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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전쟁 - 리튬, 구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미래경제를 지배할 5가지 금속의 지정학
어니스트 샤이더 지음, 안혜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희토류 자석 기업의 최고경영자 마크 센티는 단언했다.
"채굴 없이는 녹색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 그게 현실이다"
친환경 에너지를 얻으려면 광업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한다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등 희토류를 소재로 한다.
이것이 전기차의 딜레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서는 광물을 채굴하는 광산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광산은 자연 파괴, 먼지, 엄청난 소음, 수질과 토양오염, 유해 폐기물, 천문학적인 양의 지하수 소비와 탄소 배출, 광부의 노동력을 동반한다.콩고의 코발트 광산은 아동 노동력 착취로 고발되기도 하였다.
광산 사업은 환경 규제 기관과 자연보존 활동가들은 물론이고 지역 거주자들에게도 반가울 리 없다.
환경과 문화 보존을 이유로 광산에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되자 미국은 광산 개발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 되고 금속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외국 광산에서 생산된 광물을 아시아에 있는 가공 시설로 옮기는 해상 운송이 증가했고, 역설적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운송 분야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분의 1 가량을 만들어내며 온실효과와 지구온난화를 부추겼다고 한다.
광물 수입에 대한 미국의 딜레마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전기차 이용자가 많아지면 온실가스가 감축된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서는 광산과 가공시설이 필요하다.
➡광산과 가공시설은 자국 내 기피시설로 수입에 의존한다.
➡운송이 증가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다.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해야 할 명분이 약해진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다.
미국이 자국 내 광산 개발을 허가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
제임스 캘러웨이는
테슬라가 리튬은 물론이고 코발트와 니켈. 구리. 기타 금속들을 머나먼 생산지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며 미국이 이러한 금속들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조달할 수는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네바다의 리오 라이트 리지에 추정량 1조 4600만 톤의 리튬과 그 밖의 화학물질이 매장되어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
심지어 그곳은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건설하려던 곳에서 160Km 이내의 거리였다!
2016년.
캘러웨이는 리오라이트 리지에 리튬 광산을 파기로 한다. 그는 이곳의 경제성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아이어니어'라는 회사를 세우고 4년간 지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엔지니어들과 건축가들을 고용했으며, 경제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의 보고서를 받았다. 투자 회의를 열고 업계 콘퍼런스를 오갔다.
하지만 2020년 여름,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리오라이트 리지의 꽃들이 시든 것이다.
수천 송이 꽃들이,
하룻밤 사이에.
그 꽃들의 이름은 에리고늄 티에미, '티엠의 메밀'이라는 뜻이다.
1983년 5월 18일 제리 티엠이 발견해 1985년 학술지에 발표된 식물로, 지구상의 다른 지역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식물이었다.
리튬 잭팟이 터진 네바다의 리오라이트 리지는 에리고늄 티에미의 '유일한 자생지'였던 것이다.
2022년, 캘러웨이가 광산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었던 그 해 겨울, 에리고늄 티에미는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다.
<광물 전쟁>은 미래 경제를 좌우할 5가지 핵심 광물을 지정학적으로 살펴보며 그에 따른 환경. 문화적 쟁점을 다룬다.
미국은 멸종 위기종 식물로 유일하게 그 땅에서만 자라는 티엠의 메밀과 그 아래 파묻힌 1조 4600만 톤의 리튬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희토류, 리튬, 구리, 니켈, 코발트가 풍부하게 매장된 지역들은 이와 비슷한 선택 앞에 놓이게 된다.
“전 세계에서 금속 매장층은 성스럽거나, 매우 특별하거나, 함부로 건드리기에는 생태적으로 너무 민감하다고 여겨지는 땅에 자리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시도로 이러한 땅을 파헤쳐야 하느냐는 질문은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_광물 전쟁 33쪽
개인적으로 CHAPTER 3. 투명한 광산 프로젝트에서 티파니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국제적 기업 티파니 앤 코를 인수한 마이클 J. 코왈스키는
전반적인 주얼리 업계가 금속을 채굴하는 광산 형장의 모습에 무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얼리=감정이 깃든 상품'이라고 믿는 그는 책임 있는 광업을 장려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1. 불미스러운 장소에서 생산되는 금속을 사용하지 않았다.
2. 산호 보호를 위해 산호로 만든 주얼리 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3. 환경운동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과 티파티가 무엇을 도우면 될지 조언을 구했다.
4. 연어 야생 지대가 파괴될 수 있는 알래스카 페블 광산 건설을 반대하고,
5. 광업계 대표들과 '책임 있는 광업 보증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창설했다.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국이다. 하지만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은 모두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광업은 분명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역설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 필연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어디에서 책임 있는 광업을 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약을 맺었듯이 다른 나라와의 협약을 통해?
만약 지금처럼 다른 나라에 의존한다면, 광산부자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를 협상카드로 들고 나왔듯이 다른 나라에서 광물을 협상 카드로 들고 나올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다른 나라가 공급을 중단할 경우 대처할 방법은 있는가?
광물이라는 새로운 요소와 광물이 묻힌 장소의 지정학적. 생태 문화적인 특징들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