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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 기이하거나 별나거나 지혜로운 괴짜들의 한살이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7월
평점 :
곤충, 다 같은 곤충은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곤충과 더불어 산다. 자연적으로 어울러져 사는 곤충도 있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함께 지내게 되는 곤충도 있다. 권오길의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의 다양한 곤충은 내가 평소에 벌레라고 생각한 녀석들도 많았다. 책의 제목만큼 발칙하고 귀여운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관심이 가는 녀석은 ‘책벌레’였다.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책과 가까이 지내다보면 자주 마주치는 녀석이 책벌레이기 때문이다. 책벌레의 본래 이름은 먼지다듬이 벌레 혹은 책다듬이 벌레이다. 1650여종이 있으며 봄, 여름에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암컷이 알을 낳고 유충은 모두 암컷으로 처녀생식을 한다. 수컷 없이 자연적으로 번식을 한다니, 이건 모계 사회도 아닌 진정한 여자들만의 세상이 아닌가! 사람이 남자 없이 여자만 존재 한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어진다면, 여자들의 평생 과제인 다이어트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처녀생식의 생리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이 더 크지 않을까 한다. 그 누군가 말했듯이 우주에서 홀로 살지 않는 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여자들만의 세상도 한 사회이고 그 사회 안의 문제는 늘 있기 마련이다. 목소리 카랑카랑한 여자들만 있는 세상보다는 저음의 남자들의 하모니가 같이 어울러져야 다양한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책벌레는 좀과로 좀은 세계적으로 330여종이 있다. 우리나라 말에 좀자가 붙으면 좋은 의미보다 나쁜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좀팽이’, ‘좀이 들다’, ‘좀이 쑤시다’, 좀스럽다‘, ’갗에서 좀난다‘처럼 말이다. 이 말 중에서도 ’갗에서 좀난다‘는 말은 화근이 그 자체에 있음을 의미하며 형제간이나 동료끼리의 싸움은 양편에 모두 해롭다는 의미이다. 특히 명절만 되면 가정 내 사건사고 기사가 많다. 명절 날 모여서 떡국이나 송편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기보다 재산 앞에서 칼부림이 나기도 하는 세상이 요즘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데, 우리의 마음의 깊이와 넓이는 형제나 가족 앞에서 더 각박해지고 있다. 물론 옛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지만 점점 더 가족의 의미와 기능이 제대로 자리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책벌레는 덥고 습한 곳에 사는데 서가나 고서의 종이를 좋아하며 바람과 햇살에 약하다. 책벌레가 있는 책을 따스한 햇살에 두면 사라지지만 우리가 아는 것처럼 책을 먹이로 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사이에 사는 곰팡이를 막는다. 오래된 책이 변하는 것은 곰팡이가 진짜 원인인 것이다. 이는 책에게는 이로운 책벌레를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보다 보면은 우리가 오해를 하거나 잘못알고 있던 곤충들이 많다. 그리고 소개된 곤충의 세밀화로 눈에 보이지 않던 곤충의 증명사진과도 같은 모습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다. 살아 있는 곤충의 제 각각의 이름을 다시금 알게 되고 그들 역시 우리의 삶과 같은 방향으로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다양한 책만큼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곤충의 그 존재만으로도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책벌레로 늘 공부하는 자세로 세상의 곰팡이를 먹이로 발칙한 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