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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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넘기면서 눈물을 찍고 코를 훌쩍거렸다가 피식 웃었다가 감정이 이야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했다. 기억하고 싶었던 문장을 10개로 추려보는 중 박지현 작가가 타인에게 던진 깊고 따뜻한 질문들과 놀라운 대답들의 흐름을 함께 담지 못해 아쉬웠다. 작가가 이야기 속에 끼워둔 책들의 인용 부분들도 나와 결이 맞아 읽을수록 안심되는 책이었다.

그녀는 이제 어떤 이야기들을 듣고 어떤 질문을 건네며 살아갈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오던 많은 것들에 그녀의 온기가 묻어있었다고 생각하니 허투로 보고 지나칠 수 있는 화면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하루하루가 괴로운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억지로 힘내라고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 앉아있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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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길을 헤매고 있거나 자신이 너무 싫어 못 견디겠다거나 위로가 필요한데 마음 둘 곳이 없어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삶들 가운데 그 어떤 것이든 당신이 읽고선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11쪽) - P11

나의 일이 중요한 만큼, 내가 만나는 사람의 인생도 중요하다.(19쪽)
- P19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거나,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오롯이 자기 선택을 믿고 지금의 삶에 집중하는 간결함.(207쪽)
- P207

그녀는 다시 한번 생이 허락된다면 그냥 남들처럼 나이 들어서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했다.(274쪽)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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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이야기는 더 멀리 가라는, 네가 가고 싶은 곳까지 멀리멀리 가보라는 말뿐이다.(90쪽)
- P90

못 본 사이 미세하게 나이 들었지만 입 밖에 내지 않은 비밀 때문에 전보다 더 아름다워져 있다.(102쪽)102

사랑한다면 그 모든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부지런해지고 강해져야 해.(131쪽) - P131

나에게나 남에게나 사랑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한 나다움,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건지 모르겠는 그 자기다움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도달하기 힘든 경지인지 다들 안다.(133쪽) - P133

자신의 안팎을 오로지 혼자서 가꿔온 사람도 있을까.(137쪽)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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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지음 / 읻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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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인터뷰는 나에게 안전을 보장해준다. 2인 이상의 타인이 모였을 때 생길만한 불편한 감정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 좋거나 나쁜 감정 모두에 대해 이입을 잘하는 나는 그런면에서 그녀가 하는 인터뷰라면 모든 걱정은 내려놓고 편하게 읽어내려간다. 마음 편한 독자가 되는 것이 나에게는 흔한일이 아니다.

그녀는 상대의 보호막을 뚫으려 하지 않는다. 질문하는 이로 존재하는 것 대신 어느새 함께 감응하는 사람이 되어 내 옆자리에 앉는다. 부담스럽게 파고들고 다급하게 묻는 대신 찬찬히 대상을 읽고 바라본다.

은유의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3번의 인터뷰 과제를 했다. 나는 매번 적확하고 아름다운 질문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를 누구보다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무의식 또는 의식적으로 나를 위한 질문과 녹취를 다듬고 흐름을 가공해왔던 것 같다. 완성된 인터뷰 과제를 읽고 또 읽으며 내가 해낸 질문에, 만들어낸 흐름에 만족스러워하기도 했다. 결국 나의 인터뷰는 상대를 잃어버리고 결승점에 혼자 도착한 우스운 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은유의 질문이 어디에 있지?’ 이 책을 읽으며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순간순간 흐름과 감응을 만들어내는 질문은 대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은유는 어느새 뒤로 살짝 빠져있는 것처럼 느껴질때도 있었는데. 덕분에 나는 번역가와 시에 대해, 번역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돌봄에 대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되었다. 그 기분들을 모아보니 어느새 마구 읽고 쓰고 싶어졌다.

“현장에서 넘어지고 깨지면서 배울 수 있어서 나에게 인터뷰는 인생 수업이다.”라고 말하는 은유는 나의 소중한 르포 작가이며 미더운 인터뷰어다. 은유의 신작이 이제 막 나왔을 뿐인데, 다음 책이 너무 기대된다. 그녀와 함께 이 시대를 살고 있어서 너무너무너무너무 든든하다.

🌱 ‘시’ 읽기가 어려워 이 책 또한 망설여지는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안내하고 싶다. 당신은 이 책 하나로 ‘힙’한 이 시대의 번역가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시는 나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사례로 접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책을 읽고 나면 엄청나게 시를 읽고 싶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과한 후 안심이 될 것이다. ‘지금의 내가 계속 나여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구의 말일까.”

(덧붙이자면, 나는 한국어 공부에 시 읽기와 한자 공부가 도움이 된다는 안톤 허의 말을 참고하여 ‘구몬 한자’를 등록했다. 이번 주 목요일부터 구몬 학습지 선생님이 집으로 방문하신다.(무려 10분!) 그렇다 나는 타인의 말에 영향을 잘 받는 사람이다. 그나저나 멋진 서평을 쓰고 싶었는데 러브레터가 되어버린 것 같아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시는 나를 나로 돌려놓는 마법이다.(6쪽) - P6

시는 낮은 곳을 살피는 언어이고, 르포는 가리어진 존재를 드러내고 인간의 고통에 천착한다는 점에서 내겐 뿌리가 같은 일이다.(11쪽)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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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인생
이슬아 지음, 이훤 사진 / 디플롯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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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고백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것도, 저것도 혼자 다 해냈어.”라고 숨 쉬듯 잘난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찾아볼 수 없는 겸손이다.

이슬아 작가의 책 <끝내주는 인생>은 나에게 ‘이슬아를 구성하고 있는 타인들’로 읽혔다. 현존하는 작가를 이루고 있는 여러겹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겉에서 보기엔 그냥 마냥 짱짱해 보이는 작가에게 타인들은 끊임없이 ‘그냥 너로 살아도 암시랑토 안해’라고 말해준다. 작가는 그들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 안에 넣어둔다. 그리울 때 언제든 꺼내보려는 듯이.

책의 부제가 ‘슬아를 살린 사람들’이라고 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니 괜히 코끝이 시큰해진다. 나를 살아보고 싶게 만들어줬던, 나를 살린 사람들의 얼굴이 마구 달려든다. 내 앞에 뒤엉킨 그들은 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궁둥이를 팡팡 때려 달래주고, 꼭 안아주거나 먹을 것을 사서 입에 넣어준다. 나도 타인 덕분에 살고 있구나. 다시 깨닫는다.

이 책은 “나에게나 남에게나 사랑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한 나다움”은 바깥에서부터 온다고 말하는 책이다. 물론 “영원히 멋진 타인 같은 건 없을 테지만”, “우리가 좋은 이야기 속에 있었다는 사실만은 잘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슬아 작가의 귀한 타인들을 잔뜩 소개받은 지금, 갑자기 내 배에 힘이 빡 들어간다. 나도 ‘나의 타인들’에게 사랑을 한 겹 덮어주고 싶어져 마음이 급해진다.

그렇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시작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사랑과 용기에 취했을 때는 한 사람이라도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결코 알수가 없었다.(60쪽)

- P60

먼 곳에 있을 고독한 독자를 떠올릴수록 더 고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진다.(77쪽)

- P77

✏️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더 멀리 가라는, 네가 가고 싶은 곳까지 멀리멀리 가보라는 말뿐이다.(90쪽)
- P90

"계속 달라지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듣고 싶어요."(28쪽)
- P28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누구에게나 있고 그런 게 모여 생활이 된다.(98쪽) - P98

못 본 사이 미세하게 나이 들었지만 입 밖에 내지 않은 비밀 때문에 전보다 더 아름다워져 있다.(102쪽)
- P102

사랑한다면 그 모든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부지런해지고 강해져야 해.(131쪽)
- P131

나에게나 남에게나 사랑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한 나다움,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건지 모르겠는 그 자기다움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도달하기 힘든 경지인지 다들 안다.(133쪽) - P133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도 어여삐 여기지도 않는채로 기억해야 할 일이란 게 있다.(136쪽) - P136

자신의 안팎을 오로지 혼자서 가꿔온 사람도 있을까.(137쪽)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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