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 데스크 다산어린이문학
켈리 양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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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미국으로 이민 간 중국계 미국인의 이민 초창기의 어려움을 그린 이야기이다.

작가 켈리 양은 실제 여섯 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주인공 미아처럼 모텔 프런트에서 체크인을 했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실제 부모님이나 다른 이민자를 통해 듣거나 경험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민자의 입장에서 타국살이에서 겪는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부당한 대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여야하는 무기력감. 이런 여러 감정을 5학년 여자아이 눈으로 너무 선명하게 그려냈다. 때로는 그게 미국 이민 경험도 없는 나에게 사실적으로 다가와 가슴을 쓸어버려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미아는 중국에서 이민 온 지 2년 정도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한 부모를 따라서 여기저기를 전학하다가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작고 허름한 모텔에서 숙식을 하며 정착하게 된다. 숙소 걱정이 해결되었지만, 모텔관리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미아는 부모님을 도와 프런트에서 야무지게 일을 처리해 나간다. 모텔 사장은 대만계 미국인으로 성공한 이민자이지만, 자본주의 미국사회를 이 가족에게 제대로 경험시켜주는 좀 악독한 사장으로 묘사된다. 자유를 찾아서 미아의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이민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부모는 영어도 제대로 되지 않아 변변치 못한 직업, 불합리한 근로 계약서에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한다.

그래도 이 책은 차별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읽는 동안 모텔를 오가는 이민자들, 장기 투숙하고 있는 인물들을 응원하게 된다. 343쪽으로 비교적 얇지 않은 책임에도 딸 아이도 하루만에 다 읽고 원서도 궁금하다며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이야기 전개는 빠르고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부모가 함께 읽기에 좋아 추천한다.

실수가 늘 실수가 아니라는거지. 알고보면 기회인데, 그 당시에는 그걸 못 보고 지나치지.

p95

모텔에서 나오는 캔 등을 분리수거하고 받은 돈을 모두 1센트 동전으로 바꾸어 희귀동전이 없는지 찾는 장면은 참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미아 아빠는 미아에게 이런 말을 해 주는 것이다. 실수가 되려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미아를 위해 선택한 미국행이 과연 옳은 것인지 자문하며 괴로워하는 장면이 부모로서 아이들를 대신해서 선택해 줄 때 고민하게 되는 점이 같아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이 책에는 미아뿐만 아니라, 모텔 사장 아들 제이슨, 멕시코에서 온 단짝 루페를 통해서 이민자들이 겪는 본국에 있는 가족, 친척과의 관계, 이민 2세대로서 부모의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 등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외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볼법한 것이라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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