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표현형 - 이기적 유전자, 그다음 이야기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누구인가.

확장된 표현형을 읽고

멘델은 완두의 일곱 가지 대립 형질을 유전 실험하여 멘델의 법칙을 발견했다. 서로 대립하는 우성 유전 인자와 열성 유전 인자가 있을 때, 우성 인자의 형질만이 나타난다는 우열의 법칙. 우성만 보이던 잡종 1세대를 교배하면 서로 다른 유전자가 나뉘어 들어가 우성과 열성이 일정한 비율로 분리되어 나타나는 분리의 법칙. 서로 다른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는 각각 독립적으로 행동한다는 독립의 법칙.

그의 발견은 생물학 사상 최고의 위대한 발견으로 그 법칙을 기본 토대로 해서 생물학의 다양한 실험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등장하면서 생물학에서 파장이 일었다.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이기적 유전자가 그렇다.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일 뿐, 그 어떠한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을 택했고 인간은 유전 법칙에 의해 세대로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선택에 의해 인간의 개체가 선택된 것이다. 그는 여기에 확장된 표현형을 더해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자신이 포함된 유기체 외에 다른 개체들마저도 자신의 운반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숙주인 신경계는 어떤 신경계라도 제대로 다루기만하면 전복이 가능하다. 어떤 유기체의 팔다리는 다른 유기체의 유전적 적합도를 증진하도록 조종될 수 있다. 기린의 목이 긴 것은 자연섭리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목이 길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유전자가 생존 방식을 그렇게 택한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큰 파장이 예상될만하다. 진화론에 위배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확장된 표현형은 생물학적 관점이 아닌 철학, 미술, 문학, 문화, 인간의 삶에 적용을 해보면 또 이야기가 재미있게 풀어진다.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선택적으로 만나는가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관계는 유전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각각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람 관계가 또 다른 사람의 관계를 낳고 끊임없이 소통과 비소통의 구조에 놓인다. 어떤 사람은 나의 선택에 의해 만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만남의 그물망이 사실은 내가 아닌 누군가 혹은 어떤 필요에 의한 유전자가 조종한 것이라면 어떨까. 나는 그 자리에 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인격이 대신할 수도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나의 페르소나가 툭 튀어나와 그 순간을 채워 넣는다. 나의 말과 행동은 선택된 것으로 그 상황에 맞게 조종되기도 한다. 그 때, 누가 이익을 보는가의 문제는 꼭 내가 아닐 수도 있다. 그 자리를 만든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나의 말과 행동은 선택되어지고 집단이 아닌 개체로서 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확장된 표현형이 아닌가 한다.

또한 우리가 읽는 책의 단어 역시 작가에 의해 확장된 표현형이 될 수 있다. 각 단어의 연결과 마침표, 들여쓰기까지 작가에 의해 조종되고 독자에 의해서 재배치된다. 책속의 수많은 단어 유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의 꼬리를 낳다가 결국은 독자의 개인 개체에 의해 마무리가 된다.

책을 처음 펼치는 순간, 리처드 도킨슨의 끝없는 물음과 변명조 말투에 물 없이 고구마를 먹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커 정육면체를 바라보듯이 책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그의 새로운 시선과 차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보이는 것과 보려고 하는 것의 차이에서 리처드 도킨슨은 말한다.

생각을 버려! 지금 보이는 게 뭐지? 과연 그것이 정말 그럴까!’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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