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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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만화는 고등학교때 카멜레온의 시를 접하고 나서 부터 오 한강에 이르기까지 결코 가볍지 않으면서 일반 문학 작품에 비하여서도 격이 떨어지지 않는 진지 함에 매료 되었었다. 당시 카멜레온의 시로 인하여 로트레아몽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프랑스 시인의 시집, 말도로르의 노래가 장안의 지가를 올렸었다.

그러던 중 동아일보에서 식객이 연재되면서 허영만에 대하여 다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마침, 맛의 달인 이라던가 초밥왕과 같은 일본 음식을 주제로한 일본 만화가 한국에서 각광을 받는 기현상을 목도하였고 한국 음식에 대한 성찰이 없음을 아쉬워하고 있던 참이었으니, 마치 기다림에 지친 듯 재미있게 구독하였던 것이다. 간혹 미식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몇몇 유명 음식점을 소개하면서 맛의 전령임을 자처하곤하지만 먹고 맛을 음미하는 것 이외에 이를 만드는 전과정이 생략 된 면이 있어 이로써 만족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가부장적인 허울을 벗어내고 많은 남자들이 주방에서 음식만들기에 폄훼가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 요즈음에 있어서는 마치 한번 해볼만 하다는 용기를 복돋어주기에도 손색이 없으니 이또한 다행하다 할 것이다.

식객의 첫 작품으로 어머니를 주제로 하였다는 데 앞으로 연재 될 작품에 안심하게 만든다. 일본 만화와 같이 무한 경쟁을 통하여 맛을 개선하고 기호에 맞추어가는 과정을 모티프로 한것이 아니라 어릴때 부터 먹어온 어머니의 손끝에서 절대적 맛감이 있음을 만화의 모티프로 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작품들이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사라져버린 전통 음식의 복원과 우리음식에 대하여 왜곡되고 잘 못 알려진 부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맛을 탐구하는 과정을 표방한다. 간혹 대령 숙수편에서 양측의 맛 대결로 흥미를 진작 시키지만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되어지는 결말은 유도되지 않는다.

작가는 일련의 작품을 통하여 몇가지 강력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여러나라를 다녀 보았지만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나라는 접해 보지 못했다. 인체에 사용 할 수 없는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버젓이 유통 시키는 나라에서 음식에 대한 경외와 정성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이며 정말 아름다운 음식 문화를 계승 발전 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 단편마다 주인공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펼쳐지지만 결코 좌절함 없이 따뜻한 인간애의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그 집이 언제나 그자리에 있는 것은 그 공간이 인간에게 평안과 여유와 멋을 선사해 주는 작은 휴식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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