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리는 개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유진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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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신경을 긁어대는 내면의 무언가를 누그러뜨리지 위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다, 바람에서 정말로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115쪽)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고 난 후 게레, 마리아, 그들의 개 이 셋이 단 한 사람으로 마음에 남았습니다.

마리아는 젊은 게레와 내내 두려움으로 벌벌 떠는 개의 모습에서 자신을 마주한 듯합니다.

게레는 사람들에 대한 울화를 느끼는 어느 순간 성실하고 착해빠진 모습에서 벗어나 젊음이 주는 무모함에 온몸을 던집니다. 그 중심에는 마리아가 있습니다.

마리아는 그 무모함과 위태로움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읽어냅니다.

사실 마리아는 게레의 모든 것을 받아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지만 계속 외면합니다. 그런데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그 진실을 그녀는 나중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다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사람은 실수를 반복하고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를 잡지 못하고 또 후회를 반복합니다.

때문에 이 문장은 저에게 이 책의 주제 문장으로 다가왔습니다.

결말을 미리 알고 있어도 마리아는 결국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했을까요? 저는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심리에 대한 세밀한 묘사, 사건을 이끌어가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문장에 설득되어버릴 수밖에요.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농축해놓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엎드리는 개>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에 대한 깊은 사유를 선물할 것입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분, 사강의 작품을 시작하고 싶으신 분, 인간의 심리, 인생에 대한 사유를 넓히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엎드리는 개>가 1980년 초역(<드러눕는 개>, 애경, 1980) 이후, <해독 일기>는 2013년 출간(<독약>, 소담출판사, 2013) 이후 절판되어 읽히지 못하다가 다시 독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 소설가 김유진, 백수린 작가가 번역에 참여하셨어요.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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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리는 개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유진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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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농축해놓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엎드리는 개>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에 대한 깊은 사유를 선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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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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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각기 다른 인생을 사는 이야기는 저에게 무지개떡 같은 퐁신함을 선물합니다. 우리 모두 같은 모양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즉시 제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2021년 김승옥 문학상을 수상한 문진영 작가의 신작, <최소한의 최선> 을 읽은 후 적어둔 문장들입니다.


딸, 엄마, 할머니, 손녀, 친구, 시어머니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납작해지기 쉬운 그들이 이 작품집 안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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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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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보람을 얻었고, 닫혀 있던 세계가 조금씩 열렸다. 혼란스럽기만 하던 나나의 우주가 마침내 질서를 회복했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고 아무 감정도 함부로 배설되지 않았다.”(145쪽, 행성봉쇄령)

화성에서의 노동과 삶

화성에서의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그간의 글들을 떠올려본다.

SF에 대한 긴 독서 경험은 없으나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눈에 띄게 발전한 기술, 달라진 환경 말고 내 기억에 남는 진짜 삶이 있었던가.

배명훈 작가의 <화성과 나>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SF 소설임에 틀림없다.

노동, 사랑, 음식, 상실, 두려움 등을 촘촘하게 적어놓은 이 작품들은 화성에서의 삶을 미리 경험한 이의 노동 일지 같기도 하고 일기장 같기도 하다.

살아남는 것이 기적이 되는 곳, 아는 맛을 포기해야 하는 곳. 화성 그곳에서의 사람들을 크게 확대해 그리는 이 책은 그 어떤 기술보다도 우주를 가깝게 내 옆에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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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한정 도서부 위픽
연여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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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4개의 눈동자가 읽어내려간 적이 있다. ˝넘겨도 되.˝ ˝다 읽었어?˝ ˝괜찮아.˝ 어깨를 들썩거리며 서로를 배려하다가 책을 눈으로 읽는지 코로 읽는지 몰랐던 그때.

나는 왜 굳이 책을 함께 읽었을까. 생각해 보면 대답할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책 읽는 일을 멈추고 ˝네가 먼저 읽고 줘.˝라고 말하면 돌아올 상대의 표정이 서운함일지 잃은 것을 되찾은 얼굴일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 그냥 페이지 넘기는 데로 내 눈알도 따라 움직인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중학생 무렵이었던 그때. 서로의 속도에 맞춰주느라 양쪽을 다 읽었음에도 티를 내지 않고 멈춰서 기다려주느라 우리의 독서는 느리고 답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꾸 그때의 생각이 난다. 꼴깍 침을 삼키는 것도 들릴 만큼 가깝게 붙어 친구와 책을 읽던 그날.

이 책을 읽은 당신은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야기. 있었던 이야기인지 내가 상상해낸 이야기인지 그런 마음도 당신에게 남을 이야기.

✔️ 본 도서를 위픽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망치지 않고 다시 마주하는 것을 시작으로."(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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