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전까지는 오래 전에 나온 오노즈카 카오리의 단편 만화가 생각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결말만큼은 이쪽이 훨씬 밝고 긍정적이네요.사실 두 사람의 삶이나 성격을 생각하면 파국으로 치닫는 쪽이 더 자연스러울 거 같은데, 연약한 독자들의 감수성을 생각해서 기어코 해피엔딩으로 그린 느낌도 듭니다. 온갖 자극적이고 위험한 비엘은 요즘도 수두룩하게 나오지만, 더할나위 없이 비극적인 엔딩까지 가는 경우는 보기 힘들죠. 손이 자주 가는 건 해피 엔딩 쪽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건 언해피 엔딩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비극으로 엔딩을 내는 것도 나쁘진 않읐을 텐데 싶긴 합니다.
선이 가늘고 깔끔해서 단아해 보이는데, 그림체가 자연스럽게 예쁩니다. 배경이나 소품 주변 조연들 등 적절하게 묘사했고요. 몇 야외 장면에서는 바람이라든가 그 장면의 느낌이 마치 영상으로 보듯 어쩐지 잘 다가옵니다. 인체는 얼굴이나 모을 예쁘고 안정적으로 작붕 없이 잘 그리는데, 움직임이나 자세 등이 자연스럽고 보기 좋습니다. 궁금해서 보니 정발된 만화가 이 만화 제외하고 하나밖에 없지만, 습작을 많이 했든지 정발이 안 된 다른 만화가 더 많든지 할 거 같습니다. 마음에 드네요.
솔직히 내용은 그냥저냥이라 그림체 구경하는 맛에 봄.선이 가는 하늘하늘한 작화가 예쁜 느낌이고, 또 몇몇 컷은 작가님이 힘을 준 것 같다. 더 예뻐 보여서. 단지 톤 효과를 자주 쓰시는데 그게 기본 작화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는 안 보인다. 몇몇 컷은 톤이 섬세한 작화를 깨는 것처럼도 보인다. 종이 인쇄로 보면 느낌이 다를 수도 있지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