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 빅뱅부터 2030년까지 스토리와 그래픽으로 만나는 인류의 역사
김민주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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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역사가 굉장히 지루한 과목이라고 생각했다. 고인돌이 발견된 장소를 도대체 왜 외워야 하며, 세계대공황이 일어난 배경을 왜 알아야 하고, 심지어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을 암기해야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과목도 역사였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흐름을 알면 암기하기가 쉽다는 점. 그만큼이나 역사에서 흐름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1.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책은 조금 특별하다. 저자가 역사가가 아니라,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역사가가 아닌 시선으로 세계사를 바라보는 건 나에게 조금 생소하면서도 걱정스러웠다. 맥락이 없는 것을 아닐까, 학계의 논의와는 벗어나는 이야기가 가득한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정말 트렌디(trendy)하다. 사실 구글에 검색하면 수만 가지의 정보가 떠오르는 현대사회에 들어서서 역사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정보들을 어떻게 엮고, 어떤 인사이트를 가지고 바라볼 것이냐가 우리가 방점을 찍을 곳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가 찍은 방점들이 나는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고, 일반 역사가라면 지나칠 수 있는 포인트라고 느꼈던 부분들도 많다.

2.

세계사에 대한 책인 만큼 굉장히 많은 정보들이 담겨있다. 책도 475페이지로 짧은 편은 절대 아니다. 그렇기에 읽었을 때 성취감과 쾌감이 엄청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궁금증이다. 긴 시대를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다른 세계사 책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가령, ‘네팔 용병은 왜 유독 인기가 높았을까?’, ‘타이완과 중국의 긴장관계에는 어떤 역사적 맥락이 있을까?’, ‘인류가 가장 바빴던 해, 1776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등 이런 구성은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3.

둔필승총이라는 말이 있다. 둔한 기록이 총명한 기억보다 낫다는 의미이다. 기록하지 않은 것은 모림지기 기억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가마천은 궁형을 당했지만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사기>를 기필코 써냈다. 역사는 과거를 반추하여 현재에 살아남고 미래를 개척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역사의 진정한 목적은 단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투영하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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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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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0.

평범한 것들을 그리고 쓴다는 것.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작가 남편과 글을 쓰는 소설가 부인이 함께 만든 책. 처음에는 굉장히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의 시간들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냥 로맨틱하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1.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가 않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본 일상도 그들의 삶의 일부겠지만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사랑하는 방식을 좋아하고, 그들의 일상도 좋아한다. 특히 노동자의 삶을 그리고, 쓴 부분에서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방식의 삶에 대한 경외심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네 번째 부분인데 우울증이라는 어쩌면 한없이 우울해 질 수 있는 주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놓은 페이지이다. 처음에는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서로의 상처를 점차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는지, 상처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적어놓은 부분에서 타인과 함께 사는 삶을 위한 하나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2.

작가의 말과 같이 사랑이 돈이 되고, 사랑이 집이 되고, 사랑이 관계가 되고, 사랑이 양육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서 사랑을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이 둘이 보여주는 사랑의 시간들은 일상적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이런 시대에서도 온전히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멋있고,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되니까.

 

3.

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 막상 닥치지 않으면 모르는 그런 일들이 있다. 대단한 삶의 진리나 원칙들을 깨우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때론 그 순간을 경험하고 배워가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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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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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0.

생각지도 못한 소재들의 연결고리를 찾아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은 정치, 사회문제, 영화, 패션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소재들을 엮어 하나의 글을 만든다. 마치 여러 나라의 재료를 섞은 요리 같다고 할까. <그녀>, <파이이야기> ,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이 인용되어서 좋았다. 내가 아는 이야기를 해주어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지만, 그것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다른 영역으로 확장시켜주는 생각의 전환이 더 좋았다.

 

1.

예전에 한 교수님께서 내게 소제목을 적극 활용하라는 점과 글을 쉽게 쓰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다. 당시에는 내 글이 어렵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소제목을 쓴다는 것이 꽤나 민망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의 교수님의 조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글은 지식이 많은 글이 아니라 독자가 읽기 쉬운 글이자, 이해하기 쉬운 글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용의 힌트를 주는 소제목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이자, 글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인지도 느꼈다. 참 재미있는 책이다.

 

2.

이 책의 다양한 부분을 좋아하지만,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여덟 단어>라는 책이 있다. 인문교양을 다루고 있다는 점과 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영역을 엮으려고 하는 서술방식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여덟 단어>는 많이 닮아있다. 뭐 그런 점이 두 책 모두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으니 나는 좋다. 이 책을 다시 읽기 전에 몇 가지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이 일들을 하고 난후 다시 읽으면 더 풍요로운 책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 영국에서 마마이트(Marmite) 먹기

- <만들어진 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타워> 읽기

- 책에 나온 몇 가지 노래 들어보기

등등

 

3.

사람들은 지식을 많이 쌓은 사람이 자연스레 지혜로운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식을 많이 쌓기만 한 사람은 꼰대가 될 확률이 더 높다. 지식은 자칫 지혜로 이어지는 통로를 가로막는 벽이 되고 한다. 그것이 지식의 저주다. 지식과 지혜는 트랙이 좀 다른데, 그 다른 궤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태도가 유연성이다. …… 내 한줌 지식을 이리저리 연결해 보면서 나는 교양이 아닌 유연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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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가 짧기 때문이라고요? - 유럽에서 중동, 아시아까지 성평등을 위한 카투니스트들의 외침
카투닝 포 피스 지음, 김희진 옮김, 엘리자베트 바댕테르 서문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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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가 짧기 때문이라고요? - 김영사

 

0. 아니오.

 

1. 우리 사회는 여전히 페미니즘으로 핫하다. 그러나 활발한 의견교환이 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에 반하는 반페미니즘의 목소리 또한 커져가고 있다. 극단적인 예시로 대표적인 페미니즘 도서가 영화화된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하는 여배우가 악플에 시달리기도 하고, 낙태죄 폐지를 둘러싸고도 찬반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리고 이 책은 전형적인 페미니즘도서이다.

 

2. 표지가 귀여운 이 책은 카툰, 즉 만화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장점이 분명한데, 작가는 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인 언어로 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이 없이 받아드릴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책 속의 만화를 읽으면서 부담 없이 페미니즘이 이야기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무엇을 비꼬기 위해서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치마가 짧기 때문이라고요?”라는 제목만큼이나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주제들이 많다. 그러나 가부장제나 여성임금 등 여전히 불합리적인 여성인권의 단면을 풍자하는 데에서 그치는 점이 아쉽다. 근데, 책이 꼭 해결책을 제시하고, 작가의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을 알리고, 정보를 전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4. 이 책을 내 주변 누구에게 추천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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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필립 한든 지음, 김철호 옮김 / 김영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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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김영사

 

0.

제목 속의 자유로운 여행자를 보고 여행자들이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디를 향한 여행일까 등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고, 나 나름대로 열심히 제목을 바탕으로 내용을 추론해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에 내가 범한 오류가 두 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여행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한 것처럼 좁은 의미의 여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다양한 인물들의 설명과 그들의 소지한 품목을 적은 것으로 구성되는데 그 인물들은 수도승, 작가, 운동가 등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여행은 타 지역으로의 여행이기도 하지만, 일생에서의 여행이자 사유의 여행으로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여행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자유로움이 소유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것이다. 나는 자유가 시간에서의 자유로움인지 예산에서의 자유로움인지를 고민했는데, 자유는 결국 무소유를 의미했다. 책 속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소지품도 옷가지, 연필, 음식 조금 등 굉장히 간소하게 꾸려져 있었다.

 

1.

하얀색 깔끔한 표지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았다. 특히, 책 전반에서 욕심을 지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가장 와 닿은 문장은 그는 집안에 의자를 세 개만 놓아두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둘은 우정을 위해, 셋은 사교를 위해.’이다. 의자 세 개에 각각 고독과 우정과 사교라는 의미가 부여되면서 의자 세 개는 불필요한 욕심이 아닌 삶을 위해 필요한 소지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대상을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구절이라고 느꼈다. , ‘이 책은 누구라도 하룻밤 새에 읽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하지만, 그러면 여러분이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을 잃고 마니, 부디 단숨에 읽지 말라.’라는 문장은 책의 흐름이 끊기기 전에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 생각이 날 때 쯤, 책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했다.

 

2.

여행자라는 제목을 가진 만큼 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여행가기 전에 짐을 꾸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문제는 짐을 싸다보면 가방이 점점 커진다는 것인데 입지 않던 옷도 여행가서는 입을 것 같아 챙기고, 사진을 찍으려면 화장품도 필요하고, 모기약, 우산, 충전기, 동전지갑 등등 온갖 것들을 다 챙기면 내 26인치 캐리어는 꽉 차버린다. 짐을 많이 가져간 여행은 그것이 없어질까 하는 불안감과 동행한다. 누군가 훔치지는 않을까, 비에 젖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은 사실 여행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크게 우리의 인생이라는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챙기며 살아가다보면 내 인생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여러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고, 감정을 낭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자유로운 여행자들처럼 물건에,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나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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