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 you love me every waking moment,
당신이 깨어있는 모든 순간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Say you need me with you now and always
내가 당신과 항상 함께 있기를 원한다고 말해주기를
Say you love me.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너 없인 나도 살지 않을 생각이야」
2. 피 묻은 기억
침대 밑을 확인해 보았다. 책상 밑도 보았고 문 뒤도 살폈다. 어디에도 그가 없었다. 나를 미치게 할 듯이 몰려오는 절박한 불안감에 나는 이제 거의 어린애처럼 울먹거리고 있었다. 정말 에드워드가 내 옷장 속에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밤에 그가 나를 찾아올 때 찰리가 나를 감시하러 올라올 때 늘 그랬듯이. 아니, 그래야만 했다. 제이콥과 대화를 나누고 난 뒤 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내 방문을 잠가 놓은 채 에드워드를 찾았다. 어쩌면 에드워드는 잠시 집에 돌아간 걸지도 몰랐지만 마치 내가 벼랑 끝에 서있는 것처럼 맥박이 빠르게 뛰고 심장 박동이 높아졌다. 그 순간.
“벨라.”
“에드워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나를 미칠 만큼 불안하게 만든, 사라졌던 에드워드가 다시 내 앞에 서있었다. 나는 큰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던지듯이 안겼다. 도대체 어디 갔었는지 왜 말도 없이 사라진 건지 머릿속을 맴도는 말들이 많았지만 그가 내 앞에 서있다는 그 존재 자체가 너무나도 소중해서, 매일 보는 그인데도 이상하게도 소중해서 에드워드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나의 벨라, 내 생명.......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 떨고 있잖아.”
에드워드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떨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에드워드를 찾았었다는 것 외에는. 나는 그저 에드워드를 안고 있다는 만족감에 미소 지었다.
“모르겠어. 나도. 갑자기 너를 보니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그런데 나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네가 필요해서 갈증이 나는 것처럼. 대체 어딜 갔던 거야? 내가 너에게 갈증을 느끼다니 참 웃기지?”
에드워드는 소리 없이 웃었다. 아래층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제이콥이 찰리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려는 제이콥을 찰리가 막고 있는 듯 했다. 그 다투는 소리에 의아해 하고 있는 찰나, 다음순간 찰리가 소리쳐 부른 이름에 나는 나도 모르게 경직되었다.
“앨리스!”
순간 맥박이 빨라졌다. 만나면 안 돼. 내 머릿속의 일부분이 나에게 차갑게 경고하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따라야 할 것 같은 절실한 기분이 들었다. 에드워드가 옆에 있는데 그와 함께하고 있는 시간에 끼어드는 다른 무엇은 성가셨고, 또 불안했다. 나는 에드워드의 품을 더 파고들었다. 에드워드가 나를 어루만지는 서늘한 손길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듣지 마. 벨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워드는 더욱 부드럽게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그가 내 옆에 있는 데도 마치 세상이 무너지기 직전처럼 느껴지는 불안감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칼라일과 함께 왔어요. 벨라는 괜찮아요?”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도 나를 배려해주고 싶은 사람은 없는 듯, 아래층에 있는 그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매일 밤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나. 심각 하지 않을 때는 그저 울면서 몸부림치고 나도 죽여 달라고 소리 지르다 기절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제는 그것도 아니야. 깨어나자마자 제정신이 아닌 눈으로 칼부터 찾는단 말이다. 사람 몸이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거야. 저렇게 하루건너 하루 손목을 긋다간 우리 애는 죽고말거야. 앨리스 제발 어떻게 좀 해 보거라. 부탁이다. 오늘 새벽만 해도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잠옷 바람으로 계단을 달려 내려가더니 내가 현관에서 붙잡자 에드워드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어. 참다못한 내가 그 애는 죽었다고 하자 손목의 상처를 물어뜯었어!”
“찰리, 제발 진정해요.”
“벨라를 자극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이제는 칼라일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끔찍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가 죽었다고 하는 건지 머릿속이 굳은 것처럼 멍해졌다. 나는 에드워드를 더 세게 끌어안기 위해 팔을 뻗었지만 내 팔은 허공을 갈랐을 뿐이었다. 고개를 들자 나는 내 방 바닥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에드워드가 또다시 사라졌다. 밀려오는 절망감에 나는 몸을 웅크렸다. 그는 다시 돌아올 거야. 나는 내 팔을 들어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마치 나 자신을 안아주려는 것처럼. 나 혼자 남겨져 비어있는 방안이 너무나 끔찍했다. 내 목에서 나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나갔다.
“아아아악!”
“젠장, 벨라!”
내 비명을 들은 제이콥이 욕설을 내뱉으며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나는 점점 다가오는 그를 거부하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내 비명이 길게 이어지자 내 방문 앞에 선 제이콥이 미친 듯이 문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잠겨있는 손잡이가 나를 대신해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오지 마. 내가 중얼거렸다.
“벨라 문 열어!”
제이콥이 고함을 질러댔다. 나는 내 몸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내 목에서는 나도 주체 할 수 없는 비명이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제이콥이 누군가에게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계속해서 내 방 문을 두드리고 있는 제이콥에게 집어치우라고 소리치는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자 제이콥이 문을 두드릴 때 보다 더 크게 움찔했다. 이제는 내 방문을 부셔버릴 듯 한 기세의 제이콥을 저지하는 칼라일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제이콥 블랙!”
“나보고 어떻게 더 기다리라는 거야? 미쳐가는 그녀를 보고 더 참아내라고? 정말 미친 건 너희들이다! 대체 그녀를 붙잡고 뭘 하는 거야? 그녀석이 살아있으니 안심하라고 세뇌라도 시키고 있는 건가? 그러면 벨라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난 더 이상 네 놈들의 더러운 자기만족에 맞춰줄 생각 따위 없어!”
속에서부터 나오는 뼈아픈 절망을 토해내듯 제이콥이 고통스럽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그렇게 고통스러웠는데도 나는 그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 방문 밖에 있는 그들이 내게 전해줄 말이 너무나도 듣기가 싫었다. 마치 무서운 것이 들어있는 방문 앞에 서서 문을 열기 두려워하는 아이처럼. 깊은 바다 속으로 추락하기 직전의 불안한 느낌. 제발 누가 그의 입을 막아줘!
“그 흡혈귀 자식이 죽어버린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어!”
제이콥이 결국 입 밖으로 내버린 말. 심장이 내려앉고, 구역질이 났다. 혼수상태에 들어가기 직전처럼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거짓말! 내 머릿속에선 맹렬하게 그의 말을 거부하고 있었다. 뱃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낼 것만 같았다.
“이사벨라 마리 스완!”
그만해. 제발.
내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더 이상 내게 일깨워 주지 마. 아무 것도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내 거부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내 심장을 조각조각 찢어내는 듯 한 잔인한 울림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마치 내 심장이 조각나 사라지게 만들 것을 작정한 것처럼.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들려오는 제이콥의 목소리는 머릿속에 남아있는 에드워드의 잔상을 흐릿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마지막 조각마저 부서지기 직전 내가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언제까지 흔적도 없이 죽어 없어진 존재를 붙잡고 늘어지려는 거야? 네가 그 자식을 위해 존재했어!”
“이렇게 구는 건 벨라에게 더 좋지 않아. 자네는 돌아가게.”
제이콥을 설득하는 칼라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제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내 입에서는 사람의 것이 아닌 듯 한 소름 끼치는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심장에서부터 절망에 미어지다 못해 쥐어 짜낸 듯이 새어나오는 신음 같은 고통스러운 흐느낌.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널 기다려.
문 밖의 제이콥은 칼라일과 앨리스에게 저지당하면서도 또렷하게 ‘그’의 죽음을 소리쳤다. 알고 있어. 나도 알고 있어. 모든 것이 서서히 기억나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였다. 그리고 혼자 남겨졌던 매 순간을 원망하고 또 저주했다. 제이콥이 분노를 이기지 못해 지르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콰아앙
제이콥이 문을 걷어차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낡은 문의 잠금 쇠는 제이콥의 힘을 버텨낼 수 없었던 듯 했다. 그의 바로 뒤에는 칼라일과 앨리스가 서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진 검은 진료 가방이 보였다. 앨리스의 절망적인 눈과 마주친 순간, 나는 웃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명료해지고 머릿속에 새로운 깨달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애써 피하려고 했을 사실. 내게는 그 어느 독보다 치명적인 사실. 절망에 빠진 앨리스의 눈과 칼라일의 나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그 이상을 담고 있는 시선. 그리고 제이콥의 분노. 모든 것이 내가 애써 망각하려 했던 것을 또렷하게 상기시키고 있었다.
나는 미쳐가고 있었다.그의 죽음 뒤에.
나는 더 이상 나에 대한 동정이 담긴 시선으로 쳐다보는 칼라일과 앨리스를 바라볼 수가 없어 고개를 떨어뜨렸다. 나는 그들의 동정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또 이제 나는 그들의 가족도 아니었다. 한 때 나를 가족으로 따듯하게 맞아주었던 그들에게 나는 컬렌가의 소중한 일원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끔찍한 여자아이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왜 아직까지 컬렌 가족이 나를 버리지 않는지 이상했다. 내게는 더 이상 내가 특별할 그 어느 이유도 없는데. 에드워드가 없으니까. 내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컬렌 가족을 포함해서 제이콥, 찰리까지 모두 나를 떠나야 마땅했다. 나는 살인자나 다름없었으니까. 절벽에서 뛰어내린 그 시간에 대한 후회가 눈을 뜨고 있는 매 순간마다 찾아왔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그 어느 작가의 것보다 끔찍한 비극 속의 주인공이 되어 지독한 자기 연민과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지쳐가며 결코 되돌아오지 않을 사랑에 미쳐가는 나뿐이었다. 머릿속에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더 이상 나를 주체 할 수 없게 된 나는 그동안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끔찍한 기억이 내 머릿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며 그때의 잔혹한 영상을 다시 펼치도록 놔두었다. 아직도 떠올리기만 하면 눈에 선한, 애써 거부하려고 했던 잔인한 그날의 피 묻은 기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