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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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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아픈 줄 알아야 한다.˝ 어릴 때 엄마가 자주 말했다. 시켜놓은 일을 해놓지 않을 때,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자신의 말을 흘려들을 때. 우습게도 나는 이미 말은 물론이고 행동과 분위기에도 베이며 상처받는 아이였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매일같이 말이 아픈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날에는 예민하게 굴지도 말고 울지도 말라고 했다. 말 아픈 줄 알아야 하지만 말을 느끼지 말라는 엄마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때의 나는 매일같이 어리둥절 해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하며 ˝엄마 없을 때는 빨간 불에 건너면 안돼.˝ 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무게의 혼란을 주었다. 자주 바뀌는 어른의 기준에 나는 중심이 물렁한 사람으로 자랐다.
타인의 말에 상처를 받게 되는 상황에 나는 꾸준히 내 탓을 한다. ˝내가 예민해서 그래. 내가 소심해서 그래. 내가 덜렁대서 그래. 내가 무능력해서 그래.˝ 말이 너무 아픈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아픈 말들을 꼭꼭 싸놓는다. 그리고 나를 함부로 대하고 싶을 때 열어본다. 그런 날이면 틀림없이 불행해지고 확실히 괴롭다.
• 할머니는 눈을 감고 그가 쏟아내는 말의 매를 맞았다.(248쪽) - P248
• 그래도 ..... 그냥 그러고 싶을 때가 있잖아. 내가 나한테 벌주고 싶을 때. 괜히 못되게 대하고 싶을 때. 그럴 때 그런 생각 자주 했지.(251쪽) - P251
• "너무 상처받아서, 아파서 소리를 지른 게 죄가 될 수는 없어요."(251쪽)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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