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굴레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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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뒤 나는 오랫동안 글쓰는 법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고, 문체를 향상시키기 위해 아주 고된 수련을 했다. 하지만 내가 쓴 극이 공연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그 노력을 그만두었다. 다시 쓰기 시작하였을 때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주옥 같은 표현과 화려한 짜임을 가진 산문을 겨냥하지 않았다. 전에는 그런 문체를 가져보려고 애쓰면서 공연히 많은 노력을 낭비하였다. 이제는 반대로 명료하고 단순한 문체를 추구하였다. 나는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수두룩하였기 때문에 말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느꼈고, 그래서 의미를 뚜렷이 해주는 데 필요한 말만을 쓰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장식적인 문체에 대한 여유가 없었다.

극작의 경험을 통해 나는 간결성의 가치를 배웠다. 나는 두 해 동안 쉬지 않고 작업을 했다. 책의 제목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도 몰랐다. 이것저것 한참 생각해 보고 난 뒤에야 <재 속에서 나온 미인>이라는 `이사야서`에서 나오는 말을 생각에 냈는데 적절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즈음에 이 제목을 누군가가 이미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다른 제목을 찾지 않으면 안되었다. 결국 스피노자의 `윤리학` 가운데 한 권의 제목을 골라 내 소설의 제목을 `인간의 굴레에서`라 붙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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