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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 6개월 안에는 뵐 수 있을까요?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참으로 따듯한 이야기이다.
누가 자신의 불행을 이토록 담담하게 해학적으로 풀어낼수 있을까?
니콜 드뷔롱은 오른쪽 다리골절 왼쪽발목 염좌 그리고 심장수술까지
2년반동안의 불행을 참으로 유머러스하게 기록하였다.
처음 자신의 양축사를 개조한 서재에서 머리부터 떨어진 사고를 당해 여러
의사선생님들을 거쳐가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입원을 시작하던
무렵 막내딸이 임신하여 결혼을 하고 기나긴 병원 생활이 끝나갈 무렵에는
둘째를 임신하고..참으로 기나긴 세월이다.
과연 나라면 니콜처럼 긍정적으로 살수 있었을까?
아니다. 아마 반년만에 미쳐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아니면 지독한 우울증에
걸려 검은늪을 허우적거리고 있을것이 뻔하다.
게다가 니콜의 남자도 커다란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꽤나
귀여운 면모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니콜이 남편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은건가..하는 생각도 했었다.
몇개월씩 떨어져 지내고 병원에도 늘 붙어있는것이 아니라 잠깐씩 나타났다
이내 곧 사라진다.
우리내 정서와는 조금 다른 구석이다. 여기 대한민국에선 24시간 병원
침대 머리맡에 죽치고 앉아 있어야 가족이구나..하고 생각이 드는듯싶다.
점점 니콜의 병원생활에 빠져들면서 남자가 귀여워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래 부부생활을 했음에도 여전히 부인을 사랑스러워 한다는 느낌이
글에서 묻어나온다. 아마 니콜도 글을 쓰면서 분명 그때의 사랑스러운 남자를
떠올렸으리라. 황혼에 같이 늙어가면서 이런 애정을 주고 받을수 있다는것
이것이 바로 니콜이 기나긴 병원 생활을 버티게 해준 버팀목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남편이 사고로 돌아가신것으로 알고있다. 다음번에..니콜의 남편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졌다.
니콜의 병원 이야기를 읽으면서 프랑스의 의료체계에 대해서 많은 궁금증이
일었다. 도대체 세금을 얼마나 내길래 호텔같은 병원 1인실이 공짜인거야!!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앰뷸런스를 택시처럼 불러타고 가도 공짜라니
헐~ 선진국은 다르긴 하군..그나저나 우리나라도 병원에 가면 니콜처럼
저렇게 의사선생님 만나기가 힘이드는가? 아쉽게도 동네 병원 말고는
가본적이 없는 사람이라 가늠하기가 힘들다..그래서 프랑스의 의료서비스가
참으로 부럽다...모르는 소리 말라구? 음..그렇다 진짜 모른다..
난 가끔 니콜같은 삶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미쳐 어느 한적한 시골에 파묻혀 열심히 일하다 다시
일상속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생활은 나의 꿈이었다. 프랑스 남부의
어느 시골 와인농장과 파리를 오가며 생활하는 그녀의 패턴이 그녀를 그토록
꿋꿋하고 삶에 대해 유머넘치는 문장을 쏟아내게 하는걸까?
이저녁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