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 서서히 돌아오는 기억이란게... ㅜㅜ
하지만... 나쁜 기억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 새롭게 자리
잡은 좋은 기억들이 드문 드문 마음속에 자리잡네..

의사는 4년 전, 내가 자동차 사고로 크게 다쳤고, 그 후로 내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침대에 누운 채 스물일곱에서 서른하나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의 병명은 영화에서나 들어 본 ‘퇴행성 기억 상실’이다. 의사는 사고의 충격 때문에 기억이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보통은 사나흘 내로 바로 돌아오는 것이 영화와 다른 점이라고도 설명했다. - P17
우리 몸은 참 신기하다. 내 뇌는 꿈속에 나오는 그 아파트가 아빠의 유산이라는 중요한 정보를 삭제해 버렸다. 하지만 유리가 거짓말을 할 때면 강박적으로 머리카락을 꼬는 버릇이 있다는 사소한 사실은 뇌리에 박힌 채 똑똑히 남아 있었다. - P25
내 외로움을 거들어 주려는지 밤이 되자 빗소리도 잦아들었다. 사위가 고요해지니 내 심장의 자맥질 소리마저 들리는 듯했다. 무섭도록 커다란 침묵이었다. 그제야 나는 못 이기는 척 라디오를 켰다.
「FM 음악의 바다, 서우연입니다.」 나쁘지 않았다. 웬걸, 가슴 한구석이 싸해 왔다.
나 좀 외로웠나? 남의 목소리 들으면 원래 이렇게 안심이 되고 그러나? - P33
「지치지 마시고요. 힘들어하지도 마세요. 우리는 내일 밤 다시 만나요.」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푹 잠이 들었다. 라디오가 나의 단조로운 일상에 스며들어 온 건 바로 그날부터였다. - P36
라디오란 참 신기했다. 하루 두 시간, 목소리를 듣는 것뿐인데 이렇게 쉽게 정이 든다니.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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