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하루는 없다 - 아픈 몸과 성장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희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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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질병으로 스스로를 탓하고 미워하는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에세이 <당연한 하루는 없다>는 작가 희우의 루푸스 신염을 투병하며 써 내려 묵묵한 기록이다. 그녀는 자신을 "울면서도 뚜벅뚜벅 어두운 터널을 걷는 사람"이라고 작가 소개에 적어두었는데. 나 또한 그녀를 '울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읽었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루푸스 신염은 자가면역질환인 전신홍반 루푸스 환자에게 발생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이라고 한다. 희우 작가는 열여덟의 나이에 처음 루푸스 신염을 경험했고 이후 10년간 신장 투석과 신장 이식을 경험하는 투병 또는 치병의 시간을 견뎠다.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주체할 수 없는 '젊음'과 다리를 붙잡는 것 같은 '질병' 사이를 쉬지 않고 왕복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길러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체력과 지키기 어려운 약속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달아났는데도 끊임없이 자신을 탓하기도 하며. 스스로를 탓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기도 한다.

또한 질병을 통과하며 변화를 맞이한 외모에 대해서 털어놓는다.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으로 몸이 붓는 증상을 겪은 그녀는 세상의 무례한 질문들에 맞서며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그리고 솔직하게 마음의 부대낌을 고백한다.
작가는 자신에게, 자신의 병에게 참을성 있는 귀가 되어주길 마음먹은 사람 같았다.

독자인 나에게 그는 이렇게 읽혔다. 또 다른 질병을 갖고 자주 불안해하고 있는 나에게 다른 모양의 위로를 건네주었다.
물론, 아직 우리는 엔딩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녀와 나는 계속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자주 부닥치는 현실의 가혹함을 인정하고 나를 추스려야 한다.

"현실을 아픈 사람에게 자주 가혹" 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대로 "이대로 사라지고 싶으면서도 한없이 살고 싶어지는 곳이, 바로 병원"이니까.
젊은이가 병원에 머물게 되면 자주 눈치를 보게 된다. 저 사람은 이곳에 있기에는 너무 젊다던지, 저 나이에 어쩌다 병이... 하는 시선을 스스로 가공하고 자신을 공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시선을 만드는 것도 나, 공격하는 것도 나, 지금의 나를 실제 아프게 하는 것도 나(자가면역질환) 이기 때문에. 몸처럼 마음을 내가 힘들게 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그렇구나. 내가 나를 공격하는 병이 맞구나. 하면서.

작가는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나에게 건강한 미래는 주어질까?(165쪽)

"물론이죠 작가님!" 하고 마음속으로 즉답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실 이 질문은 내가 나 자신에게 던진 것 같기도 하다. 듣고 싶은 대답은 "물론이지!" 였을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미래여도 몸을 달래주며 나아가는 일은 한번 해봤으니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물론 다시는 아프고 싶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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