하던 시대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영화가 소설 속에 잠시 등장합니다.
그 시대 청춘들의 허무함, 말하지 못하는 절망이 농담처럼 툭 튀어나온 그 대사에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날도 비슷한 질문이 오갑니다. "왜 사느냐"고 묻는 사회, "그냥 살아야 하니까"라고 말하는 청년들.
세상은 바뀌었지만, 청춘의 답답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일본을 멀리하면서도 닮아간 우리 사회

또 하나 눈에 들어왔던 건, 한국 사회가 겉으론 일본을 강하게 배척하면서도 그 문화와 언어, 시스템을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정신 유신” 같은 말이 일본 메이지 유신에서 온 표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을 알고 살아가는가? 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표면적인 반일 감정과 무의식적인 동경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모순을 외면해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40대 주부로서,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

『계엄』은 단지 정치나 역사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저 같은 사람도,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 그 시대의 공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책을 읽으며 저는, 제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를 바라보는 눈을 조금 더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공감이어야 한다는 것.

말하지 못했던 이들의 침묵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계엄』은 침묵을 이해하게 만든,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책이었습니다.
그 침묵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지금 우리의 사회 속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역사의 선두에 서는 사람은 언제나 지식인인 학생입니다.
나는 그때 다시 한번 한국과 일본 대학생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 P143

1년간의 서울 체류는 예상치 못한 만남의 연속이었다. 만남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결정적이라 요령껏 지식과 정보를 나의 내면에 수납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나는 한국인이 민족이든 역사든 거대한 관념과 씨름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어떻게든 손을 뻗어 만지려 했다. 하지만 너무나 뜨거운 열기에 겁을 먹고 머뭇거렸다. 관념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꾸만 멀어져갔다. p292~293
나는 한국에 와서 ’학생의거‘라는 말을 배웠다. 1919년 파고다공원 앞에서 조선 독립 시위 행진을 시작한 시민들. 1960년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학생들. 많은 의생자를 낸 운동이었지만 그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금 의거로 순국한 애국자로 추앙받는다. 1929년 광주보통중학 소년들도 식민 지배의 굴욕에 분노하여 의거에 몸을 던진 사람들로 인정받는다. - P144

독도는 이제 실체를 잃어버린 채 편협하게 관념화되었다. 그 관념에 봉사하기 위해 짧지 않은 세월을 희생한 홍기철에게 동정을 느꼈다.
- P140

그가 인생을 다 써버렸다기보다는 인생이 그를 다 써버린 셈이다. - P233

이럴 바엔 하루 동안 계엄령하에서 거리를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어보자.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군대가 시내에 주둔한다는 것은 반어적 의미로 치안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평소보다 두 시간 빨라진 통행금지를 염두에 두고 ‘구경(관광)에 충실해보자. - P263

1년간의 서울 체류는 예상치 못한 만남의 연속이었다. 만남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결정적이라 요령껏 지식과 정보를 나의 내면에 수납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나는 한국인이 민족이든 역사든 거대한 관념과 씨름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어떻게든 손을 뻗어 만지려 했다. 하지만 너무나 뜨거운 열기에 겁을 먹고 머뭇거렸다. 관념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꾸만 멀어져갔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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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걷기
박산호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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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걷기』를 읽고, 나도 조용히 걸어본다.

이 책은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니다.
10명의 사람이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나요?”

조용한 질문이었지만, 나에겐 너무 깊었다.
남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오래 나를 잊고 있었구나 싶어서.

누구 인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기만의 길을,
누구의 것도 아닌 방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문득 나도, 어디 인가에 좀 더 진심이고 싶어졌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김지수 기자의 말이 오래 남았다.
“고난이 제 인생의 디폴트이자 인생 자체였죠.”

고난을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본 값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건 어쩌면, 고난 속에서도 자기 삶을
단단히 껴안고 걸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말 같았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10명의 이름을 검색했고,
그들의 발걸음을 조금 더 따라가 보고 싶어졌다.
조용히, 아주 깊게 내 안에 스며든 이 책 덕분에.

『다르게 걷기』는 말해준다.
우리는 모두
지켜야 할 ‘마음’을 하나

쯤 가지고 있다는 걸.


다른 발걸음, 다른 속도지만
자기 삶을 다정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그 길 위에 나도 조용히 발을 디뎌본다.

 오늘, 당신은 어떤 길을 걷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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