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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밀리미터의 혁신 - 5년 안에 50배 성장한 발뮤다 디자인의 비밀
모리야마 히사코.닛케이디자인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4.0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디자인쪽이다 보니 아무래도 디자인 관련 행사나 디자인 관련 책들은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게 된다.
<발뮤다>는 지난 3월에 개최된 ‘서울디자인리빙페어’에서 내겐 인상 깊었던 부스 중에 하나였었다.
전시된 제품들이 블랙과 화이트 톤으로 다 하나같이 깔끔하고 예뻤고
전문가분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와 구워 주는 토스트까지도 맛이 훌륭하고 너무 좋았었다.
그래선지 <발뮤다>는 박람회의 부스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던 부스중에 하나가 아니었나 싶었다.
‘그린팬’이라고 기존의 선풍기와는 다른 바람과 기능,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눈에 띄어서 박람회 후에도 계속 찾아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런 브랜드였었는데
그런 발뮤다의 뛰어난 성장을 가능케한 비밀, 발뮤다만의 디자인의 철학을 담은 책을 만나게 되어 굉장히 반가웠다.
내가 깜짝놀랐던 것은 발뮤다는 당시 직원 3명에 연간 약 4억원을 벌어들였던 작은 회사였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사무용제품과 컴퓨터 주변기기를 개발하던 작은 기업이었었고
세계 금융 위기의 영향을 받으면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그때에 발뮤다의 대표가 개발한 제품이 내가 만났던 <그린팬>이라는 선풍기였다.
이 선풍기를 기점으로 발뮤다는 5년간 혁신적인 가전제품을 출시하며
50배이상 급성장했다고 한다.
정말 기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책의 끝부분엔 대표가 살아왔던 이야기와 이력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는데
대표의 마인드 자체가 남다른 사고와 관점으로 살아왔구나
그렇기에 발뮤다는 성공할 수밖에 없었겠다라는 느낌을 받기도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의 고민과 ‘나는 뭐든 될 수 있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있다’라는 결론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7살의 나이로 유럽으로 여행을 홀로 떠났다고 한 자세도 놀라웠다.
확실히 디자인부터가 깔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미 포화된 선풍기시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발뮤다의 생각은 달랐던 것이다.
<그린팬>시리즈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선풍기 업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정말 시선을 압도하는 정갈한 디자인은 성능까지 부각시켜준다.
발뮤다는 이 성공을 시작으로 배터리팩을 별도로 구매해 끼우면 따로 전원코드를 연결하지 않고도 사용가능한 그린팬을 개발했다.
코드가 없어도 어디로든 선풍기를 가져가 사용할수 있는 것이다.
정말 놀라운 생각이 아닐수 없다.
‘어떤 제품을 제안하고 디자인해야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그 고민을 발뮤다는 해결해낸 것이다.
개발자가 좋아하는 물건은 팔리지 않는다
가장 공감이가고도 끄덕였던 대목이다.
나도 디자이너다보니 항상 내 마음에 들고 나에게 더 애착이 가는 시안이 있다.
신기한 것은 가끔 그 애착을 갖고서 신경썼던 시안보다
예비용으로 제시한 시안이 채택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발뮤다 테라오 겐 대표는 느꼈다.
발뮤다 제품이 전혀 팔리지 않았던 때에 그는 회상했다고 한다.
‘제가 이상적이라 여기며 만든 제품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결코 일치하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말이죠.’ p.23
그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기꺼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때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만들겠다는 발뮤다의 디자인 경영 원칙 역시 빛을 발하게 된다는 사실을 느낀 것이다.
그 뒤 테라오 겐 대표는 자신이 원했던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쪽으로 발뮤다의 방향을 전환했다고 한다.
음악가든 미술가이든 모든 창작자들이 겪는 딜레마는 아마 내가 하고싶은 주제를 펼쳐보일것인가 대중이 원하는 주제를 펼쳐보일것인가 일 것이다.
물론 정답은 없을 것이다. 추구하는 행복과 소신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역시도 일에 있어서 고민을 할때가 있다.
분명 내가 더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더 수용해야만 하는 때에 말이다.
그럴때마다 나는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어 아쉬움에 소신을 접을때도 있지만
이렇게 사고를 전환해서 테라오 겐 대표의 말을 떠올려보면
그게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것이란 느낌이 든다.
꼭 기억해야겠다.
발뮤다가 경영 방침을 대폭 전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제품에 대한 쓸데없는 고집을 버렸기 때문’이란 것을.
대부분의 기업이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고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데에 있다고. 보통 기업가는 막대한 노력을 쏟아부은 기술이나 대대로 고수해온 시장, 또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끌어온 사업을 버리지 못한다.
발뮤다는 쓸데없는 고집을 버리고 객관적인 자세가지기부터 시작한 것이다.
경영자가 좋아하는 물건에서 많은 사람이 원하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으로말이다.
이것은 모든 개인의 삶의 영역에서도 해당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잘못되었고 분명 틀렸다라고 생각되는 일들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돌아보고 그리고 고집을 버리고 인정하며 변화를 취하기.
디자인 경영에서 벗어나 정말 많은걸 느낄 수 있었다.
발뮤다의 성공은 또한 테라오 겐 대표의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자세에서도 엿볼수 있다.
전기 코드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만든 그린팬 미니는 제품의 특성상 사용자의 피부에 맞닿을 일이 많다고 한다.
점검 후 이것을 파악한 대표는 공정을 한 단계 더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제품 전면 뿐아니라 바닥에 이르기까지 표면에 노출되는 모든 검정색 부품에는 고무처럼 보들보들한 촉감이 느껴지도록 코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품질 점검후 공정 추가에는 금전적인 문제가 수반이 된다.
“<그린팬 미니>만 하더라도 코팅 공정 하나를 추가하는 데 대당 몇백 엔씩 비용이 상승했습니다.” p.29
그렇다면 어디에서 자금을 투자하고, 어디에서 비용을 줄였을까?
대표는 원래 할당되어 있던 마케팅 예산을 삭감하고 그만큼을 더 디자인과 품질 향상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상자를 열고 제품을 조립할 때 느껴지는 사소한 촉감의 차이가 브랜드 충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제품을 처음 접하는 순간 되도록 많은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예산을 삭감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차피 천만 엔, 이천만 엔의 자금을 투자할 거라면 마케팅보다는 제품 개발에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 발뮤다의 위치에서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철저하게 신경 써서 품질을 향상시키는 편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p.29
품질 향상에 주안점을 둔 것이 결국 시장의 신뢰도 얻은 것이다.
결국 스타트업 기업이 강한 브랜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처럼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 자금을 디자인에 할애하려는 경영자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발뮤다가 가전제품을 만들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소재는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테라오 겐 대표는 플라스틱을 보면 ‘가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그래왔듯이 금속이나 따스한 느낌을 주는 나무 소재를 쓰고 싶었다고.
하지만 기능성이나 대량 생산, 비용 등의 요소를 생각하면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왕에 플라스틱을 써야 한다면 저렴해 보이지 않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비자는 손으로 만졌을 때의 온도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한다고 한다.
온도 변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플라스틱을 ‘싸 보인다’라고 인식한다고.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플라스틱은 온도 변화가 적어서 만져보면 속이 꽉 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 두께를 두껍게 제작하면 다른 플라스틱 제품에 비해 확실히 단단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저렴한 물건이라는 이미지도 불식시킬 수 있고요.” p.61
제품의 무게또한 중요하게 생각했다.
으레 물건을 옮길 땐 용이성과 휴대성을 고려해 무게를 가볍게 하는편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충분한 중량을 가지는 편이 유리하다고.
그래서 발뮤다는 플라스틱 제품은 얇고 가벼워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두껍고 무거운 제품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은 아무리 두껍게 만들어도 재료비가 상승하지 않는 걸까?
테라오 겐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플라스틱을 두껍게 만들면 그만큼 비용이 상승하지요. 하지만 앞으로도 언제든 플라스틱을 두껍게 만들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무리하게 재료비를 줄이진 않을 겁니다.” p.63
왜 많은 사람들이 발뮤다의 디자인에 열광하는지 그 답을 테라오 겐 대표의 디자인과 재료에 대한 철학에서 엿볼수 있는 것 같다.
아이덴티티마저 버려라.
이것또한 놀라운 결정이었다.
발뮤다는 <그린팬 S>를 디자인하면서 한가지를 더 바꿨다.
그것은 발뮤다가 거의 모든 디자인에 적용했던 초록색 원형 인디케이터를 없앤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린팬 S>를 자연스럽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하고
디자이너와 이야기하던중 초록색 원형 인디케이터가 부자연스럽다란 지적이 나왔다.
“사실 동그란 초록색 인디케이터가 발뮤다의 아이덴티티라고 여겼거든요. 지금까지 모든 제품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없애자는 의견에 저항감이 들었습니다.” p.78
그럼에도 테라오 겐 대표는 초록색 인디케이터를 없앤 모델을 만들었다.
그런데 심플한 느낌이 예상보다 괜찮았다.
또한번 고집을 버리니 깨달음이 찾아온 것이다.
이후 발뮤다 개발팀은 ‘이 제품에 정말 필요한 디자인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토론하고 검토했다.
브랜드 구축에 필수적인 아이콘마저 과감히 포기한 발뮤다의 디자인 경영은 정말인지 대단한것같다.
사실 창작자의 입장에서 고유의 마크나 브랜드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삭제한다는 결정은 결코 쉽지않은 결단일텐데 과감하게 판단을내리고 고집을 내려놓은 모습이 정말이지 대단하다 싶다.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간단하게 하려할수록 어려운것같다.
분명 전해야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포기할것과 내려놓을 점들은 과감히 내려놓고 새로운 입장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자세는 나 또한 배워야 할 점인 것 같다.
기존 방식에 얽매에지 않고 발전하는 발뮤다의 디자인이 뛰어난 이유를 알수있을것같다.
테라오 겐 대표의 아이디어에 대한 자세 또한 많은걸 느끼게했다.
“초반부터 별로라든가 재미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의욕이 꺾이니까 처음에는 그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은 사람을 골라 얘기합니다. 사람들과 말하면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반대 의견을 들으면서 다른 방향으로 발상을 확장하기도 하죠. 이 작업이 저에게는 일종의 리서치가 되는 셈입니다.” p.108
약점이 나왔다고 해서 아이디어를 포기하지않는 것이다.
대신 가능성 있는 부분은 더욱 발전시키는데 힘을 기울이는 것.
분명 아이디어가 순조롭게 제품 개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끊임없는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아이디어는 상품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또한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하기 위해 평소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방법을 전수한 점도 좋았다.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느낄 때면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봅니다. 가령 볕 좋은 어느 봄날, 제가 공원에서 간식을 사 먹었다고 가정해보죠. 거기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기분이 좋았다면 그때 먹었던 간식의 맛과 냄새, 나무의 향과 잎사귀의 바스락거림, 거리의 소음과 하늘을 나는 비행기 소리,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처럼 그 경험과 관련 있는 모든 감각을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준 기분 좋은 감각을 몸의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느꼈고, 또 그때의 감촉은 어땠는지 하나하나 분석하며 머릿속에 입력해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감각이 예민하게 단련됩니다.” p.122
이처럼 테라오겐 대표는 수치로 분석하기 힘든 대상을 만나면 자신의 감각을 총동원하여 가치를 매긴다. 그리고 모든 관계자가 같은 감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렇게 발뮤다 제품의뿌리에는 일상에서 감각을 단련하고 센스를 키우는 임직원들의 노력이 깔려있다.
‘생활 속에 존재하는 불편함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무려 5년 안에 50배 성장한 발뮤다에는 이렇게 제품 개발에 임하는 테라오 겐 대표의 한결같은 태도가 숨어있다.
선풍기는 모든 가전 브랜드가 한 번쯤 출시했을 만큼 더 이상 새로울게 없는 영역이며 모든 집에 한 대 쯤은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제품이었기에 기업들은 기본 구조는 개선하지 않고 색이나 형태같은 디자인만 조금씩 바꿔 출시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발뮤다는 기존 선풍기와는 전혀 다른 발상의 독자적인 날개구조의 그린팬을 출시한 것이다.
정말 혁명적이지않을수 없다.
예전에 적어놓았던 이노디자인의 김영세대표의 말이 떠올랐다.
사소한 일상에서 보물을 만들어라. 좋은 디자인이란 사실 멀리있는 것이 아니며, 뛰어나게 혁신적인 것이 아니다.
불편한 것을 참지말고 해결하라. 좋은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닌 무언가 개선되는 디자인이어야한다. 특히 불편함을 개선하는 디자인이야말로 디자인의 존재를 더욱 명확히 해준다라고.
테라오 겐 대표 역시 실천해왔던 방침아닌가.
앞으로 발뮤다는 어떤 제품을 또 보여줄것인가.
무한한 가능성 무한한 노력 또 한번 마음을 움직일 제품을 보여줄것이라 기대된다.
“가능성은 믿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존재하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는 얼마든지 자신의 의지로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깊이 되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