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 you love me every waking moment,
당신이 깨어있는 모든 순간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Say you need me with you now and always
내가 당신과 항상 함께 있기를 원한다고 말해주기를
Say you love me.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너 없인 나도 살지 않을 생각이야」


4. 마지막 계절(떠나간 자에게는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환상이 깨지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닥을 내려다보자 머리가 왜 이렇게 아팠는지 깨달았다. 바닥에는 여기저기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방안이 피 냄새로 진동했기 때문에 속이 메스꺼웠고 머리가 아팠던 거였다. 시선을 천천히 돌려 내 손목을 바라보았다. 절망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칼을 집어 드는 내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괴로워하던 찰리도. 나는 물끄러미 그것을 응시했다. 그건, 지금의 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헤질 대로 해져서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피가 배어나올 것 같은 상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칼라일의 서늘한 손이 내 손목의 상처를 덮었다. 나는 차마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볼 자신이 없어서 눈을 감아버렸다. 이제껏 현실을 외면해 왔듯이. ‘그날’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에드워드가 없이 버틸 수 없었던 나는 그날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에드워드의 환상에 미친 삶을 살았다. 그가 죽었다는 현실과, 그 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곁에서 멀어지며 환상에 매달려온 비참한 시간. 그러나 내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시간을 보상해줄 유일한 ‘그’는 이제 내 곁에 없었다. 내가 그에 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를 떠난 에드워드와 내가 죽었다는 말에 세상을 포기해버린 에드워드. 어느 쪽이 그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없는 채 보내는 나날은 차라리 살아있는 것이 지옥이었다. 


 너는, 죄책감이었을까. 


 누군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나는 풍겨오는 향기에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앨리스.” 


 내가 고통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입 밖에 냈다. 볼테라에서 이후 처음으로 불러보는 그녀의 이름. 그녀의 천사 같은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던 그때 표정이 떠올라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라오는 것을 꾹꾹 눌렀다. 


“벨라.”  


 그녀의 목소리에 조용한 슬픔이 담겨있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입술을 깨물었다. 


“나를 봐 벨라.” 


 고집을 부리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앨리스는 부드럽게 내 턱을 잡아 얼굴을 들어올렸다. 나는 그제야 그녀를 응시했다. 앨리스의 눈이 깊은 호소력을 담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벨라, 넌 우리에게 죄의식을 가질 이유가 없어. 이렇게 되어버린 건.......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네가 이러면 난 내 자신을 자책 할 수밖에 없어. 내가 그러길 원해?” 


 내가 그녀를 더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다시 떨어트리며 아니라는 뜻으로 머리를 휘젓자 칼라일과 앨리스 뒤에 서있던 제이콥이 불만스러운 신음을 터트렸다. 내가 앨리스에게 떳떳하지 못하는 것을 불만스러워 하는 듯 했다. 앨리스는 말을 잇기 전에 잠시 고통스러워했다.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서투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겠지.”
“제발 그러지마.”
“에스미가 널 보고 싶어 해.” 


 앨리스가 내 팔을 부드럽게 잡아끌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리다가 칼라일과 눈이 마주쳤다. 칼라일이 섬세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 꼬리가 다정하게 휘었다. 그리고 다물고 있던 입술 가득 미소를 지어주었다. 


“에스미를 보러 가주겠니.” 


 그가 속삭였다. 


“나는, 에스미를 볼 면목이 없어요.” 


 내 말을 들은 앨리스가 나를 나무라듯 말했다. 


“에스미는 너를 탓하기 위해서 부르는 게 아니야 벨라. 그녀는 네가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어. 너를 보지 못하면 에스미는 더 괴로워하겠지. 그녀는 네가 널 떠난 우리 가족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 


 칼라일이 손을 내밀었다. 내가 주저하듯 그 손을 마주 잡자 그가 나를 안아 올렸다. 


“그녀가 기뻐할 거다.” 


 나는 기운 없는 눈을 감았다. 제이콥이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내 손목의 상처를 보았을 것이다. 제이콥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에 또 다시 새로운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를 안고 걷던 칼라일이 멈춰 섰다. 


“잠시 벨라를 데리고 다녀와도 괜찮겠습니까?”
“좋소.” 


 찰리가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너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건지 생각하기도 싫어지기 시작했다. 잘못된 건 절벽에서 뛰어내려 원인을 만든 나 하나이니 나 혼자 죄책감에 시달리고 괴로워하면 되는 것을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나와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오로지 나 때문에. 나는 다시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이제 차에 태워지고 있었다. 나를 뒷좌석에 태운 칼라일은 조용히 운전석으로 갔고 앨리스는 내 옆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나를 끌어안으려 했지만 나는 조용히 그녀를 밀어냈다. 앨리스가 상처 받는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이 나를 감싸려고 할 때마다 나는 죄책감이 늘어갔기 때문에. 나는 바라볼 곳이 없어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달리는 차 밖으로 스쳐가는 먼 곳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흐린 회색빛이었다.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밖의 풍경은 계속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고 이제는 나무가 울창한, 눈에 익은 숲이 들어왔다. 저택은 여전히 그 속에 있었다. 전혀 달라진 것 없는 모습으로. 저택을 감싸던 음산한 넝쿨도 사라지고 저택에서는 환한 불빛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조용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앨리스가 조심스럽게 내 어깨를 감싸 안고 현관문 앞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우리 앞에 서있는 칼라일이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기 위해 꽉 다물고 있던 입을 떼었다. 집안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그들이 떠나기 전과 똑같았다.  


 그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거실에 있는 것은 에스미 혼자였다. 완전히 집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자 다시 속에서 무언가 치밀고 올라왔다. 코가 시큰해지는 느낌에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진실한 눈빛이 나를 응시했다. 그녀가 속삭였다. 


“벨라.”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따스한 애정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에드워드와 처음 이 집을 방문 했을 때처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능력을 지닌 그녀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내 손을 잡았다. 한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픈 기억-그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였으니까. 에스미는 조용히 속삭였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좋겠구나.” 


 그 말에서도 연상되는 얼굴에 심장이 욱신거렸다. 나는 눈을 돌려 그녀의 결 좋은 섬세한 갈색 머리칼을 바라보았다. 에스미가 다시 조심스럽게 잡았던 내 손을 놓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고리의 느낌에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아.” 


 내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링 위의 다이아몬드들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다이아들이 박힌 섬세하고 가는 금반지가 내 손에서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멍하게 반지를 내려다보던 내가 에스미를 쳐다보았다. 에스미는 잠시 조용한 눈길로 내 손에 있는 반지를 응시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언젠가 네 것이 되었을 물건이란다.”
“에스미, 전 이런 걸 받을 수 없어요.” 


 내 거절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에스미의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로잘리와 에밋이 우리 앞에 서있었다. 그 뒤로 제스퍼가 보였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소의 놀라움이 담긴 내 시선이 로잘리를 향했다. 그녀는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니, 그건 네 거야. 에드워드가 너에게 주고 싶어 했던 거였어.”
“오래전부터.” 


 말을 마친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렸다. 예전처럼 적대적인 태도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그가 나에게 주려고 했던 반지. 숨이 막혀왔다. 에드워드가 나에게 그 반지를 건네주는 영상이 머리에 스쳤다. 반짝이는 금색의 링이 그의 길고 단단한 손에서 넘어와 내 손에 자리 잡는 모습이. 눈앞이 흐려지고 코끝이 찡해졌다. 반지를 바라보며 말없이 밀려오는 고통을 참는 나를 에스미가 부드럽게 안았다. 나는 이들에게 사죄해야 했다. 내 경솔했던 지난날의 행동과 볼테라에서 그를 막지 못한 나. 그로 인한 에드워드의 죽음까지. 어렵게 뗀 입술이 떨렸다. 가까스로 할 말을 찾은 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가 죽은 건 모두....... 난 이 반지를 받을 자격이 없어요. 나는 여러분의.......” 


 가족을 죽였다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에드워드의 죽음 이야기가 나오자 앨리스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로잘리의 절망적인 얼굴도. 에밋은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뒤에 서있는 재스퍼에게는 표정이 없었다. 천천히 시선을 돌려 다시 칼라일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없이 이해심 깊고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그가 가장 아꼈던 아들을 죽였는데도.  


 그들은, 가족을 잃었다. 


 그 순간 마치 내 에스미가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너 역시 우리 가족이야 벨라.” 


 에스미가 자격 없는 나에게 다정하게 속삭였다. 참을 수 없는 무엇이 계속해서 나를 쿡쿡 찔러댔다. 


“너 역시 고통스럽다는 걸 안단다. 어쩌면 가장 아픈 사람이 너 일거야.”
“에드워드. 이런 결과에 이르렀지만 그 아이는 자신의 방식대로 너를 사랑했어. 널 떠나갔던 건 모두 너를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었던 에드워드의 선택이었단다. 우리의 마음도 모두 같아. 그 애가 선택한 너를 우리도 사랑한다.” 


 칼라일의 다정한 목소리에 그동안 얼어붙어 있던 눈이 풀린 듯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가 나를 사랑했다. 칼라일이 몸을 떨고 있는 나를 부드럽게 당겨 품에 안았다. 


“칼라일.. 나, 나는......”
“그 수많은 밤들을 나는....... 후회했어요. 그 절벽에서 발을 떼던 순간을 후회하고, 포크스로 오던 날을 후회하고 그리고 그 순간 그에게 달려가고 있던 순간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어요. 애초에 에드워드를 원했던 내가 잘못이었다고!” 


 나는 길 잃은 어린아이가 엄마 품을 찾듯이 칼라일을 끌어안았다. 눈앞의 초점이 흐려졌다. 나는 내 볼을 적시는 낯선 액체의 감촉을 느꼈다. 눈앞에 물이 차올라 흐려지는 것을 알고 나서야 나는 그게 눈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지금까지 참아왔던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의 정체를 알았다. 그것은 눈물이었다. 그를 죽음으로 몰았으니 눈물을 흘릴 자격조차 없다고 판단한 나 자신이 이제까지 억지로 억눌러왔던 눈물. 나는 그대로 어린아이처럼 칼라일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칼라일의 손이 조심스럽게 내 등을 쓸었다. 한 번 터진 울음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동안 참아 왔던 것을 한 번에 터트리듯.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흐느낌과도 같은 속삭임이 새어나왔다. 


“내가 죽인 거예요. 그를....... 에드워드를........”
“넌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 네가 이러는 건 그 애가 원하는 게 아니란다.” 


 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기억 속에서 억누르려고 하던 거짓된 내가 산산조각이 나서 참아왔던 진심이 눈물과 함께 흘러나왔다. 


“무엇이 그의 진심이었든. 나 에드워드를 원해요.......지금 그가 내 옆에 있기를 너무나도 원해요.”
“너는 그 아이가 백년을 살면서도 얻지 못했던 것을 주었어. 네가 없던 그 아이의 그 긴 시간이란 무의미했지. 빛이 존재하지 않고, 그 무엇도 없는 공허한 회색 같았던 그 애의 삶에 네가 나타났어. 에드워드는 너를 만나기 이전에도 긴 시간을 살았지만 그 시간들은 벨라, 너와 함께 했던 짧은 시간보다 무의미했단다.” 


 칼라일의 잔잔한 목소리에는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는 강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제는 정말 그를 놓아주어야했다. 내가 볼테라로 달려갔던 그날부터 절대 놓아 보내지 않았던 에드워드를. 나는 조용히 칼라일의 품에서 벗어났다. 나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에드워드의 방에, 가 봐도 될까요?” 


 에스미가 말 대신에 부드럽게 내 어깨를 감싸고 이끌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뒤에 서있던 로잘리의 앞을 지나 계단으로 향했다. 로잘리는 끝끝내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번뇌하는 그녀의 눈빛. 그러나 그녀를 괴롭혀가며 그녀의 심경을 들을 이유는 없었고 그녀에게 나는 그럴 자격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무의미해 질 것이다. 


 이제 곧 그들은 또다시 떠날 테니까. 


 내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오던 에스미는 어느 순간 내가 혼자 에드워드의 방 앞에 서도록 놓아두고 사라졌다. 에드워드의 방. 나는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 에드워드가 있을 리가 없는데도. 나는 마치 그의 눈빛을 올려다보기 직전처럼 심장이 뛰었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당겼다. 방문은 스스럼없이 나를 맞아주듯 부드럽게 열렸다. 방안은 그대로였다. 에드워드가 나에게 처음 보여주었던 그날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 한 가운데에 와서 서자 희미하게 그의 체취가 느껴졌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이 희미한 향기조차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 향기의 근원은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으니. 주인 없는 방에는 먼지가 쌓여갈 것이고 밖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유리벽은 흐려져 아무것도 투명함을 잃을 것이다.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 에드워드의 방 한 가운데 주저앉자 눈에 눈물이 고여 왔다. 


 너 없인 나도 살지 않을 생각이야. 


 나를 떠났던 그는 말했다. 내가 자신 삶의 유일한 선택권인 것처럼. 그리고 잔인한 속삼임과 함께 나를 떠나가 버렸던 그는 정말로 내가 그의 삶에 유일한 선택권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에드워드가 옆에 있다면 그의 얼굴을 단단히 붙잡고 똑똑히 외쳐주고 싶었다. 나도 그래. 나도 너를 잃고는 살아갈 수 없어. 그가 없이 홀로 살아 있는 나에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 진심만 퇴화될 뿐이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너 없이.  


 에드워드가 나를 떠났던 동안에 수없이 찾아왔던 잔인한 악몽의 밤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날 때마다 끝없이 머릿속에 맴돌았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너는 나와 어울리지 않아. 


 어느 것이 그의 진심이었을까. 이제 내 기억 속에 파고들어 잔인한 울림으로 남아버린 에드워드의 말은 여전히 나를 괴롭게 했다. 내 머릿속에서 엇갈려 울리며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그의 두 목소리가 나를 미치게 했다. 눈 가득 차올랐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 손에 끼워진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제는 그가 나를 사랑했다는 그 어떤 증명보다도 그의 나에 대한 진심보다도 내게 지금 절실한 것은 에드워드였다. 그가 나를 떠났던 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과 그 목소리. 그것을 너무나도 바란 내 마음이 만들어낸 그의 환영에 미친 시간을 보낼 만큼. 나를 미치게 했던 매력적인 입술이 지금 내 앞에서 나를 부르길 나는 너무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나올 말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든 또다시 내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든. 이젠 내게 무의미해진 세계를 투영시키는 유리 창 밖에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입술의 틈새로 속삭임이 새어나왔다. 


“........돌아와.” 


 이제는 주체할 수 없어진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애써 눈물을 멈추려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눈물을 참을 이유 따위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눈이 흩날리는 밖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흐르고 흘러 홀로 남은 나를 퇴화시키고 갈 곳을 잃은 마음은 나를 서서히 미쳐가게 할 것이다. 


“에드워드.” 


 그렇게 그와 함께 했던 마지막 계절은 내리는 하얀 눈을 이별의 징표로 삼은 듯이 내게 끝을 고하고 떠나가 


.........다시는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
.

사랑에 미쳐버린 마음의 끝자락을 잡고 나는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러니, 나의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의 사랑을 바라다 미쳐버린 나에게
나의 다정한 연인 그대여.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다시 한 번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사랑을 원하고, 또 원해요.
처절하도록 아름다웠던 나의 연인.
Please tell me your true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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