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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도 - 그림으로 보는 죽음에 관한 에세이
윤민 지음 / 마름돌 / 2022년 6월
평점 :
'죽음'은 왠지 무거운 주제이고 생각하기가 싫다.
왜냐하면 죽음 이후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의 이야기는 있지만 실제로 그런지 알 수 없다.
검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죽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든 불교든 사후 세계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아마 다른 종교들도 마찬가지로 사후 세계 대한 기록이 남아있고
해당 종교인의 사후 세계 경험에 대한 주장도 앞으로 이어질 것이다.
필자는 학창시절에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군대에서는 소대원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 폭탄테러로 인해 사망했다.
스스로 죽고 싶다는 생각도 꽤 오래 했었다.
이렇게 필자는 죽음과 관련된 사건이나 상황, 경험이 살아온 생애와 함께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꼭 읽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일어났다.
책을 받아봤을 때에는 무채색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책의 내용은 더욱 가벼웠다. 무겁고 진지한 내용이 제법 담겼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매 주제마다 죽음에 관한 그림과 설명이 제시된다. 필자는 그림을 봐도
별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저자는 꽤 자세하게 관찰해냈다.
그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주제들은 대부분 어떤 직업을 나타냈다. 아니면 종교와 관련된 주제였다.
종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인간의 가장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서 우주로 우주선을 쏘아 올릴 기술을 갖고 있어도
인류에게 종교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실존적 불안이다.
저자는 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고 있다. 담백하다.
무거운 느낌이 별로 없고 읽으면서 오히려 현재의 삶을 바라보게 만든다.
죽음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현재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인 셈이다.
딱 그 의도로 쓰인 책이 아닌가 싶다.
공감되는 이야기도 제법 있었다. 아래의 내용이 가장 공감됐다.
[변호사]
앨리스터 크로울리의 저서 '토트의 서'에 나온 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즉각적으로 반대 생각을 떠올림으로써 균형을 찾아야 한다.
나의 모든 생각에 반대의 생각을 적용하여 균형을 잡아야 한다. 두 생각이 마치 결혼하듯이 하나로 맺어져야 허상이 파괴된다.
반대편에 있는 모든 것은 우주에서 꼭 필요한 보완 작용이므로 이 사실을 기뻐해야 한다.
[구두쇠/부자]
사용하라고 있는 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잃게 된다. 자연의 이치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운동하지 않으면) 근육이 퇴화하고, 머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두뇌의 기능이 약해진다. 쓸 수 있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바로 자연이 원하는 바이다. 써야 할 것을 쓰지 않고 비축하기만 하면 결국엔 이 그림처럼 죽음이 회수해간다.
[행상인]
이집트의 우화, 맨리 P. 홀의 '환생, 카르마 그리고 죽음 이후의 삶-맨리 P. 홀의 환생 강의 제1부'
아주 옛날에 어깨에 큰 가방을 짊어진 채 힘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걷던 나그네가 있었습니다. 가방에는 큰 주머니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앞쪽에, 다른 하나는 뒤쪽에 달려있었습니다. 나그네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그동안 살면서 성취한 자랑스러운 것들을 앞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래야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잊어버리고 싶은 것들은 모두 뒷주머니에 꾸겨 넣었습니다. 꼴도 보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후략)
[병사]
영화 킹스맨을 언급하면서,
전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공작을 펼쳐 전쟁을 일어킬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이런 조직이 이미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류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하면 지나친 음모론일까?
이처럼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잘 담겨있다. 책이 술술 잘 읽힌다.
반복해서 읽고 되새기고 싶은 구절이 많다.
필자는 언제부턴가 우울증이 사라지고 삶에 대한 의욕이 생겼다.
아마 그렇게 된 이유는 삶의 원리와 지혜를 어느정도 습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주역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다뤄졌던 헤겔의 변증법, 균형, 자연의 이치 등이다.
어쩌면 이책도 인생 철학책이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삶에 대한 희망이 없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면, 혹시나 죽음에 관심이 있다면
이책이 앞날을 좀 더 밝혀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 후기는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받아 직접 읽고 생각을 정리해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