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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말라고 하지 마세요 - 우리 아이 사회성 솔루션
이다랑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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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겐 착하다는 말을 듣는 아이지만 엄마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아이가 좀 더 자기 표현을 하길 바랍니다. 이 책으로 도움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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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볼래요? - 엄마들의 삶에 스며든 영화 이야기
부너미 기획 / 이매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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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롯이 혼자된 밤.

그녀들이 본 영화와 그녀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82년생 김지영, 디 아워스 같은 유명한 영화에서부터 페미니즘 영화, 독립영화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그녀들의 삶과 연관지어져 소개되는데, 사실 영화 이야기보다 더 궁금한 것은 그녀들의 사는 얘기다.

 

'어머 이 영화 재미있겠다. 이 영화 꼭 봐야지.'

 

보다

 

'이 사람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

 

라는 감상을 준 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엄마들의 삶에 스며든 영화 이야기'인데, 내게는 '혼자된 밤 영화를 보고 싶은 엄마들의 삶 이야기'였다. 영화라는 소재가 꼭 필요했을까? 싶을 만큼 그녀들의 이야기는 내게 한 편의 영화, 혹은 소설과 같은 웃음과 눈물을 주었다. 진솔했다.

 

- - - - - - -


중학교 때 명절이 맞아 놀러 온 고모가 내게 물었다.

"넌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세 살짜리한테도 안 할 질문을 던지는 무례함에 화난 나는 엄마가 옆에 있는데도 고모를 무안하게 할 작정으로 쏘아붙였다.

"둘 다 싫은데요?"

_정현주<우리는 기적이 되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은 주말에만 아빠를 만나는 생활에 꽤 빨리 적응했다. 처음에는 헤어질 때 울기도 하고 아빠가 왜 자기들하고 같이 살지 않는지 궁금해했다. 아빠는 아빠 집에 산다고 처음 말한 날 새로운 상황에 낯설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심란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곧 아빠 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주말에 집중해서 놀아주는 아빠를 여전히 좋아한다.

_김은희<쿨한 게 아니라 노력하는 중입니다>

 

"부우욱."

살짝 들떠 있는 벽지 끝부분을 잡고 힘을 주어 당겼다. 거실 벽 짙은 회색 벽지가 끔찍이 싫은데도 3년을 참고 살았다. 무슨 색으로 칠하면 좋을지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무지개색!"

_살구<이 세상 낡은 벽지를 무지개색으로>

 

나는 바쁘다. 가족만 바라보고 살기에는 하고픈 일이 많다. 글도 쓰고 싶고 좋은 영화도 보고 싶고, 직장과 가족에 매달리느라 미룬 취미들, 맨 후순위로 밀린 스페인어도 제대로 배우고 싶고, 피아노도 치고 싶다. 나한테 맞는 제2의 직업을 찾아 꾸준히 일하고 싶기도 하다. 자녀들에게 매달릴 시간이 없다.

_블랑 <어느B급 시어머니의 고백>

 

아이가 장염을 앓던 긴긴밤, 사분의삼 박자로 고르게 흐르던 숨결이 급해지면 재빨리 일어나 아이 입에 대야를 갖다 댔다. 토사물이 나오는 찰나에 대야를 대지 못하면 내 손바닥이라도 대신 내밀었다. 누운 채로 용번을 보면 대변이 허리까지 올라오는 탓에, 아이 엉덩이에서 천둥소리가 날 때는 마른침을 삼키며 마음 준비를 해야 했다. 뒤처리를 하는데 남편이 지나가며 말했다. "으, 나는 못하겠어. 엄마는 참 대단해."

_안성은 <엄마는 강하다는 말>

 

아이들이 잠들면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집을 치우고, 반찬을 만들었다. 집안일은 온정일 해도 끝나지 않았는데, 아무리 해도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 더 기가 막혔다. 손목와 발목, 허리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나는 가사와 돌봄을 남편하고 나누기로 결심했다.

_나비<모래사장에 빠진 유아차를 옮기려면>

 

남편은 회사 생활을 우선하다가 퇴근 뒤 한두 시간 또는 주말에 아이들하고 신나게 놀아주면 '아빠 최고!'라는 말을 들었다. 꾸준히 경력을 쌓았고, 연봉도 올랐다. 경제력과 돌봄력을 다 갖춘 매력적인 삶이었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주 양육자 구실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했다. 밤낮없이 일해도 수입은 불안정했고, 집에서 일하다보니 아이들하고 갈등이 자주 생겼다. 체력과 인내심은 바닥 났다. 간식 달라는 말에도, 색종이 잘라 달라는 말에도 짜증이 났다.

_이성경<엄마들이여, 사치하자>

 

“너, 금, 토 시간 있어?”

반갑게 금요일인지 토요일인지 되묻는 친구에게 ‘1박2일’이라고 말하고 대답을 기다렸다. 긍정적인 답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혼자라도 짐을 싸 나갈테고, 하루 동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작정이다. 나는 이렇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_구성은<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한 여자들>

 

결혼 뒤 아이를 낯고 낮과 밤을 구별하지 않은 채 흘려보낸 무수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쉼 없이 흘러간 시간 안에 나를 담은 계절은 얼마나 있었을까. ‘엄마’라는 이름에 누구보다 충실하게 살아간 나를 치켜세운 말들,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삼킨 그 말들을 모두 다 토해내고 싶었다.

따뜻한 위로는 내가 아니라 ‘엄마’를 향해 있었다.

_유보라<나는 날마다 내 안부를 묻는다>

 

-  -  -  -  -  


결혼한 여성들의 삶을 탐구하는 모임. 부너미.

그녀들의 두번째 책인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는 내가 가졌던 성에 대한 기존 인식을 깨뜨리고 남편과 평등한 관계를 이루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책에 쓰인 평범(하고 내면이 단단)한 엄마들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전작인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도 찾아 읽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공감했더랬다.

 

세번째 책 <우리 같이 영화 볼래요?>는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좀더 가깝고 친근하다. 마치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보통 엄마들의 다큐멘터리가 섞인 듯 잔잔하면서도 재미있다. 문장 하나 하나에서 글쓴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낯선 이들의 그 목소리가 마치 오래 사귄 친구의 목소리처럼 정겹다.


페미니즘, 섹스, 영화.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그녀들의 일상에서 또 어떤 것들이 이야깃거리가 되어 책으로 엮일 수 있을까?


부너미의 다음 책이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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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이금이 중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주성희 그림 / 밤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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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고치거나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특성이에요. 수아는 지금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요."


수아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나는 영무 편이었는데. 수아의 사촌이라는 이유로 수아를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혼이 나고, 제멋대로인 수아의 행동 때문에 피해를 입는 영무가 도리어 안쓰러웠는데. 저 말이 내 눈물샘을 자극한 건, 어쩌면 나를 위로해 주는 말 같았기 때문 아닐까.

'장애'를 '성격'으로 바꿔본다면 말이다.


"성격은 고치거나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특성이에요. 당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요."



그날도 나는 놀이터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엄마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혼자 벤치에 앉아서 내 아이가 낯선 아이와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헝겊 가방 속에 챙겨간 책을 꺼냈다. 글자를 읽기 시작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요즘 들어 생긴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아이는 곧 학교에 갈 텐데, 이런 내 모습 괜찮을까?'

동네에 연락하고 지내는 엄마가 한 명도 없는 나. 다른 엄마들은 서로 어울리며 아이 학교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나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것 같은데, 서로 친하게 지내며 주말에도 만나 아이들끼리 어울리게 하고 그러는 것 같던데.......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더 좋아하는 나. '사교적'이란 말과는 거리가 먼 내 성격이 아이의 사회성과 인간관계에 필요한 것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책을 든 채로 놀이터 둘레의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드르륵드륵 킥보드를 끌고 아이 둘이 내 옆을 쌩쌩 지나갔다. 그 바람에 책에서 눈을 떼어 고개를 들었는데 모여있는 엄마들 틈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아이가 어릴 때 장난감 도서관에서 몇 번 마주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동네 엄마였다. 나는 황급히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 눈이 마주치면 아는 척을 하기도 어려웠고, 안 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한테 관심없는데 괜히 긴장해서 책을 읽는 척 그 옆을 지나친 후 나는 그만 내 모습이 우스워서 혼자 코웃음을 쳤다. '누가 잡아먹니?' 그러게 말이다. 누가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속 주인공 영무의 사촌인 수아는 마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같다. 사람들과 손잡는 것을 싫어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관해서라면 상황을 가리지 않고 떠들기도 한다. 마치 드라마 속 우영우가 고래 이야기를 하듯 수아는 달팽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수업 시간에 툭하면 자리를 벗어나 학급문고의 책을 꺼내 읽고, 갑자기 사라지더니 운동장에서 병설유치원 아이들과 놀고 있기도 한다. 같은 반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수아는 이상한 아이, 제멋대로인 아이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아이이다. 누군가는 수아를 놀리고, 누군가는 미워하며, 누군가는 모르는 체 내버려둔다. 수아를 진심으로 위하고 이해하는 것은 엄마뿐이다.


"장애는(성격은) 고치거나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특성이에요. 누구나 지금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에 에너지를 쓰기보다 혼자 있기를 즐기는 것은 내 성격이다. 고치고 극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게 아이에게 걸림돌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런 엄마를 만난 아이의 운명이다. 아이가 풀어야 할 문제지 내 숙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놀이터에서 모여있는 엄마들을 바라보며 '나는 왜 저렇게 어울리지 못할까' 하고 스스로를 탓하고 아이에게 괜스레 미안해하던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다. 그들과 나는 조금 다를 뿐이다.



이 책은 작가님이 농촌에 살며 아이들을 작은 초등학교에 보내던 시절, 실제로 겪었던 일을 모태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때 4학년과 2학년인 남매가 전학을 왔는데, 말과 행동이 여느 아이들과 달랐던 4학년 누나가 학교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놀림의 대상으로 여기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장애와 비장애의 거리를 너무 멀게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김새와 성격이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장애도 나와 생김새가 조금 다르고, 성격이 조금 다를 뿐인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나는 가정과 학교가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에 너그럽고, 다름이 받아들여지는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가까운 어른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야기의 끝자락에 수아는 타고난 재능을 더 키우기 위해 춤과 노래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수아가 떠나고 이 소설은 끝이 나지만 이후의 수아가 어떤 일들을 겪을지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어려움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것이니 열심히 할 것이고, 언젠가 공연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어떤 신문기자는 수아의 공연 소개에 이런 타이틀을 붙일지도 모르겠다. '장애를 극복한 무용수', '장애를 딛고 날아오르다'.

과연 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무용수 채수아'를 보러 올까? '무용하는 장애인'을 보러 오게 되지는 않을까?

장애를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함으로 보지 않고 고치고 극복해야만 하는 것으로 보는 차별적 시선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무용수 채수아를 춤과 노래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으로만 보아주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빛나는 수아의 땀방울을 상상해 본다. 수아의 활짝 웃는 얼굴을. 장애를 딛고 일어섰다거나 장애를 극복했다는 수식어 없이 '채수아' 만의 감수성과 표현력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박수를 받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런 세상에서 나와 내 아이가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남들과 조금 다른 모습이어도, 성격이 조금 특이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이 세상이 나를 받아들여줄 것을 믿고, 지금 내 모습 그대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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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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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40대 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2부, 47세 양숙희씨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고 빠져든 것은.

열다섯 살 다인이가 7명의 아주머니(엄마&엄마의 친구) 들과 몽골 여행을 함께하고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이 소설은 1부는 다인이의 시점으로, 2부는 엄마 숙희의 시점으로 쓰여있다.


처음엔 다인이가 따라간대도 싫다던 엄마가 웬일인지 마음을 바꿔 아이돌 그룹의 앨범과 팬미팅 회비에 화보집까지 얹어 주며 다인에게 여행을 함께 가자고 한다. 나쁠 것 없는 제안이라 받아들이긴 했다만, 중년 아줌마들 틈에 끼어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몽골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자니 영 불만스러운 다인이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해 아이돌 그룹 멤버인 지노 오빠를 닮은 가이드 바타르를 보는 순간 로또 맞은 기분이 드는데....... 1부는 자신을 금사빠로 인정한 다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마에 대한 불만과 연민도 함께 ㅡ


여기까지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2부에서 눈물바람을 했다. 다인 엄마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서.


삶은 유한하다. 그것만도 잔인한데 단 한 번이다.

이것은 과연 축복일까.

두 번째 삶이 없다는 것을 아는 인간은 고민한다. 어떻게 잘 살 것인가.


그러나 삶은 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주와 자연과 타인의 의지에 내 삶은 습격당한다. 예기치 못한 습격에 차인 몸뚱이가 아프지만 참는다.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니까. 오기를 부린다. 나는 괜찮다고 다독인다. 나는 잘 살 수 있다고, 잘 살고 있다고 믿는다. 어떠한 습격에도 흔들리지 않게 준비하리라 다짐한다. 이것이 다인의 엄마, 양숙희의 모습이다.


하지만 생의 습격은 또 다른 형태로 언제든 찾아온다. 같은 형태로 찾아와도 타격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악착같았던 준비와 다짐은 허무해진다. 그 진실 앞에서 고개를 돌리던 숙희는 결국 난기류로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오기를 버리고 진실과 대면한다. 두려워하는 자신을 인정한다. 흔들리는 자신을 받아들인다. 명확하지 못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한다.



그래. 난 흔들렸고,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집으로 가는 마음이 사막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막막했다.

"엄마, 울어?"

어느 틈엔가 잠에서 깬 다인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거인의 땅에서, 우리 p.233


이 소설은 내게 말한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막막해도 괜찮다고. 울어도 괜찮다고. 다들 그러고 산다고.

답을 몰라도 된다고. 애초에 답은 없으니.


*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남들처럼, 남들만큼, 남들같이 살면 될까? 그 정도면 눈 감는 그 순간에 아- 이 정도면 잘 살았지. 할 수 있을까? 한데 '그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남들만큼'의 기준은 어디다 두면 될까?

잠깐. 내 인생 잘 사는데 왜 남의 인생과 비교를 할까? 또 잠깐. 꼭 '잘' 살아야 하나? '잘' 이 아니라 '살았다'에 의미를 좀 더 두면 안 될까? 한번뿐이니까 말이다.


소설 속 아주머니들은 내게 그러라고 한다.

'살고 있다'에 의미를 두라고. '어떻게'는 어떻든 상관없다고.


숙희를 포함한 일곱 명의 아주머니들은 모두 '살고 있다.' 각자 다르게.

남편과 이혼하고, 고3 딸과 함께 살지만 딸의 인생은 딸이 알아서 할 일이다 여기고 작가로서 자기 삶을 사는 춘희.

아들이 카이스트에 합격한 주희.

딸은 공부를 못하지만 독서논술 교사로 성공해 돈을 잘 버는 인경이.

애들은 유학 보내고 남편은 바람을 피운 명화.

집에서 살림만 하다 남편의 사업이 실패한 후, 보험설계사가 되었으나 늘 실적 미달이라는 정선이.

말수가 적어 다인이가 그림자란 별명을 붙인 금란이.

엄마의 죽음으로 삶의 궤적을 바꾸고, 문학 대신 공부를 선택해 미래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온 숙희.


복합적인 요소를 갖춘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렇게 요약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고 몇 자 적어보기도 했지만 다시 지워버리게 된다. 한 사람의 한 삶을 한 줄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소설 속에 나온 특징들로 요약해 본 나이 마흔일곱의 일곱 아주머니들. 이들을 비교해 누가 가장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가장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이 5년 후, 10년 후에도 그럴까?

사실 숙희는 아들이 카이스트에 합격해 신임하고 있는 주희를 과거 문학동아리 시절에는 자신보다 못하다 여기고 무시했었다. 말수가 적어 다인이가 그림자란 별명을 붙인 금란은 소설의 막바지에 이르러 감쪽같이 숨겨온 습작이 당선되어 청소년 소설가로 등단하게 된다.


인생은 모른다.

인생에 예기치 못한 습격은 언제나 찾아오며, 아프고 휘청대는 것은 당연하다. 예기치 못한 행운 역시 언제나 찾아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 잘 살기 위해 지나치게 주변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잘' 보다 '산다'에 의미를 두자. '잘' 말고 '어떻게' 살지 고민스럽다면 춘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춘희야, 우짜면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수 있나? 작가는 그래 해야 되는 기가?"

"작가라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원래 이렇게 생겨 먹었다.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는 결국 자기 선택 아니겠나."

거인의 땅에서, 우리 p.162


내도, 생겨먹은 대로 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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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 우리 아이 선한 부자만들기 프로젝트
백동재.백남정.동재엄마 지음 / nobook(노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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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재엄마도 성함이 있으실텐데, 성함이 아니라 동재엄마라고 표기된 것에 실망스럽습니다. 백남정 님도 동재아빠로 표기하시거나, 두분 다 성함을 쓰셨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쉬움부터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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