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사회 - 인간 사회보다 합리적인 유전자들의 세상
이타이 야나이 & 마틴 럴처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엄마의 친구가 죽었다. 병명은 폐암이었다. 담배도 피우지 않던 그녀의 병은 유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폐암이 어떻게 유전으로 걸릴까 한참동안 생각했었다.

그 궁금증은 유전자 사회를 보면서 풀렸다. 유전자는 참 신비로운 존재다.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면서 협동하고 무엇인가를 만들고 조합한다. 하나의 객체가 아닌 서로의 연결망을 구성해 진화를 거듭한다.

유전자 형질마다 하나의 유전자가 있다. 그래서 유전될 수 있는 병마다 하나의 병인이 될 수 있는 돌연변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유전자가 하나의 대립형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병과 돌연변이는 일대일 관계가 아닌 것이다. 우유를 분해하는 락테이스의 진화를 놓고 봐도 세 가지의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이 반응이 부적합하거나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우유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아무에게나 우유를 권할 수가 없다. 예전에는 우유선물을 하기도 했는데 유전자 사회를 읽으면서 내가 좋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먹는 것이 모두 우리 몸에 이롭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약은 불완전한 처방이라고 한다. 약은 효과가 좋은 것을 써서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유전자의 전적인 치료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또한 약이 그 병에 완벽하지 않듯이 그 사람에게 완전하게 적용되지도 않는다. 그 약이 어떤 작용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유전자의 결합과 협동 사이에서 약은 다른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병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개별화 된 약의 개발이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져오길 바란다. 끊임없이 유전자를 연구하고 분석한다. 그러나 우리 몸을 온전히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미래의 사회에는 우리 몸의 유전자를 스캔해주는 기계가 나왔으면 한다. 그러나 모든 유전자 형질을 분석하고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과연 그 많은 유전자를 다 알아낼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사람과 같다. 한 개인은 포유류라는 동물과에 속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과 행동 지적 수준 등등은 개별적이다. 이 개인이 한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존재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존재하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커넥트 한다. 관계 속에서 인간 연결 그물망을 만들고 그 관계에서 희노애락을 느낀다. 사회 안에서 성장하고 성숙하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사회 안에서의 우리는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돌연변이들이 통제되지 않은 세포 성장을 막는 신체의 방어를 무효화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스스로 성장 신호를 제공하는 것, 세포 분열을 막는 신호를 무시하는 것, 영원히 사는 세포가 되는 것, 세포 사멸을 피하는 것, 면역에 의한 파괴를 피하는 것,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만드는 것, 새로운 혈관을 끌어들이는 것, 멀리 있는 부위에 침입하는 것, 이다. 이러한 유전자는 암으로 발전해 암말기에는 이 모든 특징을 가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도 암 같은 존재의 사람이 있다.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사람의 소통을 막고 영원히 자신이 대단한 줄 알고 머리 숙여 낮아짐을 모르고 누군가의 위로와 충고를 받아들일 줄 모르며 다른 사람의 공으로 살고 새로운 관계만을 중시하고 남이 보지 못하는 곳을 갈취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유전자도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생명이 다하면 과감히 놓아버릴 줄 아는데 우리 인간은 욕심의 허상에 둘러 싸여 자신이 가진 것이 최고인줄 알고 남을 업신여기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사람들. 우린 아직 유전자 사회를 더 공부하고 배워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어울러져 살아야 하는지 말이다.

 

리처드도킨슨, 유전자, 암, 우유, 돌연변이, 멘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