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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평점 :
대한민국의 정치는 과열되어 있다. 집권, 집권 유지, 개혁의 진척 등 하나로 모아 표현해 각 당의 ‘목표’라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 나라가 운영될 방향을 잡기 위해서 진보와 보수 각 세력의 정권 장악 다툼이 불가피한 사회 인듯하다. 그러나 그 세력 다툼은 점점 너무나 과열 된 끝에 ‘과정’ 보다는 ‘결과’에 집중하게 되었다. 여기서의 과정이란 국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서 그들의 손에 의한 ‘집권’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진 결과로써의 정권은 국민의 기대에 보답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권의 현실은 ‘결과’만을 추구한 나머지 과정의 중요성을 잊어버렸다. 과정에서 진정성이 사라지고,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실행 의지 없는 번지르르한 공약을 내세우게 되었다. ‘소통하는 척’을 통해 출범한 정권은 당연히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기대에 보답 받지 못하는 것의 반복에 지쳐버린 국민은 정치에 등을 돌리고 그를 반영하듯 투표율은 바닥을 쳤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계의 현주소다.
동서고금, 그 어느 나라와 시대를 보더라도 권력층이 국정 운영을 바르게 하지 못해 사회가 병들고 아프면 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민중이다. 권력층의 결정의 결과가 적용되는 대상이기에 바로 피부로 와 닿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식인층은 그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론을 쏟아낸다. 사회가 논란이 많을수록 서점가에 진열되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서적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국 교수의「진보집권 플랜」역시 그러한 서적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정치색이 없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일 수도, 드러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한 연고로 진보의 입장에서 한국의 사회와 정치를 논하고 판단하는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특정 정치 관점이 없는 내가 이 책의 내용을 무작정 수긍하지 않기 위해서 책을 펴기 전 세 가지 물음을 정했다. 조국 교수, 그는 진보를 무엇이라 설명하는가? 진보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변하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조국 교수의 「진보 집권 플랜」이 제시하는 답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따라서 책을 읽었고 그에 따라 평하도록 하겠다.
조국 교수, 그는 진보를 무엇이라 설명하는가?
조국 교수, 그는 자신의 서적 속에서 진보를 서민과 보통사람이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구현을 지향하는 세력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세력임을 주장한다. 또한 그는 가진 자에게만 유리한 편향된 자유주의의 편에 선 보수의 문제로 우리나라의 사회의 병든 부분들을 지적하며 진보의 집권이 필요함을 말한다. 보다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잡히고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현재 문제가 많은 사회 전반의 각 분야에 진보 개혁 진영이 가진 성향과 가능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그가 집권해야 함을 말하고 지지하는 진보란, 예를 들어 민생문제에 있어서도 몇 퍼센트의 소수에 불과한 부유한 국민이 아니라 다수를 차지하는 평균 혹은 그 이하의 부 수준에 있는 국민들에게 이상적인 복지 수준을 만들 수 있는 세력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민감한 문제인 남북관계 문제에서 역시 보수 진영은 공격적이고 경직되어 있어서 그들의 논리대로만 따르면 ‘냉전’ 분위기를 벗어 날수 없는데, 진보 진영은 앞선 정권의 햇빛 정책처럼 민감한 남북 관계를 평화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가 말하는 ‘진보’란 경직되지 않아 긍정적 변화의 기대를 걸어 볼 만한 세력이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조국 교수, 그는 진보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변하라 하는가?
조국 교수는 책의 전체 내용 속에 현 사회의 사회 경제 민주화와 교육, 남북문제 그리고 진보진영의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와 그 대안을 제시해놓았다. 그는 현재의 정치권에서는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을 말한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과거와 연속 선상에서만 바라보려 하지 말고 현대 사회가 가지는 문제와 요구의 특성에 발맞추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의 문제는 이미 너무나 많이 문제화와 논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현재에도 계속적인 발전 움직임은 필요하나 그것이 현대에 국민들에게 절실한 ‘본질적 문제’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필요의 본질에 다가가는 정치권만이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그의 말이 옳다. 국민들이 정치에 기대하는 것이란 결국 현 정치가들이 밥을 먹여 줄 수 있는 것이냐는 것이다. 참정 권리에서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무언가를 온전히 ‘누리는’것에 대한 문제는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배고픈 군중에게 밥을 먹여 줄 것처럼 떠들고 정작 그들의 굶주림을 달래주지 못한 정치세력은 결국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본 저서 속에서 그는 과거 진보 진영의 집권을 이루어낸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의 정부 시절에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과 보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를 나눈다. 대표적인 것이 두 정부가 진보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과거 권위 체제하의 보수적 박정희식 복지모델에 기초한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근래까지의 진보 진영의 문제도 이와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남은 돈으로 배고픈 국민을 먹여 살리는 과거형 복지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에서 벗어나 복지가 바로 성장이고 고용 창출이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한다.
너무나 지친 현대의 국민은 한 정권에 기대를 오래 걸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의 행보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지지율이 급격히 변화한다. 대의제란 결국 타인을 신용하고 타인에게 나의 결정권을 ‘지지’의 형태로 잠시 양도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말로 잠시다. 이것이 정치권력을 잡은 이가 잊지 않아야 하는 문제이고 집권을 원하는 진보 세력이 치열하게 의식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의 책 역시 국민을 일시적으로 어르고 달래 놓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여 줄 수 있는, 즉 진정한 ‘소통’을 위한 방법론이다. 정치적 민주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지난 정권들이 지나치게 정치적 민주화를 논하는 데만 최적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는 진보가 정치적 민주화와 민생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진보가 집권하고도 다시 물러나야만 했던 이유와, 앞으로의 집권 비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나는 조국 교수의 「진보 집권 플랜」이 제시하는 답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국, 그가 제시하는 것은 진보가 흘러 갈 수 있는 방향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범답안’이다. 결국 책에서 글로써 제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에 그가 미처 책 속에서 언급하지 못하고 머릿속에 담고만 있을,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이 더해진다면 앞으로 진보 개혁 진형의 ‘집권 플랜’으로써 손색이 없을 것이라 본다.
시민들이 갈수록 정치를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최근의 정치 상황과 정치가들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집권’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과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국은 다르다. 조국 교수가 제시하는 방향에는 현재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그 해결의 실효성이 미래에까지 이어지는지에 대한 고찰이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현재의 ‘방법론’이 현 사회 운영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자신들, 386 세대의 사회뿐만 아니라 그 사회를 이어받을 다음 세대에게도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 까지 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과 고민상, 그리고 해답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우리나라의 현대 정치와 그 내의 문제는 보수는 누가 더 보수적인가를 두고 그네들끼리 다투지 않는데, 진보 진영은 누가 더 진보적인가를 구고 다툰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설익고 어설프다. 그러나 나는 조국 교수의 책을 읽은 뒤 그 어설픔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