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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송
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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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송은 오바마가 휴가지에 가져간 5권의 책 중 한 권이라고 한다. 플레인송은 가상의 마을 홀트를 무대로 하여 등장인물들의 삶을 소박하게 그리고 있다. 문체는 간결하다. 이야기는 소박하고 문체는 간결한데 왜 이렇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지. 한번 손을 잡으면 멈출 수 없을 만큼 흡입력 또한 대단하다.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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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
유디트 바니스텐달 지음, 김주경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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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 참 감동적으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이 절판되고 바람북스에서 제목을 바꿔 재출간한 것 같은데 가격이 끔찍하게 사악하네요. 가격이 거의 2배로 뛰었네요. 처음의 감동이 책 가격을 보고 살짝 주저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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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oroo333 2022-04-11 0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도 살아야죠.
 
마음의 부력 -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승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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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겁다. 제작년 윤이형의 이상문학상 대상에 대한 의구심, 작년 김금희의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등 이상문학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올 해 심기일전한 새로운 이상문학상을 보고 싶었는데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듯하다. 이상문학상 애독자로서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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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힘 Philos 시리즈 4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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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힘. 예전에 감동깊게 읽은 책이라서 개정판 나온다고 해서 다시 구매할까 들어왔더니 가격보고 놀람. 양장본도 아니고 그렇다고 삽화를 더 추가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가격을 어마무시하게 올린 이유가 납득이 안가네요. 역시나 평들이 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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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 지음 / 문학사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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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희은과 정민, 그리고 초록이 그들의 첫 번째 고양이인 치커리와 두 번째 고양이인 순무의 죽음 사이에서 현재의 결혼 제도, 여성의 억압, 그리고 양육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들의 첫 번째 고양이 치커리와 두 번째 고양이 순무의 죽음 사이에서 희은과 정민의 삶이 엉망이 된 것인지아니면 희은과 정민의 삶이 엉망이 되면서 그들의 고양이가 죽음을 맞이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소설은 이 두 마리 고양이 사이에서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비틀거린다.

 

  2. 작가란 인물들을 풀밭에 던져 놓고 인물들의 뒤를 쫒으며 발자국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작가는 인물들의 대화나 행동, 묘사나 설명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보여줘야-쇼잉- 한다고 했다. 작가가 하는 일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소설은 설명문이 아니라 이야기이고, 이 이야기를 소설 장치를 이용하여 정교하게 다듬고 깎아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일이라고 했다. 설명은 단지 소설 장치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설명이 이야기의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설명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많은 이야기가 어떤 장면은 한 문장으로, 또 어떤 장면은 길쭉하게, 어떤 장면은 작가가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왜 우주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비행사들을 훈련시키는 항공우주국은 있는데 부모 되기에 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기관은 없는 것일까? 왜 국가는 부모의 세계라는 우주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곳이니 모두 함께 가자는, 승무원이 되면 혜택을 주겠다는 모객광고를 조잡한 팸플릿에 인쇄해 수없이 뿌려대면서 그 우주가 어떤 곳인지, 승무원 생활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일까. -P46

 

  -여자들은 실제 없어져. 남자들의 스트레스 때문에 실제로 없어진다고! -P64 

 

  위 두 글은 화자인 희은이 하는 말이 아니라 작가가 소설 속에 직접 개입하여 설명하는 글이다. 작가가 소설 속에 노골적으로 개입해서 이야기를 하면 소설의 가독성은 떨어지고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지루해한다. 왜냐하면 독자가 감정이입하는 주체는 작가가 아니고 화자, 즉 등장인물들이기 때문이다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인물들과 웃고 울면서, 때로는 화를 내고 하나가 되면서 진한 카타르시스를 만든다. 작가가 화자와 독자 사이에 갑자기 끼어들면 그동안 화자와 독자사이에 쌓인 신뢰가 무너지면서 감정이입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소설의 첫 장면은 나쁘지 않게 시작한다.
  "그들의 두 번째 고양이가 죽던 날, 그들은 오랜만에 함께 있었다."

  일단 첫 문장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소설에서 독자를 사로 잡는 가장 강한 무기는 죽음이기 때문이다. 첫 문장을 보면 많은 것들을 암시하고 있다. 그들이라고 했으니 두 명 이상의 인물이 고양이와 함께 지냈다라는 것과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었다는 것, 그 두 번째 고양이가 현재 죽었다 라는 것, 그리고 '오랜만에 함께 있었다' 라는 문장으로 보아 둘이 현재 같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뒤를 이어 희은과 초록의 통화 내용으로 그들의 두 번째 고양이가 순무라는 사실과 그들의 이름이 희은과 정민이고, 그의 아들은 초록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들의 첫 번째 고양이의 이름이 치커리라는 사실도 함께.

   

  괜찮게 출발하는 이소설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곳은 작가가 개입을 시작하는 '물론 그들에게도 태양처럼 찬란하던 날들이 있었다. 서로의 초록빛 잎사귀가 약속이나 희망 없이도 축복으로 다가오던 때가 있었다.' 로 시작하는 37페이지 부터이다. '결혼이 남미의 오지로 떠나는 위험한 여행이라면, 아이의 양육자가 되는 일은 우주선에 탑승해 미지의 행성에 정착하기 위해 떠나는 것과 같다.'라는 양육을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으로 비유한 45페이지와 46페이지는, 이 페이지만 떼어놓고 보면 괜찮은 문장이지만 소설 문장으로 보면 상투적이면서 작가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보인다. 54페이지 '이별폭력 사건'은 여성의 억압을 상징적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이지만, 작위적으로 보인다. -여자들은 실제 없어져. 남자들의 스트레스 때문에 실제로 없어진다고!, 이런 뜨금없는 문장이라니.

 

  이런 설명이나 작가의 개입은 소설 전체에서 하나의 패턴으로 계속 이어진다. '초록이 어릴 때 그들은 전쟁터에 함께 던져진 전우였다'라거나, 정민의 아이패드 사건, 치커리가 죽으면서 희은의 심리가 크게 요동치는 장면도 작가의 개입으로 인해 과장된 듯 보이고, 제일 마지막 희은과 정민이 이혼 후 희은이 양육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장면은 해피엔딩을 위한 생뚱맞은 장면처럼 다가온다. 

  

  3. 이 소설은  왜 작가가 필요 이상으로  등장하여 설명을 할까 

 

  첫째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는 전방위적으로 여성의 억압, 결혼, 육아, 가족-  가지는 크게 보면 하나로 연결되겠지만등을 다루고 있는데 중편소설에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지면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네 가지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설명밖에 없었을 것이다.

 

  둘째,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즉, 주제일 수 있겠는데 작가의 세계관이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작가는 모든 것은 제도, 남자가 만든 제도 때문이고, 그 제도가 문제라는 것을 합리화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작가가 직접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결혼을 피해 다녀야 한다는 사실은 그들 각자에게 너무 자명한 것이었기에 따로 시간을 내 대화를 나눠볼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두 개인을 원래의 모양과 형질대로 온전히 놔두면서 지속되는 결혼의 모범 사례라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P38

  결혼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혼이란 두 개인을 원래의 모양과 형질대로 온전히 놔두면서 지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결혼이란 제도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우리는 이제 서로를 미워하지. 서로의 고통마저 미워서 상대의 입을 틀어막고 싶어 하잖아. 하지만 정민 씨, 우리는 결혼이 아니야. 결혼을 했을 뿐이지. 정민 씨도, 나도 결혼이 아니잖아. 우리가 미워해야 하는 것은 서로가 아니고 제도야. -P68  

  희은은 우리는 결혼이 아니라고 하면서 우리가 미워해야 하는 것은 제도라고 말을 하고, 

 

  -나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이 잘못된 틀에서 떼어냈으면 좋겠어. 한 사람이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지기 위해 끌고 갈수도 없을 만큼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비명을 지르고 비틀거리면서 걸어다니는 동안 다른 사람은 고립되고 배려 받지 못한 채 묵묵히 시들어가야 하는 구조는 잘못이야.... -P68 

  결혼 제도의 구조가 잘못됐다고 말을 하고, 

 

  -그러나 희은은 자신과 정민이 병든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라는 끈이 반드시 끊어져야 한다고 믿었고...-P70

  제도라는 끈이 반드시 끊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62페이지를 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희은은 정민에게 결혼을 고발하고 싶다고 말을 한다.   

  희은은 언젠가 침대에 누워, 결혼을 고발하고 싶어, 중얼거린 적이 있었다. 정민 씨, 결혼이라는 놈을 의인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피고인석에 세우고 싶어. 원고는 우리 둘이고. 대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하나하나 따져 묻고 싶어. 그런데 그 결혼이라는 작자는 우리 아기를 인질로 잡고 서 있지. 그게 뭔지 모르겠어. 법정인데 그 새끼는 어째서 우리 애를 안고 있을 수 있는 거지?

  정민은 그때 불쾌감이 들었지만 묵묵히 참고 들었다...그런데 이제 희은은 정민을 피고인석에 세우려는 것 같았다. 남자들, 남자들은, 정민은 희은의 입버릇에 신물이 났다. -P62 

   글을 보면 희은이 하는 말 같지만 희은의 입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희은은 결혼이라는 놈-그것도, 놈이다-을 피고인석에, 아니 남자들을 피고인석에 세우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83페이지 아이 양육 프로그램의 대표가 하는 말은 이 소설을 함축하는 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여자는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니었어요. 가축 같은 존재였죠. 국가에서 격리 수용해 치료하는 게 당연한 뇌질환이었어요.'

  

  작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도 여전히 여자는 가축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고, 남자들이 만든 세계 속에서 여자들은 가축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남자들이 만든 세계에서 여성의 삶은 스산하고결혼, 가족, 양육은 문제가 많은 제도라고. 그러므로 그 문제가 많은 제도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단 하나 밖에 없다고 말이다

 

  세상에 완전한 제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물론 결혼이라는 제도가 완전무결하고 흠잡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간이 삶을 시작한 이래로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왔고,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예전보다 가족 관계도 많이 해체되고, 결혼의 의미도 약화되었지만 말이다.

제도 때문에 희은의 삶이 망가졌다고 하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 아닐까제도가 아니라 희은과 정민이라는 인물이 문제의 원인 제공자는 아니었을까? 어쩌면 작가는 자신의 주제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희은과 정민이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4. 작가가 창조한 희은 이라는 캐릭터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습관적인 언어 폭력을 겪고, 자신의 어머니가 '동거인'이라는 호칭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싸늘한 충격을 받기도 하고, 희은이 중학생일 때에는 진보 진영 연구소의 이사장이 된 아버지가 양육비를 보내지도 연락을 취하지도 않으면서 상처를 받는 존재이다. 희은의 이러한 어린 시절의 상처는 '희은에게 결혼, 제도, 가족부모란 네 단어들을 희은으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돌려 놓았다,' 라고 이야기 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한 고통은 희은을 사람이 아닌 고양이이에게 집착하게 만든다. 고양이에 대한 집착은 '치커리와 순무에게 쏟는 애정과 근심의 양이 보통 사람들과는 눈에 띄게 달랐고', 희은의 심리가 '모성의 이상한 과잉과 다소 비슷하다'라고 이야기 한다.

  위 글을 보면 희은의 캐릭터가 보면 보통 사람과는 많이 다르다는 인상을 받는다. 

  희은에게 친족의 죽음은 남의 일 같아서 지독하게 살고 싶어졌고,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식욕이 짐승처럼 솟구쳤다고 말을 한다. 치커리가 죽었을 때 지독한 상실감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다.

 

  희은은 치커리의 유골을 가지고 스톤으로 만들고, 치커리가 죽은 다음날 출판사로 원고를 전송하면서 고양이가 죽어서 원고가 늦었다고 글을 써서 보냈는데 출판사에서 아무런 답장이 없자 소리치고 싶다고 하고, 도서관에서 가서 책 한 권을 뽑으면 거기에 치커리 이야기가 쓰여 있을 것 같다고 하고, 친정과 시가에도 알렸으나 '사람 아이'인 초록이 감기라도 걸리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던 양가 부모님이 아무런 애도를 보내주지 않았다고 하고, 급기야는 고양이 카페와 가지고 있는 모든 SNS 계정에 치커리의 사진을 올리고, 낯선 이들이 보내는 댓글 하나하나를 꿀처럼 빨아 먹었다 라고 이야기 한다. 치커리의 마지막을 지켜준 의사에게는 약간의 의문과 반발심이 남아 시내의 가장 큰 제과점으로 가 가장 고급스러운 케이크를 산 다음 장문의 편지를 전해주고 싶다는 무지한 상상을하면서 가상의 케이크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짓밟았다고 이야기 한다그런 반발 뒤에 마침내 희은에게 상실감이 찾아오고 희은이 확신을 갖고 떠올릴 수 있던 유일한 단어는 '부질없음' 이라고 말을 한다.

  

  솔직히 애완 동물을 한번도 키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저 장면을 잘 상상할 수 없다. 가장 사랑하는 하는 고양이가 죽었으니 어느 정도 충격과 슬픔이 있겠지만, 희은의 지나칠 정도로 과한 이런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애완동물이 죽으면 저런 모습이 보편적인 것이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잘못된 것인지. '사람 아이'라고 쓴 문장이 있는데 이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사람 아이'는 뭔가? 

 

  그 다음 장면을 보자. 희은은 초록을 임신 하고 나서도 결혼하는 게 너무 싫었다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라고 하면서, 지난 몇 번의 연애에서 일어난 원치 않는 임신들과는 무언가 다르게 느껴졌다 라고 이야기 한다.

  사람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희은이 쉽게 남자를 만나서 잠자리를 하고 몇 번의 임신을 한다? 누구나 실수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 번의 임신이라니, 이게 과연 보통의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이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괴기스럽다고 말해야 할까?

 

  희은이 주 캐릭터라면 정민은 사실 보조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다. 희은의 주 캐릭터에 맞서 정민의 캐릭터는 균형을 맞추는 듯 보이지만 희은의 캐릭터에 비해 미미하게 보인다. 희은이 결혼 제도의 문제를 말할 때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일관하며, 때로는 희은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희은의 추진력에 도화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희은이 결혼을 고발하고 싶다고 말할 때에는 희은은 그저 여자이고 정민은 그저 남자일 뿐인가? 그뿐인가? 그들이 함께 했던 그 모든 역사,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나왔던 기쁨과 시련 들, 희은은 희은이고 정민은 정민이었던 시간, 그리고 둘이 만나 벅찬 마음으로 초록이 엄마와 아빠로 지내온 시간들은 그렇게 없는것처럼 치부되어도 괜찮은가? 왜 갑자기 여자일 뿐인 사람이 되어, 남자와 여자로 모든 것을 환원해버리는가하면서 남자의 시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지만이것이 소리 없는 메아리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희은만큼은 아니지만 정민의 캐릭터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정민은 가족의 성실한 사랑이라는 도그마로 그를 질식시켜 온 부모가 있다 라고 말하면서 질식사할 것만 같은 그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룸으로 독립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사를 준비한다. 그가 교사가 되려는 이유는 아이들이 갑갑한 세상에서 제대로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사라는 직업이야말로 부모에 대한 중간 복수라고 생각한다

  교사라는 직업은 자기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부모의 복수 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을 택한다고 이야기하고,  

 

  정민은 치커리가 죽었을 때 극심한 슬픔이나 분노가 없었다고 하면서 '생존을 위한 행동, 행동, 그리고 또 다음 행동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말을 한다. 그러면서 가난을 향해 욕을 하며 따귀를 후려치거나 그 반대쪽으로 달아나는 대신 그것을 소박하고 편안한 셔츠처럼 몸에 걸치고 다녔다-P37, 38-라고 이야기 하고, 임용고사에 계속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의 잘못이지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고-P39- 이야기 한다. 초록이 태어났을 때에는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이야기 하면서 또 제도에 속하지 않으면 그 자원을 얻어낼 수 없다고 이중적인 행태를 취한다.

 

  희은과 정민의 캐릭터가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희은에 대해서는, '습관적인 폭언으로 유년기에 무너진 자존감이 놀랍게도 삼십 대 중반이 되도록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P43 라고 말을 하고,

   정민에 대해서는, '정민이 못하게 했다. 정민은 처음으로 부모에게 반항했고, 싸움 끝에 결국 그들과 절연했다. 그는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P71 라고 말을 한다.

 

  작가는 가부장적 제도로 인해 지금도 두 사람이 이렇게 어른 같은 애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희은과 정민이라는 미성숙한 두 어른이 갑작스럽게 아이를 가짐으로써 제도 안에서 비정상적인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혼에 이르지는 않았을까?

 

  이렇듯 이 소설은 이야기는 작위적이고, 인물은 비현실이면서, 화자보다 작가의 말이 튀어 나와 당혹스럽게 만들고, 결말은 안이하게 처리한다. 

 

  5.. 그렇다면 이혼하면 헝클어졌던 삶이 모두 해결되는가?

   정민은 이혼한 해 임용고사에 합격하고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 되었으며 몇 개월 뒤에 시인이 된다희은은 간호조무사, 반려동물관리사, 한식조리사, 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수강하고, 콜센터에 들어가 텔레마케터를 하고, 재택근무, 동물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번역을 하는 등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일을 한다. 치커리가 죽고, 세상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받아 들이고 순간순간의 풍경들이 값지게 느끼면서 인생의 행로가 바뀌는 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고 말한다

 

  소설에서는 모든 문제가 신비롭게 한 번에 해결되면서 희은은 갑자기 낙관주의자로 변신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현실에서 이혼하면 모든 문제가 마술처럼 한번에 해결될까?  이것이야말로 안이한 결말이자, 이 소설이 판타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초록도 문제가 있다. 어떻게 보면 희은과 정민 사이에 가장 큰 피해자는 초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초록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는다. 희은과 정민이 같이 산 7년 동안 희은과 정민은 날카로게 대립하면서 집안의 공기는 팽팽했을 것이다. 희은은 정신과약을 먹고, 두 사람이 실제로 서로 싸우기도 한다. 그러는데 아이에게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을까?

 

  초록도 분명, 어린 시절의 희은과 정민처럼 상처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의 상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혼 후에 희은이 정민에게 편지를 보내는 장면을 보면 초록이는 우리보다 나은 세상에 살거야. 그 애가 잘 자라게 노력할 거야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희은은 이렇게 말한다. 단지 엄마와 아빠 중에 한쪽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은, 내 어린 시절에서 우리한테서 끝날거야, 라면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택하고 실패했던 그것 말고 다른 선택지들이 그 애 앞에는 있을 거라고 말을 한다. 그 다른 선택지들은 희은이 아이양육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생활동반자법 같은 것을 말하는듯 보인다.  
 

  이 소설은 끝은 이렇듯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왜 결말이 공허한 이상처럼 보이면서 공감을 하지 못하는 걸까?

 

  6. 결론이다.

  작가는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에서 여성의 억압결혼 제도, 양육 등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으면 여성의 삶이 왜 스산한지, 결혼이라는 제도가 왜 비합리적인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개연성 있는 스토리와 현실감 있는 인물들을 창조하여 서로 대화하고 행동하고, 갈등하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소설 안에 자연스럽게 녹였으면 어땠을까.

 

7. 소설의 문장

  영화관에서 앉아 영화를 한창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필름이 끓기면 처음에는 뭐야, 하면서 투덜댈 것이다. 필름은 다시 돌아가고 그러다가 필름이 또 끓기면 짜증을 낼 것이다필름이 또다시 끓기면 관객들은 소리칠 것이고, 필름이 또다시 끓기면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화가나서 환불해 달라고 소란을 피울 것이다.

 

  문장도 이와 같다문장도 영화처럼 하나의 흐름이고, 흐름을 타면서 읽는다. 그런데 문장이 완벽하지 않아 읽는 도중 흐름이 끓기면 지금까지 읽은 소설의 흐름이 단절되면서 정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정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문장이 완벽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이 소설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문장 때문이다.

 

  이 소설은 더군다나 이상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이 아닌가?  김성곤은 이 소설을 유려한 문장과 빼어난 감수성으로 그려낸 수작이라고 치켜 세웠다. 과연 이 소설이 유려한 문장과 빼어난 감수성으로 점철되어 있을까? 한번 알아보자.

  

  1) 눈에 거슬리는 문장 중 대표적인 게 피동 문장이다. 피동 문장은 가장 지양해야 할 문장이다. 왜냐하면 피동 문장을 사용하면 문장에 윤기가 없고, 문장을 수동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향이 피워지고 낮은 볼륨으로 찬송가가가 흘러나왔다.-P16 피워지다. 대표적인 피동 문장이다. 향은 피워지는 게 아니라 그냥 피우는 것이다. 향을 피우고

  -후회가 시작되었다. -P21 후회가 시작되었다라니? 앞 뒤 문맥을 보면 후회스러웠다가 가장 정확할 듯 싶다.

  -두 눈은 크게 뜨여 있었는데. -P22  두 눈은 크게 뜨고 있었는데,

  -치커리는 진료실 옆에 따로 마련된작은 방으로 옮겨졌다. -P25  옮겨지는 게 아니라 옮겼다. 치커리를 진료실 옆에 따로 마련한 작은 방으로 옮겼다.  

  -냄새 맡으며 울어댔다. -P27 냄새 맡으며 울었다

  -희은은 휘저어졌다. -P30 희은은 휘저었다.

  -잘못 끼워 넣어진 존재라고 생각했고 -P40 넣어진 존재? 넣은 존재.

  -소리를 질러도 됐다. -P75 소리를 질렀다. 앞 뒤 문맥으로 보면 소리도 질렀다.

  소설 전체에서 잘못 사용한 문장이 상당히 많다.

  

  2) 형용사의 과다한 남발. 

  

  -초록은 결연한 표정으로 참고 있었다. -P16 결연한 표정으로?

  -미칠 듯한 죄책감같이-P17 미칠 듯한 죄책감이라는 게 뭔지?

  -차분한 슬픔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커져갔다. -P17

  -무구한 낙관으로 마음에 방비벽을 돌렸다. -P20

  -선량하고 명민하며 침착한 얼굴을 한 의사는 열심히 설명해주었지만 -P23

  -괴로운 표정으로 어렵겠다고 대답했다. -P23 

  -그곳으로부터 오랫동안 따스하고 침착한 슬픔이 정민의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 -P33 침착한 슬픔이란 어떤 슬픔일까?

  형용사 문장들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형용사를 사용하면 문장을 막연하게 만들고 의미를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3) 비문도 보인다.

 

  -매일같이 발톱을 드러내고 할퀴어대며 싸우지는 않았으나 여자 중학생과 아저씨에게 함께 산책을 하라고 한 것처럼 한쪽은 아이고, 싫어, 하는 분위기로 도망 다녔고 다른 한쪽은 아니 왜 나를 싫어하니, 내가 뭘 했다고, 하는 분위기로 따라다녔다. -P18

  이 문장의 의미를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희은에게 결혼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을 승인해줌으로써 복잡한 문제들을 만들어내는 제도이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입어본 적 없는, 입어보았더라면 최소한 ''라는 호칭은 선물해 존재를 인정해주었을 웨딩드레스이기도 했다. -P40

  이 문장도 이해할 수 없다.

  

  4) 퇴고해야 할 문장들.

 

  -옛날보다 살이 눈에 띄게 빠진 것이 낮설 뿐이었다. -P16 낮설었다

  -해가 저물자 차창 밖 풍경은 도시의 불빛들에서 차츰 멀어졌고 그 보다 시간이 더 지나자 택시는 편의와 위락을 위한 공간이라고는 없이 거리륻 두고 선 가로등빛만 간간이 보이는 외지고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P27 두 문장으로 써야 할 문장을 한 문장으로 써서 의미가 많이 약화되었다

  -기억이 안 났다. -P36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새 정장을 사 입고 면접에 갔다. -P61 면접에 가는 게 아니라 면접을 보러 갔다, 거나 면접장에 갔다.

  -초록은 한참을 울면서 괴로워했고, 망설이다가 엄마와 살겠다고 했다. -P74 아이에게 괴로워했고? 라니단어는 인물에 맞게 구사해야 한다아이의 시점으로 세상을 보고 단어 선택을 해야 한다. -괴로워했고 보다 힘들어했고, 가 더 좋을 듯 하다.

  -하지만 포기가 안 됐다. -P74 포기가 되지 않았다. 다시 퇴고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

  -모자를 쓴 것 같기는 했고, 검은색인지 남색인지 모를 점퍼와, 바지... -P53 모자를 쓴 것 같기도 했고.

  -그들의 첫 번째 고양의 몸이 변해서 된 스톤처럼 예쁘고 무해해 보이는 마지막은 없었다. -P70 문장을 비비 꼬아서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겟다.

 

  5) 사

 

  -반려인과 동물의 영원한 작별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다. -P25 영원한 작별은 사족같다.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그 공간의 분위기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영원한 작별도 보면 화자의 눈을 통해 작가가 하는 말처럼 보인다.

  -희은은 치커리 삶에서 그 두 가지를 함께한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P26  사족이다. 희은은 치커리의 삶에서 그 두 가지를 함께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너무 친절하게 문장을 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 단어를 떠올린 자신이 너무나 낯설고 잔인하며 외람되게 느껴졌지만,  -P28 외람- 하는 짓이 분수에 지나치다. 분에 넘치다이야기 흐름에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런 반발은 또 있었다. -P28  이 문장은 완전히 사족이다.

  -낯선 이들이 보내는 댓글 하나하나를 꿀처럼 빨아먹었다. -P31 이 문장도 사족이다.

  -가난에 대해서는 경험에서 나온 공통감각이 있었다. -P37 필요없는 문장이다.

   -가난을 향해 욕을 하면 따귀를 후려치거나 그 반대쪽으로 달아나는 대신 그것을 소박하고 편안한 셔츠처럼 각자의 목에 걸치고 다녔다. -P37-38  문장이 상투적이면서 사족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을 차려보면  어째선지 저녁이었다. -P56  차려보다. 정신을 차리다. 어째선지는 사족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면  저녁이었다.

  -그날 밤 정민은 희은과 싸웠다. 다음 날이 되어 정민은 시험을 보러 갔다. 디행이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P58 이 문장도 뜬금없어 보인다, 사족이다.

  -억압적인 분위기를 참기 어려웠고 사람들은 서로를 배려하지 않았으며 숨 쉴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

  -P61 전체 문맥으로 보면 이 문장은 정말 뜬금없다. 왜 이 문장이 튀어나왔을까?

 -정민은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알았으나 서러웠다. -P64 서러웠다는 사족이다. 정민은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알았다.

  -가을이 오면 잎이 노랗게 물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아이에 대한 사랑도 이제 와 어찌할 수 없었지만,...-P71 사족이다.

  -성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취급받을 필요도 없었으며,...-P75 사족이다.

   -기쁠리 없었지만 이제 희은에게는 그 일이 주는 사회적 인정보다는 경제적 인정이 더 중요했다. -P78 사족이다.

 

  6)상투적인 문단

  

  -35페이지 정민이 회사에 출근하는 일과는 상투적인 문단이다.

  -37페이지에서 38페이지는 상투적인 문단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문단만 따로 떼어내면 괜찮은 문장이다. 하지만 소설 문장에 맞지 않는 상투성의 전형이자, 소설에서 기피해야 할 설명조의 문장이다.

  -하사관이 차렷 자세로 서 있는 이등병에게 베푸는 은혜나, 낫을 든 농부가 잘 자라지 못하는 농작물을 보며 중얼거리는 욕 속에 담긴 안타까운 애정과는 종류가 다른 -P39 상투적인 문장이자, 필요없는 문장이다.

   -58페이지 그들은 함께 전쟁터에 던져진 전우였다, 상투적인 문장이자 작가가 하는 말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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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아이다 2019-04-1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뭐예요
뭔데 이렇게 공감되게 리뷰를 잘 쓰셨습니까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나서
이 작품이 어째서 대상인지 나만 그런건지 반응이 궁금해서 왔다가
부랄을 탁 치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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