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픔의 방문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2년 12월
평점 :
자주 흔들리는 나는 책탑을 몸 좌우로 쌓는다. 그렇게 겨우 넘어지지 않는다. 내가 만난 책탑은 나를 내가 되는 곳으로 안내한다. 그런 와중에 (몸이나 마음이) 게을러지기도 하고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할 만큼 했다 하고 멀찌감치 손을 놓고 있다. 네 마음도 살펴야지 마음속에선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데. 나는 얼마나 노력했다고 이렇게 마음껏 게을러지는가. 생각해 보면 끙 하고 다시 일어서 책탑을 쌓으며 걸어간다.
이 책은 나의 게으름을 알아차리게 해준 책이다. 슬퍼하는 일이 나의 생활이었던 나를 잊고. 몸만 바쁘게 지내며 이 정도면 내 도리를 다 했다고 뒷짐 지고 있는 나를 찾아온 책이다. 등허리 춤에 멈춰있는 내 손가락에 깍지를 끼며 다가온 이 책은 아마도 올해의 에세이가 아닐까.
책으로 숨을 쉬고 하루를 사는 사람들. 아프니까 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같이 읽자고. 나는 이렇게 읽었는데 너는 어떻게 읽겠냐고 말을 걸어오는 책이니. 그게 답하기 위해 오늘도 책탑을 쌓고 읽어내려갈 수밖에.
혹여나 책을 계속 읽다가 돈이 되는 일이 생긴다면. “책 팔아서 버는 돈이 생긴다면 책 사는데 쓸 것이다.(11쪽)”는 그의 말처럼. 나도 책 사는데 신나게 써야지. 다짐해 본다.
쓰는 사람은 쓰지 못한 이야기 안을 헤매며 산다.(7쪽) - P7
책은 내가 들고 온 슬픔이 쉴 자리를 반드시 만들어 주었다. 슬픔의 얼굴은 구체적이었다.(10쪽) - P10
- 많은 사람이 단언한다. 언젠가는 종이 매체가 사라질 거라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짐한다. 그 시대의 안과 밖을 잘 쓸고 닦다가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164쪽) - P164
이러니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나는 도리 없이 믿어버리게 된다.(202쪽) - P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