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쇼 하이쿠 선집 -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
마쓰오 바쇼 지음, 류시화 옮김 / 열림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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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순간

믿지 못하겠거든

번개를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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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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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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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스팍스
조나단 데이턴 외 감독, 아네트 베닝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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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의 모티프라는 영화

폴 다노는 병멋과 진지함으로 역시나 매력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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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잠 문학과지성 시인선 412
이근화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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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에 관한 시 



어쩌다 김밥에 관한 시를 쓰게 되었다

어쩌다 김밥을 먹게 되는 날이 있는 것처럼

김밥 하면 천국이 떠오르고

천 원이나 천오백 원으로 어떻게 김밥을 말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김밥 둘둘 잘도 마는 조선족 아줌마들 월급이나 제대로 주는지


그러나 김밥에 관한 시를 먼저 써야 하는데 

김밥 하면 나는 친구 현숙이가 떠오른다

김밥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

김밥 때문은 아니고

살다 봄 그렇다 김밥 옆구리가 터지듯

그냥 얻어터지는 날도 있고

어제도 오늘도 만났던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만날 수 없게 된다

죽은 것도 아닌데 마음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김밥 마는 여자를 좋아하던 평론가 형도 못 보게 되었다

같이 동물원도 가고 했는데 좋은 사람이었는데

김밥에 관한 시보다 김밥이 나는 더 좋다

파는 김밥은 잘 못 먹고

집에서 누가 좀 말아줬으면


첫아이를 갖고 앉은자리에서

김밥을 일곱 줄인가 여덟 줄을 먹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믿지 못할 일은 그것뿐이 아니다

빈곤한 내 상상력에 활력을 주려는 듯

아이가 침을 흘리고 또 흘리고 침은 참 맑다


김밥 같은 건 이제 말아 먹을 여유도 없지만

김밥에 관한 시를 써야 한다

쓰다 보니 멸추김밥처럼 웃긴다


내가 뭐 김밥에 관해 아는 게 있나 먹을 줄만 알지

먹을 줄 아는 게 다 아는 건가


요즘엔 초밥을 더 많이 먹는다

남편이랑 회전초밥집 가서 사만 오천 원어치나 먹어치웠다

너무하다 

그러고도 배가 썩 부르지 않았다

김밥 열여덟 줄이면 배가 터졌을 텐데

층층이 쌓인 접시만 원망했다


엄마 옆에 앉아

계란도 깨주고 깨소금도 뿌려주던 때가 있었다

꼬투리 먹으면서 뭐 이렇게 맛있는 게 있나 했는데

김밥 마는 날이면 새벽 네 시에 일어나던 엄마는

이제 다 늙어서 일곱 시 여덟 시까지 자도 된다

김밥이 그립듯 엄마가 그리우면

속이 정말 아플 것이다

그럴 것이다


김밥이 없으면 소풍도 그렇고 동물원도 그렇고 기차도 그렇다

생에 최초로 공들여 만 심심하고 뚱뚱한 김밥은

그 애가 참 잘 먹었는데

이제 김밥집 없는 곳에서 아들딸 낳고 잘 사는지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으면 어떡하는지


따뜻하고 부드럽고 간간한 김밥이었으면 좋겠는데

알록달록하고 가지런하고 고소한 김밥이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하루에 이백 줄 한 줄에 십오초면 되는

달인의 김밥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천국의 김밥 그리운 김밥 없는 김밥 영원한 단무지


김밥에 관한 시를 먼저 써야 하는데

김밥보다 김밥이 먼저 나를 이끈다



-이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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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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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뒤 나는 오랫동안 글쓰는 법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고, 문체를 향상시키기 위해 아주 고된 수련을 했다. 하지만 내가 쓴 극이 공연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그 노력을 그만두었다. 다시 쓰기 시작하였을 때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주옥 같은 표현과 화려한 짜임을 가진 산문을 겨냥하지 않았다. 전에는 그런 문체를 가져보려고 애쓰면서 공연히 많은 노력을 낭비하였다. 이제는 반대로 명료하고 단순한 문체를 추구하였다. 나는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수두룩하였기 때문에 말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느꼈고, 그래서 의미를 뚜렷이 해주는 데 필요한 말만을 쓰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장식적인 문체에 대한 여유가 없었다.

극작의 경험을 통해 나는 간결성의 가치를 배웠다. 나는 두 해 동안 쉬지 않고 작업을 했다. 책의 제목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도 몰랐다. 이것저것 한참 생각해 보고 난 뒤에야 <재 속에서 나온 미인>이라는 `이사야서`에서 나오는 말을 생각에 냈는데 적절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즈음에 이 제목을 누군가가 이미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다른 제목을 찾지 않으면 안되었다. 결국 스피노자의 `윤리학` 가운데 한 권의 제목을 골라 내 소설의 제목을 `인간의 굴레에서`라 붙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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