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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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나는 아까와 같은 음색으로 큰 소리로 인사하고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왜 편의점이 아니면 안되는지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면 안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점원이 될 수는 있어도 매뉴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여전히 모르는 채였다.


아침이 되면 또 나는 점원이 되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그것만이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정상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이 왜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모두의 뇌가 상상하는 보통사람의 모습이 되어간다. 모두의 축복이 기분 나빴지만 ˝고맙습니다˝하고만 말했다.


나는 문득, 아까 나온 편의점의 유리창에 비친 내모습을 바라보았다.이 손과 발도 편의점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자 유리창 속의 내가 비로소 의미 있는 생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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