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85
볼레스와프 프루스 지음, 정병권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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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의 인형인가.

 

국정농단.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다. TV를 틀면 뉴스의 초점은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 그리고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구의 잘못인가부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까지, 우리의 삶의 고단함이 더 짙어진다. 소설 인형은 폴란드 국민소설이다. 귀족에서 빈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계층이 나온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보쿨스키는 상인이다. 미망인과 결혼했고 미망인이 죽으면서 많은 재산을 물려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책을 좋아하고 학문에 열중하고 싶은 사람이다. 공부만 하고 싶던 그에게 이자벨라라는 여자는 그를 전쟁터의 군수납품자로 뛰어들게 한다. 그게 사랑이든, 연민이든, 짝사랑이든지간에 그는 부자가 되고 그녀의 마음을 흔들고 싶어 한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 그 상점에 대해서 그리고 보쿨스키에 대해서 너도 나도 한마디씩 덧붙이기를 한다. 상점이 망했다거나 그의 미망인에 대해서 그리고 재산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술집에서 펼쳐진다. 그 이야기의 진실은 주인공을 배제한 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우리는 남의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특히 나쁜 이야기를 눈덩이 굴리듯이 그 크기가 점점 커져서 당사자 앞에 툭 던져 놓기 일쑤이다.

사람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진심은 있을 것일까. 계급과 권위를 뺀 인간관계의 한계는 무엇인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돈이나 권력은 무너지는 순간이 한순간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인간답다는 것은 무너지지 않는다. 반대로 그 사람이 인간답지 못하다는 것 역시 무너지지 않는다.

폴란드, 발트해의 작은 나라이다. 2차 세계 대전으로 나라가 분할되었고 전쟁을 온 몸으로 느낀 나라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945년 해방되었다. 작가 볼레스와프 프루스는 애국 계몽운동에 앞장 선 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으로 싸우다가 후에 글로 싸웠다. 온전하지 못한 나라에 대한 설움은 온전한 정신을 가진 이들에게 더 큰 시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우리가 한 생애를 온전하게 살다간다는 것은 내 개인의 행복과 내 주변의 행복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주는 일일까. 보쿨스키는 빈민가를 걸으면 생각한다. 자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나눠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역사를 되짚어보면 온 집안의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사람이 많다. 그 중에 이회영 집안은 600억원의 가량의 전재산을 오로지 나라를 위해 헌납한다. 도산 안창호도 가장의 아버지가 아닌 나라의 아들로 오렌지 농장에서 일한 돈을 독립운동에 쓴다.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나라를 위해 나 자신의 행복을 독립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암살에 나오는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전지현과 하정우가 병우너에서 마주보며 하는 말.

그치만 계속 알려줘야죠,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그래.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싸워야 한다. 그 누군가는 늘 하던 일이니까. 행복이란 달콤한 초콧릿을 입에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의 나눔이니까 말이다. 지금은 아프고 힘든 일이더라도 우린 계속 싸워야 한다. 그 누군가의 인형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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