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미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65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8월
평점 :
청소년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아동기의 티를 벗고 성인으로 가는 통과의례의 과정. 그 시기의 청소년들은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는다. 나를 세상의 중심에 세워놓고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이 때.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나 방임은 아이들의 자아정체성 형성에 방해를 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세계 1위이다. 이 중, 청소년의 자살 이유는 성적 비관이 가장 많다. 수능고시 하나로 인생의 전부를 판가름 해버리는 우리나라의 사회구조 속에서 청소년의 나 들여다보기는 꿈과 같은 이야기 이다. 유럽의 청소년들이 중학생이 되기 전에 이미 자신의 꿈을 생각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부유한 집안의 안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다.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적 여유를 가진 집안의 한 사람으로서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거짓말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린다.
그 때 등장하는 것이 데미안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를 지켜보며 위험에서 구해주고 스스로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을 통해 주인공이 스스로 답을 구하게 한다. 또한 성경의 구절을 다른 의미로 재해석 해, 원론적인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한다. 이는 단순히 성경 모독이 아니라 그 구절이 갖고 있는 의미의 또 다른 해석이며 창조적인 영역의 확대이다.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함으로써 스스로 답을 구하고 스스로 정의하면서 ‘왜 사는가’에서 ‘어떻게 사는가’까지의 삶의 여정을 그려보게 한다.
싱클레어는 성장 과정에서, 내면의 여러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완벽한 이성의 데미안, 옛 이야기 보따리를 안고 있는 피스토리우스, 순간의 생각 덩어리인 크나우어, 우리들의 사랑스런 어머니 에바 등등이 그의 내면에 자리한 여러 가지 모습의 또 다른 나이다.
우리는 우리 내면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 자신을 감싸고 있다. 그 모습의 어느 부분이든 모두가 다 나의 모습이며 진실이다. 도덕, 이성, 감성, 사랑, 순간, 생각 등등의 다양함 속에서 나는 새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부리로 알을 깨고 날개 짓을 한다. 얼마나 큰 새인지, 어느 정도 날 수 있는지, 어디를 향해 날아가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생존의 순간에서 살기 위해, 먹잇감을 찾기 위해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리고 하늘을 날면서 또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날개 짓을 한다. 그 누구도 나의 길을 안내해주는 이는 없다. 오로지 온전한 나 자신과 그런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 자신이 세상을 던져놓은 대립 구조에서 나는 성장한다.
내 영혼의 불사조를 찾기 위해서 나는 생각하고, 나는 존재한다. 내 영혼의 동반자를 의지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된다. 세상에 뛰어든다. 어린 시절의 고뇌와 아픔, 기억을 차곡차곡 나의 내면에 녹여서 보통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