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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드 보부아르 - 제 2의 성


일이 고되든 수월하든, 잠깐이든 오래든 상관없다. 남자네 집안 행사에 불려가 그 집안 조상을 모시고 그 집안 친척들끼리 모여 친목과 우애를 다지는 현장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앞 세대 동 세대 여성들이 수발 상궁처럼 노동하는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부장제 안에서 ‘남자보다 낮은 지위에 놓인 여자’를 적나라하게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초현실적으로 피곤하고 모멸적으로 괴롭다. 그러니 여성이 남자네 제사에 참석해주는 건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결코 당연하지 않다. 구시대의 성차별적인 행사를 ‘전통이니까’ ‘가풍이니까’ ‘원래 그렇게 해왔으니까’라는 이유로 (정말 저런 가짜 당위 말고 다른 논리적인 이유를 대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못 봤다) 21세기에 따라야 할 의무 같은 건 없는 것이다. 당연한 듯 나를 차별적인 상황으로 밀어 넣는 이들이 나를 한 인간으로 동등하게 여기고 가족의 일원으로 사랑할 리 없다. 80-81

여자들은 특히 제사 공장과 직조 공장에 고용되었다. 공장주는 대개 남자 직공보다 여자 직공을 선호했 다. “여자들이 일은 더 잘 하고 임금은 더 싸다.” 이런 악랄한 문구가 여성 노동의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왜냐하면 여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노동을 통해 쟁취했지만, 그 쟁취는 유난히 힘들고 느렸기 때문 이다. 제사와 직조는 형편없는 위생 조건 속에서 이루어졌다. “리옹의 장식끈 제조 공장에서 어떤 여성은 손과 발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벨트에 거의 매달려 일해야만 했다”라고 블랑키 Louise Auguste Blanqui (1805-1881) 가 쓰고 있다. 1831년 견직물 여공들은 여름에 새벽 3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에 열입곱 시간을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비위생적인 공장에서”일했다고 노르베르 트뤼캥 Norbert Truquin (1833-1887)은 말했다. “이 젊은 처녀들의 반수는 수습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폐병 환자가 된 다. 여공들이 고통을 호소하면 불평한다고 나무랐다.” 그 외에도 감독들이 젊은 여공들을 욕보였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은 가장 불쾌한 방법, 즉 가난과 기아를 이용한다”라고 <리옹 사태에 관한 진실 >에서 익명의 저자가 말하고 있다. 여자들이 농사와 공장의 일을 겸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여자들 을 파렴치하게 착취하는 것이다. 마르크스 Karl Marx (1818-1883)는 <자본론>의 한 주석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제조업자 E씨는 방직기계 직업에 여자만을 고용하는데, 특히 부양해야 할 가족 이 있는 기혼녀들을 선호한다. 이는 그 여자들이 독신녀보다 훨씬 많은 주의력과 유순함을 보이고, 가족 의 생계를 위해 녹초가 될 때까지 있는 힘을 다해 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나에게 알려 주었다. 이렇게 하여 여자의 고유한 자질이 역이용되고, 여자의 도덕적이고 섬세한 천성은 여자를 노예로 고통스럽게 만 드는 수단이 된다.” G.데르빌 G.Derville은 <자본론>을 요약하고 베벨의 주장을 부연하면서 이렇게 썼 다. “오늘날의 여자는 애완동물이거나 노역동물이거나, 거의 두 가지일 뿐이다. 노동하지 않을 때 여자는 남자에 의해 부양되고, 죽도록 일할 때도 남자에 의해 부양된다.” 여공의 상황이 너무나 비참해 시스몽디 J.C.L Simondi (1773-1842)와 블랑키는 공장에서 여공 채용을 금할 것을 요구했다. 그 비참함의 원인 은 부분적으로 여자들이 먼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조합을 결성할 줄 몰랐던 데 있었다. 여성 ‘조합’은 1848년에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생산조합이었다. 이 운동은 아래의 숫자로 알 수 있는 것처럼 극히 더 디게 진행됐다. 190-191

˝여자아이는 자기 몸이 자기에게서 벗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몸은 이제 더는 그녀 개인의 명확한 표현이 아니다. 그녀의 몸은 그녀에게 낯선 것이 된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타인에 의해 하나의 물체로서 파악된다. 즉. 거리에서 사람들은 그녀를 눈으로 좇으며 그녀의 몸매에 대해 논평한다. 그녀는 자신이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는 육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육체가 보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혐오감은 많은 젊은 처녀에게 여위고자 하는 의지로 나타난다. 그래서 ㅡ녀들은 더 이상 먹으려 하지 않는다. 억지로 먹이면 토해 버린다. 끊임없이 체중에 유의한다. 다른 처녀들은 병적으로 소심해진다. 객실에 들어가거나 거리에 나가는 것조차 고문이 된다. 거기에서 때로 정신병이 발전되기도 한다. 자네 Pierre Janet (1859-1947)가 <강박관념과 신경쇠악>에서 묘사한 환자 나디아의 경우가 전형적인 예다. 436-437

-여성에게 유독 섭식장애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읽겠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북플에서 같이 읽자는 글에 댓글을 달았고, 서둘러 주문 을 하여 책을 받았다. 그러니 읽을 시간은 넉넉하게 한 달이었고 의욕적인 마음으로 펼쳤다. 어 어 어 책 장이 잘 안 넘어가네 하면서도 책은 항상 보이는 곳에 두었다. 북 스탠드에 놓은 채로 이틀,사흘이 지나 기도 했다.
토요일, 남편이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마산에 갔고 오롯이 하루라는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바지런히 몸 을 움직여 청소기도 돌리고, 수건 빨래도 돌려놓고 책을 한 시간가량 읽고,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원두를 사며, 사장님 내외분과 짧은 담소를 나누고 교보문고로 향한다. 궁금했던 책을 몇 권 펼쳐보고, 12월의 책인 <여성과 광기>를 집어 들었다.
(11월의 책을 먼저 구매할 생각이었지만, 서점에 없는 관계로 과한 의욕을 담아 12월의 책을 먼저 구매 하였다.)
가을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5위로 결정이 되어야 한다. 응원하는 팀의 중요한 경기가 5시에 있으니 2시 간 정도 여유 시간이 있어 책을 읽기로 한다. 열심히 긋고, 인덱스 붙이고 시간을 보낸다. 줄 칠 부분이 너 무 많다. 화도 나고, 공감도 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도 한다. 5시부터는 집중하여 야구를 보며 혼자 응원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 팀은 이겨야 하고, 다른 팀은 져야지 5위로 결정 나는 중요한 경 기였다. 시즌 내내 감독이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쳐 많은 게임을 내줬다. 심지어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와 일드카드 1차전)
어쨌든, 가을 야구와 함께 읽을 책 산더미 속에서 계속 산다.심지어 쓱 데이 때 이마트 한우 할인할때도 꿈쩍하지 않고, 책을 샀으니 마음의 양식을 쌓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뿌듯해한다.
온라인으로 함께 읽기를 도전한 첫 달, 완독하지는 못하였지만 11월에 이어 계속 읽으려한다. 시작이 반 이고, 딱 절반 읽었다. 쉽지 않게 넘어가는 책장이지만 조금씩 생각의 창을 확장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1월의 책과 함께 보부아르에 관한 책도 같이 주문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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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1-02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일린 님.
뒤에 반은 앞에 반보다 더 잘 읽히는 것 같아요. 앞에 반을 읽어와서 탄력이 붙기도 하고 뭔가 내용적으로도 더 잘 넘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가벼운 내용이라서는 물론 결코 아니고요. 그러니 나머지 부분도 힘차게 응원 놓고 갑니다.
좋은 책이니만큼 같이 읽기 하기에도 완벽한 책이에요. 화이팅!!

아일린 2021-11-02 12:43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다락방님의 응원에 끝까지 읽어보렵니다. 혼자였다면 시작하기 쉽지 않았을거에요. 덕분에 시작하여 좋은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 )

막시무스 2021-11-02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줄 친 부분에서 사각거리는 연필의 느낌과 문장을 향한 애정이 마구 느껴지네요! 끝까지 완독 응원드립니다!ㅎ 즐거운 오후시간되십시요!

아일린 2021-11-03 09:09   좋아요 1 | URL
연필로 줄 칠때의 그 느낌이 좋아요. 히힛. 응원 받아 끝까지 잘 읽어볼게요. 막시무스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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