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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노요코의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를 읽고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꾸밈없이 써져 있다. 열심히 하지 않고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더 다르게 보면 된다.
가까운 지인들과의 이야기, 아들과의 솔직함, 다른 이들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무심한 듯 보여도 사실은 애정이 담뿍 담겨있다. 우리는 제 각지 다른 모양으로 살고 있지만 그 모양들이 어울러져서 더 빛나고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그녀의 일상을 자리하고 있는 이야기 중,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인쇄된 글로 된 것을 의심하라”
“가난해졌다고 갑자기 친절하게 대해야 할 이유는 없어. 인간은 언제나 한결같아야 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밖에 보이지 않을 거다”
전쟁에 아이 넷을 낳고 생계를 꾸려가던 아버지. 가장이라는 옷은 그에게 너무 무거운 것인지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나 그가 늘 하던 말은 사노요코의 일상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그녀 자신이 되었다. 사람은 언제나 한결 같아야 한다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은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우리는 누구나 아버지에 대한 그림자를 안고 산다.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한 인물이었다. 시인이 되고자 했던 윤동주의 마음보다 집안에 괜찮은 자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공부를 해야지 사람이 되었던 그 시절에 운동주는 부단히 노력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닦았다. 그러나 늘 아버지 눈에는 부족한 아들로 비춰졌다. 운동주와 그의 아버지, 두 사람의 마음은 그 어떤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나의, 여시”, 아버지가 나를 부르던 애칭이었다. 여시는 여우라는 방언이다. 아버지가 여시라고 부를 때는 나도 모르게 기분이 하늘까지 닿았다. 나의 아버지는 늘 딸인 나를 많이 아껴주셨다. 하고 싶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주시려고 노력하셨다. 나의 아버지는 인테리이셨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나를 예뻐하시고 귀여워 하셨지만 사실 가정에는 충실한 분은 아니었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찾아서 가정보다는 더 나은 자신을 찾아 다니셨다.
그렇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전부 비정상이다,
우리의 일상은 균형을 이루는 듯이 보여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조금은 어긋나 있고 조금은 바르지 않고 조금은 엇박자인 것이다, 모두가 완벽할 수 없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처럼 솔직하게 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