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카메라를 위해 자신 삶의 경험을 형상화하고 단계화해요.기껏 휴가를 가서도 한쪽 눈은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비디오카메라에서 뗄 줄을 모르죠. 현실을 그대로 정지시켜 보관하고 싶은 욕망은 곧 현실을 회피하려는 욕망이에요.
저는 이미 어른이었고 변해 있었어요. 그래서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아버지를 대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오려내서 시물라크럼 안에 가둬놓은 저의 일부가, 제 눈 앞에 있었던 거예요.아버지는 그걸 이용해서 저와 연결된 느낌을 유지했어요.제가 거부했던,진짜가 아니었던 느낌을.
자기 자식이 철저한 의존과 독립한 자아 사이의 극히 짧은 시기의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건 아마 모든 부모의 꿈일 거예요.그 시기의 아이한테는 부모가 완전무결한 존재처럼 보이니까요.
|시뮬라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