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따라 세월은 흐르고
김연구 지음 / 이야기공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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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잃을 것이 많다. 가까운 가족이 죽거나 친하던 친구가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버릴 것이 점점 많다. 욕심을 버리고 물욕을 버리고 무언가에 대한 기대를 버린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다. 가볍게 오르던 산행을 포기하고 바다를 가르며 물개처럼 재빠르게 파도를 탔던 것도 포기한다. 청춘은 늘 마음에 그대로 자리 하지만 몸은 늙고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얻은 것도 많다. 지난 세월이 준 경험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 그리고 따뜻한 가족이 있다. <<노을 따라 세월은 흐르고>>에는 그 나이듦이 글 속에 녹아져 있었다.

저자의 나이 여든, 그 나이가 주는 무게감에 그의 글이 세월을 역주행 해 한 사람의 생이 그림처럼 지나간다. 어린 시절의 가난함이 청년 시절의 고단함이 종교를 품고 살아가던 단단함이 그리고 지금의 울창한 숲속에 높게 솟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저자의 글을 보면서 나는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평생 농사만 짓다가 생을 마감한 한 소년의 삶이 겹쳐졌다. 인천에서 피난 온 할아버지는 책을 좋아했지만 공부를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다섯 살의 동생에게 밥 한 그릇을 먹이려면 남의 집에서 새벽부터 일을 해야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던 할아버지의 메마른 등에는 늘 고단함과 피곤이 쌓여 있었다. 할아버지가 볼 수 있는 책이라고는 농사에 관한 것 뿐 이었다.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신문도 보고 잡지도 보면서 배움에 대한 한을 달랬다. 할아버지에게는 자신이 키우던 포도나무처럼 복숭아나무처럼 땅에 나무가 되길 바랐다.

가난하고 배고픈 시대를 살아간 두 남자의 삶에 나무는 그들의 삶 그 자체였다. 나의 할아버지에게는 자연에게 온 삶과 생명에 대한 감사라면 저자에게 나무는 자신의 정신적 힘인 종교에 대한 대답이었다. 자신의 삶을 온전하고 아름답게 이끌어주는 신에 대한 감사였다.


가난에 찌든 세월

정든 친구는 하나둘 고향 등지고

외로움에 홀로 둿산에 오르면

저 멀리 흐르는 금강 위로

고깃배가 한숨을 낚고 있던 그해 칠월

 

무심한 세월이 앗아갔는가

이제는 잊혀가는 그 여름날

아련히

아픔은 그리움으로 다가서고

세월은 어느새 노란 낙엽이 되어

내 고향 은행나무 아래

말없이 수북하게 쌓이고 있구나

=내 고향 칠월 중=

 

저자의 이야기가 책 속에 수북하게 쌓여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 삶을 허밍한다. 그의 박자에 맞춰 울고, 웃고, 미소 짓고, 그리워하다가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우리의 삶이 둥글게 둥글게 연결되어서 그래, 이게 인생이지하며 서로에게 마음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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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맘storyspace 2021-05-0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감동적인 서평이에요. 이야기공간 블로그에 출처 밝히고 조금만 가져다가 쓸게요. 서평이 마치 시 같네요. 뭉클~~~ - 이야기공간
 
딱 이만큼 영어 회화 - 시간 없는 직장인도 3개월 만에 외국인과 20분간 대화가 되는
김영익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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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책이 먼저 인가요, 사람이 먼저인가요.
결국, 돈인가요.
책으로 거짓말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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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치고 서울대 글쓰기 노트 - 전공적합성 공부를 위한 어휘 게임부터 수행평가와 서술형 문장 쓰기까지 닭치고 서울대
뽕샘(이봉선) 지음 / 이야기공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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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이가 고등학교 들어가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수행평가 하느라~ 바쁘더라고요!!
저희 아이 담임샘이 수행평가=글쓰기 라고 늘 말씀하신다고!!
중학과정부터 준비하면 좋을거 같아요.
요거요거 딱일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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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치고 서울대 - 전공적합성 공부로 진로 찾은 아이들 닭치고 서울대
뽕샘(이봉선) 지음 / 이야기공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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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마지막은 없어

 

   우리는 살아가면서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자신에게 묻는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표정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그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서 가장 먼저 충족되어야 할 욕구가 생리적인 욕구이다. ··주가 해결이 되어야지 그 다음 단계인 안전의 욕구로 나아갈 수 있다. 신체적인 안정감을 이루어야 3단계인 사회귀속의 욕구로 이어지고 마지막 단계인 자기실현의 욕구까지 다다를 수 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실현의 욕구이다. 자신에 대한 배려와 즐거움을 삶의 최우선으로 정하고 그 외의 다른 것들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들에게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그 다음 세대가 Z세대이다. 지금 10대를 이르는 말로 미디어와 IT에 능하고 스스로가 삶에서 최우선이 되는 세대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디서부터 그들의 생각을 읽어가야 하는지 모호하다. 그런 10대에게도 삶에 있어서 갈림길은 입시에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서 입시제도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발임에 동시에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늠해봐야 할 자기 점검의 기로인 것이다.

   『닭치고 서울대라는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제목에서 나오는 아우라에 두 가지 목소리가 들린다. 입 다물고 서울대에나 가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로 닭을 키우고 서울대를 가라고 큰 소리 치는 모습이기도 했다. 어쩌면 서울대라는 대학 이름이 가진 무게감에 더 끌렸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뽕샘의 입시전략서이다. 뽕샘이 알려주는 입시 비법은 제법 괜찮다. 그리고 아주 현실적이다. 그런데 단순히 입시 전문 책이라기에는 책이 주는 메시지가 단단하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이 책에 스무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입시를 마치고 맞는 나이 스무 살과 스무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 우연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무기력함을 넘어 닭을 치면서 암탉의 서열, 집단따돌림, 먹이에 대한 반응 등을 통해 학습과 연관 지어서 반응을 살피고 유추하며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찾은 아이, 가난하지만 자신만의 오기로 삶을 역전한 아이, 자신의 특기적성인 예능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공부한 아이, 대학에 합격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입학식도 못해본 아이, 부모님의 바람대로 대학에 가야만 했지만 자신의 전공적합성을 찾은 아이 등등 우리의 주변에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 사례로 나온다. 그리고 뽕샘의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가 더해져서 책에서 그 진심이 더 진하게 전해진다.

   아직은 입시가 아이들의 성적을 판단하고 사회의 첫 발을 결정하는 수단이다. 입시의 무게감과 무거움은 이 책에 소개한 아이들처럼 자신의 전공적합성을 알게 된다면 조금은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준비하고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렵다 어렵다고 하면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나를 알고 나에 맞는 입시 전략을 세우면 그 싸움은 늘 승리일 것이다. 비록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더라도 일단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수능을 준비했을 때 이런 책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조금 부럽기까지 했다.

   나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공부하는 방식을 이 책을 보면서 점검해 보기도 했다. 입시를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인생 공부도 이 입시 전략에 맞추어서 전략적으로 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공부가 시작된다. 뒤집고 앉고 서기를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타인을 모방하며 언어와 행동을 배운다. 학교를 다니면서 기본적인 소양을 익히고 사회에 나와서 사람을 통해 삶의 다양한 이면을 세부적으로 배운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삶이 그만의 역사로 기록이 되고 켜켜이 쌓여 자기 자신이 된다.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처럼 자신만의 자화상을 그리며 나답게 변모해 간다. 삶에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아주 중요하다.

   입시전략서라고 읽던 닭치고 서울대가 읽으면서 점점 뽕샘의 진한 삶의 이야기가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응어리진 무엇인가를 털어내고 다시 채우며 그렇게 그는 진짜 선생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가 자신의 부모님을 소환한 추억의 부분들이 입시전략처럼 차곡차곡 쌓여 그의 삶의 전략이 된다. 나는 뽕샘의 전공적합성을 인생적합성으로 부르고 싶다. 아이들의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자 삶에 흔들리는 우리 모두의 부표이다.

   나는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입시를 앞 둔 모든 10대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에게. 또 자신의 삶의 응어리를 품은 모든 이들에게 격하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삶의 입시는 결국 매 순간 다가온다. 마지막에 마지막은 없다. 매 순간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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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숲 2020-10-1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공적합성은 인생적합성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말을 들어봤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종식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어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적합성‘

이런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말해야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선택을 앞두고
많은 부모님들이 전공적합성의 취지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이 한 마디로
길을 열어가야겠습니다.

‘인생적합성‘

매 순간이 시작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낮달 2020-10-18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언제나 걱정이다. 아이에게 맞는 전공을 찾아줘서 오랫동안 자신의 일을 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아이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등대와같은 불빛을 제공한다. 닭치고 서울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인생의 적합성을 찾아주는 안내서이다.

이제이 2020-10-1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매 순간이 시작이라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AI 니 4차산업이니 해도 여전이 인간만큼은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하고 고뇌하고 고뇌하고.. 헤매는 듯 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네요. 나침반이자 삶에 흔들리는 우리 모두의 부표라~~ 하나의 깨달음. 위로라도 받는다면 이 책의 가치는 그 이상일 것 같네요. 더불어.. 함께 고뇌하고 갈길을 매번 잃어 버리는 부모들에게도요.
 
걸리버 여행기 을유세계문학전집 94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혜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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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는 여행을 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는 끊임없이 자신과의 한계에 도전한다. 자신의 삶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그는 모험을 포기하지 않았다.

릴리 퍼즈로부터 후이늠국까지 여러 대륙을 여행하면서 그는 그 나라의 제도, , 풍습, 문화 등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생활방식 그대로를 존중해 준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섬 안에 산다. 스스로가 만든 프리즘에 반사된 철학이 생기고 규칙을 따르며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한 나라의 제도 안에서 살지만 각기 다른 한 인격체로서 자기만의 섬을 만들어 나간다.

누구를 소인국이라 부르고 그 누구를 후이늠국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를 바라보는 상대방의 시각에 따라 그 섬의 이름을 여러 가지로 불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언어였다. 걸리버는 섬에 표류하자마자 언어의 불통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그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 그들이 쓰는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그 언어를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로 그는 언어를 습득하고 언어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걸리버가 겪은 모험을 설명하기에는 후이늠국의 언어는 한계가 있었다. 그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의 생성과정과 함께 발전해 나간다. 경험의 비례만큼 언어의 사용 깊이도 비례하는 것이다.

이것은 달리보면 각 개인이 가진 경험의 크기가 그 사람의 언어 영역을 만들고 그 사람이 살아갈 나침반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다. 나침반의 크기가 아닌 그 나침반이 가진 무게만큼 우리가 살아갈 방향은 달라질 것이다.

당신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당신은 어떤 섬을 만들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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