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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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분리수거는 20여년 전 시행되어 이미 생활화되었지만, 어느 순간 '분리 수거로만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환경을 생각한다며 해양 쓰레기 발생에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어업 폐기물은 간과하고,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빨대로 바꾸며 지구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은 다 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치부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에 이 책을 접했다.

저자 로만 쾨스터는 독일 역사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쓰레기 경제 전문가로 알려졌으며, 이 책은 2024 독일 논픽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이 책의 목표는 쓰레기의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만약 쓰레기 역사를 통해서 쓰레기를 줄이는 해법을 찾는다면, 이 책은 그 답을 주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는 전근대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고 그 방식으로 우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을 펼친다.

책은 쓰레기의 시작을 아주 먼 과거부터 다루고 있지만, 실상 쓰레기 처리 방식이 매립과 소각이라는 한정된 방법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이 허무하게 다가온다. 쓰레기는 인간생활의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이 책은 여러 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사례를 통해서 쓰레기를 보는 관점을 확장시킨다. 특히 독성산업 폐기물에 대해 무엇인지 모르고 단순히 그 문제를 도시 밖으로, 나라 밖으로만 내몰았던 것처럼, 우리는 쓰레기에 대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전근대를 돌아보면 알 수 있듯, 중고 거래는 하층민들이 엄격한 선이 존재하는 사회 구조를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였다.

97쪽

도시의 청결함은 부와 문명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였고, 시민에게 자부심이 되었다.

117쪽

개인의 더러움에 대한 비난은 신체 건강을 걱정한다는 가면을 쓰게 되었다.

119쪽

이 책에서는 이러한 관행을 전쟁 재활용이라고 부르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국가가 실제로 쓰레기를 수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누구도 버릴 생각이 없던 물건 또는 수거에 동원되었다. 독일제국에서 녹여 사용한 수천 개의 교회 종탑이 대표적이다. 영국도 2차 세계 대전 당시 수많은 공공장소에 남아 있던 수많은 철창과 난간을 철거했다. 한국에서도 구리로 된 가정용품이 강제로 수거되면서 값싼 도기가 이 자리를 대체했다.

226쪽

재활용 경제는 동시에 국민,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국가적인 위기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중략) 절약하며 세심하게 부엌 경제를 이끄는 아내는 경제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귀감이자 상징이 되었다. 다른 분야에서는 전쟁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부분은 수많은 물건이 수거되었음에도 전혀 재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쉽게 건강하게 만든다.

227쪽

정부는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공적 캠페인을 펼쳐-고물 수거에 참여하길 바랐다. 1935년 이탈리아의 금속 수거 운동에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며 특히 여성들에게 결혼반지를 기부할 것을 요구했다. ㅣ민들은 가정 내 절약과 재사용으로 국가의 자급자족에 기여해야했다.

234쪽

'전통적인' 쓰레기는 이러한 무거운 쓰레기 비율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소비 사회에서는 가벼운 포장재-처음에는 종이, 1960년대 후반부터는 플라스틱-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쓰레기 양이 늘어난 것은 쓰레기 중 포장재가 많아진 추세와 연관이 있다.

243쪽

슈퍼마켓은 언제나 온전하고, 탄력적으로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이는 실질적인 수요 이상을 생산하려는 충동을 형성했다. 오늘날 경제적으로 발전한 국가에서 식표품 중 50%가 포장을 뜯기도 전에 버려진다.

254쪽

1960년대에 쓰레기차 한 대를 운행하려면 최대 일곱 명의 인력이 필요했지만, 오늘날에는 두 명 혹은 세 명이 한 조로 움직인다. 일은 여전히 고되지만, 아연을 입힌 철판 쓰레기통과 그 안에 가득 찬 재를 옮기느라 노종자의 몸이 빠르게 망가지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276쪽

1960년대 미국에서는 쓰레기를 시위의 무기로 활용하는 초기시도가 있었다. 쓰레기는 시민권 운동에서도 중요했다. (중략) 이는 결국 인종 평등과 환경 정의가 혼합된 문제였다. 마틴 루서 킹이 멤피스 청소부 시위를 위한 연대 집회에서 총을 맞았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81쪽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는 세계적으로-경제와 마찬가지로 -정치 시위의 도구가 되었다.

283쪽

이 주제와 관련해 계획적 진부화도 자주 언급된다. 전자 기기를 얼마 못 가 고장이 나도록 설계해 소비자가 새로 사게 만드는 전략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대개 1924년 포이보스 카르텔이 언급된다. 굴지의 전구 업체 대표들이 모여 전구의 수명을 1000시간 내로 제안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일리 있는 설계였다. 전구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두꺼운 필라멘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불을 켤 때 더 많은 전기가 소비된다. 이렇듯 제한의 목적은 간과되곤 한다.

331쪽

재사용은 기업의 비용을 절약하는 데에는 한 몫하지만, 도시 환경 오염 수준을 낮추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략) '재활용'이라고 명시된 것은 단순히 위장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독성 물질로 수출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재활용은 불법적이고 환경 파괴적인 행동을 은폐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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