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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창문 틈사이로 보이는 분홍색 파랑색의 달의궁전이라는 네온사인에 M.S 는 마음이 사로잡혔다. 어떤 환상세계로 데려다 줄것 같은.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M.S 에게 끌린 키티가 중국인이라는 것과 M.S 를 사로잡은 달의궁전이 중국음식점이라는점
빅터삼촌의 죽음을 알렸던 경사와 달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이 우연히 둘다 닐 암스트롱이었다는 점
이러한 사소한 우연들이 앞으로 M.S 에게 일어날 우연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M.S에게 일어난 엄청난 우연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중 하나라도 다른 방향으로 갔다면 일어나지 않았을것이다.
우연은 일어날 수 있지만 반복된 우연, 우연이 세번이면 이것은 더이상 우연이 아니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이라고 했다.
M.S 는 바버를 잃고 에핑의 동굴을 찾아나선다. 모든상황이 M.S를 그렇게 할 수 밖에없게 만들었다. 우연의 연속이 필연임을 알리는듯.
동굴이라는 목적. 끝으로 달리는 M.S에게 그 곳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인생의 시작이었다. 검은하늘에 떠오른 노란달은 지금까지 어두웠건 검은하늘같은 M.S 인생의 빛나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같이 보였다.
인간이 달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 해 여름이었다
28p 나는 어쩌다 두 창문 사이에, 그러니까 왼쪽으로 나 있는 창문과 비스듬한 각을 이룬곳에 서있다가 그 창문으로 눈길을 돌렸고, 바로 그순간 앞쪽의 두건물 사이로 난 틈새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있는데서 내려다 보이는것은 브로드웨이의 아주 작은 일부었는데, 놀라운 일은 그 부분 전체가 (달의궁전 Moon Palace)라는 글자가 적힌 분홍색과 파란색의 선명한 네온사인 불빛으로 채워져 있다는것이었다. 다음 순간 나는 그것이 아래쪽 길에 있든 중국음식점의 네온사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내게 느닷없이 달려든 그 글자들이 현실적인 판단과 생각을 모두 앗아가 버렸다. 그것은 마법의 글자들이었다. 그 글자들이 하늘에서 바로 내려온 메시지인 것처럼 어둠 속에 걸려있었다.
50p 이따끔씩 나는 창문 사이에 못박힌듯 서서 (달의궁전) 라고 쓰인 네온사인을 지켜보았다. 그러는것까지도 즐거웠고 그럴때면 언제나 재미있는 생각들이 연달아 떠오르는것 같았다. 그 생각들은 제멋대로 떠오르는 연상이다 두서없는 회상이어서 이제는 좀 흐릿해졌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달 표면에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본 이후로 달이라는 말의 의미가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내가 아이다호의 보이즈에서 닐 암스트롱이라는 사람을 만났고 다음에는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외계로 날아간 것을 보았다는 우연의 일치때문에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나는 단지 기아로 일지적인 정신착란을 일으켰고, 그 네온사인의 불빛이 나를 꼼짝 못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어떤 것 때문이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달의궁전)라는 단어가 신비하고 매혹적인 신탁처럼 내 마음을 흘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445p 나는 세상끝까지 온것이었고 그 너머로는 바람과 파도, 중국해안까지 곧장 이어진 공허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가 내 출발점이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여기가 내 삶이 시작되는곳이야 ....... 내가 해안의 굴곡을 바라보고 있을 동안 한집 두집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다음에는 언덕 뒤에서 달이 떠올랐다. 달아오른 돌처럼 노란 둥근보름달이었다. 나는 그 달이 어둠속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눈 한번 떼지않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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