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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어느 작품 하나 내 모습이 담기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고통은 사라지고, 나는 살아진다”(108쪽 문장 변용) 라는 문장이 자주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인물들은 우직하거나 충동적이거나 변덕스럽거나 겁이 많다. 아직 부족한 내 말로 지어 보이기 어려운 그들의 모습이 모두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최은영 작가의 문장들 덕분이다.
그를 통과한 문장들은 “아직도 그곳에 사람이 사니까요”라고 나에게 말한다. 내가 놓치거나 외면해오던 일들을 겨우 실눈을 뜨고 마주하는 지금 작가의 문장들이 내 곁을 고요하게 지켜준다.
또 다시 명치가 툭 꺼지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다만 나는 괜찮을 것이다.
그들, 당신, 나의 고통은 사라지고, 나는 살아진다.(108쪽 변용)
나는 불안하지 않았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 다만 그녀는 자신을 타인처럼 여기고 있었다.
살아진다. 그러다보면 사라진다. 고통이, 견디는 시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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