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 you love me every waking moment,
당신이 깨어있는 모든 순간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Say you need me with you now and always
내가 당신과 항상 함께 있기를 원한다고 말해주기를
Say you love me.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너 없인 나도 살지 않을 생각이야」

3. 연인의 시체 



 나는 그가 어디있는지도 모른 채 달리고 있었다. 어쩌면 나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볼테라의 광장에서. 턱 끝까지 숨이 차올랐다. 내 입은 계속해서 에드워드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지만 숨이 차서 그 외침은 소리가 되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비행기를 타고 앨리스와 함께 볼테라까지 오면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애써 꾹꾹 눌러두었던 절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나를 잠식해가기 시작했다. 사람을 밀치고 나가는 내 팔에 점점 힘이 떨어졌다. 나는 이를 악물고 힘이 빠져나가는 팔을 억지로 움직여 사람들을 헤치고 달렸다. 다리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기뻐하며 서로 떠들어 대고 있는 인파를 밀쳐내는 것은 어려웠다. 여기저기서 짜증이 섞인 불평이 튀어나왔지만 나는 물론 알아듣지 못했다. 아무도 쉽게 길을 터주지 않았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 중에 내 다급한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 지금 이 순간에도 에드워드는 햇빛을 향해 다가가고 있을지 몰랐다.  


 시계가 광장에 큰소리로 첫 비명을 질렀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큰소리로 울음을 터트리고 싶어졌다. 시계 종소리는 내게 닥칠 비극을 예고하듯이 처절하게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시계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기쁨의 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가 어디에서 빛으로 걸어 나올지 알 수 없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그를 발견하고 놀라서 지를 비명이 들려오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테니까. 미친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달리던 나는 무언가에 걸려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넘어진 통증보다도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바닥을 짚은 순간 시계가 두 번째 종을 쳤다. 모든 것이 끝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어디서 비명이 들려올지 몰랐다. 그와 나의 끝이 시작됨을 고해줄 비명. 나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바닥을 짚고 일어서는 손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약한 손 근육이 찢어진 듯 했다. 순간 그 시끄러운 종소리 속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Signorina. Vuoi una mano?(도움이 필요한가, 아가씨?)” 


 이상하게도 낯설게 느껴지는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 이탈리아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나는 그저 손을 휘 저으며 그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지나쳤다. 몸을 세우고 움직이자 다시 추락하기 직전의 불안감이 시작되었다. 아직도 종소리는 울려 퍼지고 있었고 곧 세 번째 종이 칠 순간이었다. 이상하게 주위가 정지되어 보였다. 순간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멈추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저 너머의 무언가가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내 목에서 비명이 새어나가고, 내 다리가 그리로 움직이기 전에. 


 먼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는 눈을 감은 채 햇빛 아래에 서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내 비명과 그의 이름을 부르는 외침은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 묻혔다. 축제의 열기 속에 아무것도 모르는 군중은 그의 피부가 반짝거리는 것이 그저 축제의 볼거리, 이벤트중 하나인 것처럼 생각하는 듯 했다. 그와의 거리는 너무나도 멀었다. 반짝임은 아주 잠시였다. 조금만 더 달리면 그에게 손을 뻗을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에드워드의 등 뒤 그늘 속에서 손이 뻗어 나와 그를 끌어 당겼다. 


“안 돼... 안 돼! 안.....” 


 내가 에드워드에게 뛰어들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붙잡았다. 거역 할 수 없는 강한 힘. 내 팔이 뒤로 꺾이고 내 목에서는 억눌린 비명이 새어나왔다. 누군가 내 뒤에서 나를 잡고 있었다. 


“방해 하지마라.” 


 내 귀에 소름끼치는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순간 경직되었다. 순간적인 예감이 찾아왔다. 볼투리가. 그들 중 하나일 것이다. 다음 순간 나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내가 붙잡힌 사실 보다 내 눈에는 오로지 앞의 에드워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짙은 그늘 속에서 뻗어 나온 하얀 손은 에드워드의 목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내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 하얀 손이 가볍게 옆으로 꺾였다. 소름끼치도록 가벼운 움직임. 안 돼. 멈춰. 나도 모르게 숨이 크게 들이쉬어졌다. 에드워드가 눈을 떴다. 그의 고개가 옆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그의 머리가 옆으로 숙여지는 모습이 느리게 느껴졌다. 나는 내 뒤의 ‘그’에게 붙잡힌 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숙여지는 그의 얼굴이 군중을 향했다. 에드워드는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나에게서 내 것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음 순간 에드워드와 내 눈이 마주쳤다.  


 나를 알아본 에드워드의 눈이 커졌다. 


 그 찰나의 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마치 영원히 마지막 작별을 하기 전 순간을 머릿속에서 잊지 않으려고 새기는 것처럼. 에드워드의 커진 눈은 누군가에게 붙들려있는 나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것도 잠시 에드워드는 내가 소리쳐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건지 뒤에 누군가에게 의지한 채 축 늘어졌다. 에드워드를 뒤에서 끌어안은 남자가 그늘 속에 선 채 군중에게 무대 인사를 하듯 팔을 호를 그리며 휘 저어 인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의 무수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는 끔찍한 광경을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에드워드를 붙잡은 그가 에드워드를 끌고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안 돼.
 에드워드. 


 박수를 치던 군중은 이내 시계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리자 그늘 속으로 사라진 그들에게 흥미를 잃고 흩어져 시계탑을 향했다. 순간 내 뒤에서 나를 잡고 있던 손이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에드워드의 마지막 모습에 두려움에 질려 아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늘 속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환한 빛 속에서 그늘로 뛰어든 나는 그 어두운 길속을 달렸다. 숨이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늦지 않길.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나는 속으로 누구에겐가 미친 듯이 빌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어슴푸레하게 누군가의 형체가 보였다. 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둠 속에 서있던 낯선 그가 조용히 나를 향해 돌아섰다. 나는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에드워드.  


 아니, 그 것도 거기 있었다.

 에드워드였던 조각들이.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보고 싶지 않아. 어둠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 아까운 녀석이었는데. 바보 같은 짓을 해버렸잖아. 저게 그 인간 여자야?”
“그런 것 같습니다.” 


 누가 이야기 하는 건지 파악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더 말을 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싫어. 산소가 돌지 않아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비명소리 조차 나오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절망이 나를 덮쳐왔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 포크스에서 볼테라까지 날아와 여기 서있는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꿈이어야 할 것 같은 모든 것. 나는 더 이상 ‘그’를 바라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에드워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끝나버렸다. 


“벨라!” 


 나는 돌아섰다. 초점 없는 눈으로 앨리스를 응시했다. 흐릿하게 그녀의 형체가 보였다. 내 입술이 속삭였다. 


“앨리스, 네가 틀렸어.”
“나는......... 에드워드를 구할 수 없었어.” 


 ‘그’를 발견한 앨리스가 소름이 끼치는 비명을 질렀다. 나는 마지막으로 눈이 감겨오는 것을 느꼈다. 죽어버려, 이사벨라 스완. 내 머릿속의 무엇이 나에게 그렇게 외쳤다. 그것은 끊임없이 네가 에드워드를 죽였다고 외쳐댔다. 


 살인자. 


 네가 죽인거야. 모두 네 탓이야. 나는 그대로 영원히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할 수만 있다면 제발 이대로 영원히 눈을 뜨지 말아버려라. 눈이 완전히 감기는 그 순간 까지 나는 그대로 내 숨이 끊어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네가 없인 나도 살지 않을 생각이야.
너와 나는 어울리지 않아. 


 이제 영영 알 수 없는 그의 진심이 나를 아프게 했다. 에드워드는 그렇게 쉽게 목숨을 버려서는 안됐다. 날 떠난 그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을 나 때문에. 누가 갑자기 나를 잡아당긴 것처럼 몸이 확 끌려갔다. 앨리스가 아닌 누군가 나를 데려가려는 듯 했지만 그래도 나는 아무것도 상관이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뒤엉켜 울리고 있었다. 


 벨라, 나는 너랑 가기 싫다.
 어리석은 짓, 무모한 짓은 절대로 하지 마.
 나 같은 존재들은 딴 데 정신을 팔기 쉽거든.
 너 자신을 지켜야해. 


 잘 있어 벨라.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앨리스의 분노에 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에게 손대지마! 한껏 날카로운 목소리의 앨리스가 그렇게 외쳤다. 안 돼 앨리스. 도망쳐. 의지를 상실한 내 목소리는 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나 같은 애 때문에 그녀까지 다쳐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녀를 막아야 했지만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머릿속에 뜨거운 열기가 맴돌았다. 내 머리 곳곳을 스치고 다니는 열기는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제일 끔찍했던 순간은 앨리스의 흐느낌이 들려왔을 때였다. 나를 안고 있는 그녀는 숨죽여 절망을 토해내고 있었다. 팔이 계속해서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계속해서 몸을 덜덜 떨며 흐느낌과도 같이 에드워드의 이름을 불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그녀가 맹렬하게 소리쳤다. 


‘그렇다면 그의 시체라도 데려갈 거예요!’
‘당신들 중 그 누구도 우릴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누군가와 격렬하게 말다툼을 하고 있는 칼라일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는 누군가를 거세게 비난하고 있었다. 그렇게 화를 내는 칼라일의 목소리는 처음 듣는 것 만 같았다. 그리고 이내 그것도 흐려지고 이제는 제이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지마. 나 너를 사랑해. 제이콥이 속삭였다. 곁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리던 그의 목소리도 이내 사라지고 머릿속에 희미한 영상이 떠올랐다. 안개 너머 뭔가가 어렴풋이 보였고 나는 그것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댔다. 그리고 내가 넘어진 바람에 안개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을 막지 못했다. 비명소리가 울렸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나는 그 너머를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앨리스가 무언가를 끌어안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위로해야만 했다. 일어나기 위해 손을 짚었지만 누군가가 나를 누르며 붙잡고 있었다. 나를 붙잡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에게 속삭였다. 


‘방해하지 마라.’  


 나는 계속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를 누르던 그는 어느새 족쇄로 변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채우고 있었다. 내가 비명을 지르듯이 에드워드를 불렀다. 


‘에드워드!’ 


 무언가를 안고 있던 앨리스의 얼굴이 에스미로 바뀌었다. 그녀의 얼굴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나는 이제 그녀가 품에 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였다. ‘그것’은 에드워드였다. 부서진 에드워드가 에스미의 품에 안겨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눈을 뜨자 칼라일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게 그를 쳐다만 보았다. 어느 게 꿈이고 현실이었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여러 가지 영상들이 뒤엉켰다. 지금 내 앞에 칼라일이 서있는 것 또한 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게 꿈인가? 좀 더 정신이 또렷해지자 우리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칼라일이 나를 안아들고 걷고 있었다. 칼라일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모든 게 끝났다. 넌 이제 안전하단다.” 


 끝. 모든게. 완전히 정신이 들었다.  


 에드워드! 


“에드워드는요? 그건 에드워드가 아니었어요..... 칼라일 제발 그를 찾아줘요! 나 에드워드를 막아야 해요. 분명 어딘가에 그가......”
“벨라.” 


 침착한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무의식 속에서 들었던 떨리는 목소리와 다르게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또 그래서 어색했다. 마치 속에서 몇 번이고 거르고 걸러내 아무런 감정이 없어지게 된 것처럼 차분한 목소리.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드워드는 없어 벨라.” 
“그가, 없다고?”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의식에 빠져 잊으려 하던 현실은 다시 차갑게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시 눈을 감고 싶어졌다. 내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현실을 일깨워준 앨리스가 고개를 숙였다. 앨리스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상처 입은 그녀의 표정에 나 또한 상처를 입는 게 싫은 것인지 아니면 나를 보기가 싫은 것인지 어느 쪽이든 앨리스는 자신의 얼굴을 보이기 싫은 듯 했다. 단순히 평소에 기운 없어 보이는 것 그 이상으로 그녀의 숙여진 머리는 나를 미치게 만들 만큼 애처로웠다. 그녀가 고통을 참는 듯 흐려진 발음으로 내게 말했다. 


“그래도 난 널 사랑할거야, 벨라.” 


 그걸로 내게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었다. 모든 상황이 명료하게 머릿속에 펼쳐졌다. 정신을 잃고 열에 들떠있는 상태에서 들었던 대화들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갔다. 칼라일이 나를 구하기 위해 볼투리가를 만나러 온 것이다. 앨리스와 칼라일은 그들과 싸웠다. 에드워드 때문에, 그리고 또 그들로부터 나를 구하기 위해서. 아무런 자격도 없는 나를 위해 자신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무릅쓰고. 그리고.... 에드워드는 더 이상 없었다. 이것이 모든 상황의 결론이었다. 말없이 나를 안고 있는 칼라일을 쳐다본 나는 처음으로 칼라일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내가 올려다보는 것을 느끼자 표정을 감추려 애썼다. 나는 그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나를 바닥에 내 던지고 욕을 해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살인자’라고. 내가 그를 죽였으니까. 


“에드워드는....... 이건 그 아이의 선택이었단다. 괴로워하지 마라.” 


 위로를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나를 진정시키려는 칼라일의 한없이 깊은 눈동자에서 나는 절망을 읽었다. 한 마디 한 마디 꺼내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보여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에드워드의 모습을 본 순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진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지만 더 따듯한 위로를 바란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용서를 구하지도 못했다. 내 죄는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나를 위해서 고통을 숨기는 그들 앞에서 울 수도 없었다. 정말로 모든 게 끝난 것이다. 칼라일은 나를 욕해주기에는 너무나도 동정심이 많았다. 칼라일이 나를 안고 걷는 거리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시리도록 차가운 그것은 에드워드의 흔적을 지워버리려는 듯이 수 없이 내려와 거리에 쌓이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의 피부처럼 매끄럽게 반짝이고 하얀 차가운 눈. 지금 이 순간 거리를 덮어가는 하얀색마저도 그를 생각나게 해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잔인한 현실을 마주보게 하는 내 눈을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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