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참으로 감각적인 소설을 만나보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잔잔한 공포와 설레임을 맛보게 해준 9월의 빛.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문체는 너무나 섬세하고 자세하여 페이지를 넘기면서 장면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게끔 해주었다.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파란만의 경치를 머릿속에 그려본 바 반짝이는 햇살의 눈부심, 짭짤한 바닷내음이 묻어있는 바람, 그리고외롭게 서있으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로운 등대 이 모든 것들을 이스마엘의 요트를 타고 함께 느껴보고픈 충동을 느꼈으니 말이다. 9월의 빛은 아르망 소벨이 그의 아내 시몬과 딸 이레네, 아들 도리안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부유한 생활을 하던 가족들은 남편이 남겨 놓은 어마어마한 빚을 떠안고 힘들게 살아가다 남편의 친구로부터 크래븐무어의 집사 자리를 소개받으며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파란만의 곶에 위치한 2층집을 후원받아 그곳에 살며 크래븐무어의 가정부인 귀여운 수다쟁이 한나와 그의 사촌 이스마엘을 소개받으며 그들 가족은 그렇게 천천히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아간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한나의 의문의 죽음으로 그렇게 위험은 급작스럽게 그들을 덮쳐왔다. 기괴하고 요사스럽기 그지없는 기계 인형들로 가득찬 크래븐 무어 대저택 한번도 본적 없고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크래븐무어 저택의 주인인 라자루스의 병든 아내..기계로 만들어진 인형들의 루비색 눈빛..모든것이 미스터리인 곳에서 그렇게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점차적으로 생겨난다. 어린시절 너무나 불운한 생활을 해야만 했던 라자루스 얀 그가 다니엘 호프만이라는 악마에게 자신의 마음을 팔아 부와 행복을 얻게 되었다고 믿었지만 알마 말티스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면서 그녀에게 마음을 주며 악마와의 거래는 깨지게 된다. 9월의 빛은 음침하고 기괴한 소설이지만 라자루스와 알마 말티스의 진정한 사랑은 빛이 되어 따스한 햇살로 바뀔것이다. 검은 그림자의 저주는 결국 라자루스가 죽음으로서 빚을 갚을 수 있게 된다. 너무나 외롭게 자란 남자의 잘못으로 그 외로움은 검은 그림자가 되어 그를 평생 따라다니며 주변 모두들 검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일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말이다. 도플갱어! 자신의 어둠과 그림자는 자기 자신이 감수하며 지켜내야 할 몫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